영화 아이 캔 스피크 줄거리(스포 주의) | 코믹한 일상과 잔인한 역사의 문신 사이 iCanSpeak


아이 캔 스피크는 코믹하고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CJ 문화재단이 주관한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공모작 당선작을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이야기의 전개가 탄탄하고 관객들의 희노애락 감정을 쥐었다 피었다 완급을 잘 조절했다. 


아이 캔 스피크 줄거리


영화 초중반이 흥미롭고 코믹요소가 비중이 더 높다면 후반부에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아이캔 스피크의 각본도 그렇지만 출연진들의 연기도 돋보였다. 


아이 캔 스피크 극중 9급 공무원 이제훈의 첫 출근


영화는 서울의 명진구청으로 출근하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근무지 이전 후 첫 출근이다. 아이 캔 스피크 초중반 개그 코드를 담당해주는 동료들과 양팀장(박철민)이 민재를 맞아준다. 


민재의 출근 며칠 후 심상치 않은 인물이 등장한다. 명진구(광진구와 이름이 비슷한 가상의 구인듯 하다) 공무원들을 공포에 떨게하는 이는 바로 옥분(나문희). 


동네의 수십년 터줏대감 같은 존재이자 민원왕이다. 

 

최근에는 한 상가의 재개발 문제로 명진구에 민원을 넣고 있다. 


아이 캔 스피크 민원왕 나옥분과 마주한 양팀장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옥분개발사 대표(이창직)가 바로 마주쳤다. 


아이 캔 스피크 민재의 원칙강조


둘 사이에서 양팀장이 옥분에게 쩔쩔매는 것을 보고 난 이후임에도 민재는 그녀에게 민원을 접수하고 싶으면 먼저 번호표를 뽑꼬 민원 서류를 작성해 오는게 원칙이라고 말한다. 


이를 계기로 옥분과 민재의 신경전이 시작된다. 



아이 캔 스피크 옥분을 싫어하는 족발집 혜정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민재 동생 영재


사실 상가는 옥분이 운영해온 수선점이 위치해있고 그녀의 이웃들이 있는 삶의 터전이다. 친한 이웃인 슈퍼마켓 진주댁(염혜란)도 있고 옥분을 앙숙으로 여기는 족발집 혜정(이상희)도 있다. 


시장통에서 족발집 혜정과 옥분이 시비 붙은 날 구경꾼들 사이에 민재의 동생 영재(성유빈)가 섞여 있다. 


옥분은 생라면을 먹고 있는 학생을 보고서 라면은 끓여먹는 것이라고 한마디 한다. 






옥분과 민재의 사이는 냉랬했지만 어느 날을 계기로 전환된다. 


바로 9급 공무원 민재가 토익 950점의 준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는 걸 옥분이 알게되면서부터다. 


옥분은 몇 년전부터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제니퍼라는 영어 이름이 있을 정도다. 


옥분이 왜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 지 진짜 이유는 후반부에 나온다. 일단 하나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정심(손숙)의 바람이자 옥분 스스로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 


아이 캔 스피크, 단어 시험에 80점을 못넘긴 옥분


민재에게 영어 선생이 되달라고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귀찮게 하는 옥분. 


결국 민재는 한가지 제안을 한다. 단어 시험에서 80점 이상을 맞으면 영어 선생이 되주겠다는 것. 


민재는 일부러 현학적이고 어려운 단어들을 외우게 하지만 내심 놀랍게도 옥분은 잘 외워왔다. 


하지만 시험결과는 아쉽게도 75점이다. 민재는 5점을 봐달라는 옥분에게 약속은 약속이니까요라는 말로 영어 선생 제안을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영어 테스트에 떨어진 옥분이 어떻게 난관을 해결해서 민재와 영어공부를 하게 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이 캔 스피크, 옥분의 수선집으로 발길하는 영재


아이 캔 스피크, 옥분의 집밥


정답은 바로 민재의 가족. 그의 동생 영재가 생라면을 먹고 있는 걸 딱하게 여긴 옥분이 종종 집밥을 나눠주고 있었다. 


동생 영재는 민재에게 우선 순위인 것이다. 


이후에도 영화에서 한번 더 중요한 순간에 형 민재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동생의 행동이다. 


민재는 동생 영재에게 종종 밥을 챙겨주는 것으로 옥분의 영어 수강료를 대신한다. 


그리고 민재와 옥분, 원칙을 중시하는 두 사람이 이제는 슈퍼마켓 앞에서 막걸리를 나눠마시게 될 정도로 친해진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슈퍼마켓 진주댁과 옥분, 민재 나란히


여기서 민재의 아재개그도 나온다. 


민재: 서면이 어딨는지 아세요? 


슈퍼마켓 주인 진주댁: 서면은 부산 한복판에 있다 아이가 


민재: 서면은 가로수 그늘아래 있어요. (가수 이문세의 노래 제목이라고 한다.)


옥분: ... 


진주댁: (잠바를 걸치겠다며 자리를 뜬다.)


아이 캔 스피크, 생강이 어딨는지 알아


옥분: 생강이 어딨는지 알아? 


민재: 밭에서 나는 거 아닌가요. 


옥분: 생각난다 오솔길에 있지. (가수 은희의 노래 꽃반지 끼고의 가사라고 한다. 아이 캔 스피크 영화의 테마곡 중 하나로 삽입된다.)


이 장면에서 민재와 옥분의 개그 코드가 맞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이를 떠나 대화가 통한다. 


30대 초중반 민재가 이문세 노래를 아는 것은 아이 캔 스피크의 배경이 10년 전인 2007년이기 때문인 듯 싶다. 






바로 그 2007년 여름 워싱턴 의회에서 미의회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옥분이 치매가 급속히 진행된 친구 정심 대신 워싱턴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것도 영어로! 


(실제 증언을 한 것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고 김군자 할머니라고 한다.) 


정심과 달리 옥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평생 숨기고 살아오고 있었다. 과거 옥분을 부끄러워하고 남동생의 앞길을 막지 말아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위안부 피해자 신고를 받을 때 접수를 하지 않았을 정도다. 


이는 영화에서 일본 대표들이 옥분의 자격을 문제 삼는 꼬투리가 된다. 청문회에서 일본측 참가자들이 정심대신 갑자기 등장한 옥분은 증인이 될 자격이 없다면서 공격한다. 


이때문에 아이 캔 스피크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워싱턴 미하원


옥분이 자리에서 이동해 자신의 저고리 반절을 들어올린다. 그녀를 본 청문회 석에 안아있던 사람들에게서 신음과도 같은 탄성이 터져나온다. 


옥분의 배에는 칼자국 문신과 낙서로 도배돼있다. 옥분은 일본군이 남긴 이 같은 흉터가 몸 곳곳에 남아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충격을 크게 받았다. 일본 우익들이 주장하는 '돈받고 몸을 팔았다'는 주장에는 반감을 가졌지만 해당 역사를 막연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군들이 어느 정도로 일본군 위안부에게 잔인하게 굴었는 지는 따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 알았다. 특히 정옥순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그린 만화는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장면들로 채워져 있었다. 


영화 아이캔 스피크에서 옥분은 말한다. 


그녀의 문신과 흉터가 증거이고 그녀 자체가 살아있는 증거라고. 그때 그녀의 나이 겨우 13살이었다라고. 


그녀는 또 수 없이 외웠던 영어 문장을 말한다. 일본군은 반인륜적 만행을 저질렀고 그녀가 원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무엇보다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할 역사라고. 


영화에서 청문회 참가자들은 기립 박수를 친다. 거기에는 일본측의 주장을 거들어 옥분의 자격을 공격했던 미 하원의원들도 포함돼 있다. 옥분은 잔인한 집단 범죄의 생존자다. 현장의 미 의원들은 그녀가 보이는 굳은 의지에 예의와 존경을 표한다. 


현실을 알고 있으니 씁쓸한 면이 있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소녀들이 유년기를 탈취당했고 많은 수가 살해 당했다고 한다. 생존한 이들마저 이제 그 숫자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한 일본의 잔인한 전쟁 범죄는 단죄되지 않았고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일본 우익들은 아직도 현실과 각종 온라인 매체들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돈받고 몸을 판 여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의 옥분이 부탁한 것처럼 잔인한 역사지만 그래서 더 잊지 않을 것이다. 


아이 캔 스피크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연애조작단


위안부 결의안 청문회 이후 영화의 엔딩은 유쾌하다. 


김현석 감독의 작품인데 김 감독의 작품 중 하나인 시라노 연애조작단도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아이 캔 스피크의 경우 흔한 표현이지만 재미에 더해 의미까지 있는 영화다. 


김현석 감독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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