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금사자상을 탄 넷플릭스 오리지널 걸작/ 生, 숨소리가 시끄러운 영화


개인적인 감상을 먼저 말하자면, 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좋아할 계기가 많지 않았다고 할까요. 


1998년작 위대한 유산은 보지 못했고,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해리포터를 별로 안좋아해서... 칠드런 오브 맨은 좀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만 중간에 롱테이크씬은 참 멋졌지만),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래비티였죠. 영화관에서 숨이 막혀본 것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 취향에 맞는 영화들이 황금사자상을 많이 받아서, 왠지 수상작들을 찾아보면 실패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죠.(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라쇼몽, 하나 더 꼽는다면 더 레슬러가 있겠네요.)



넷플릭스 오리지날 작품이 로마가 황금사자상을 들어올렸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갸우뚱해졌습니다. 아니, 넷플릭스에서 만든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받았다고? 

이제까지 수상작들을 보면 상업적으로 뛰어난 작품들도 황금사자상을 종종 들어올렸습니다. 그러니 넷플릭스에서 엄청 재밌는 영화 하나를 뽑았는데, 심사위원들 눈에 좋게 보였나 싶었습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


넷플릭스 오리지날 로마는 멕시코 시티의 지명 중 하나입니다. 이탈리아와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중남미 이야기죠. 그런 페이크성 제목부터 비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정말정말 간단합니다. 만약 영화를 보지않고 대본만 읽었다면, 이게 뭐야? 라는 물음표가 적어도 일주일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을겁니다. 이런 대본을 그냥 영화화 시켜준 넷플릭스도 정말 대단합니다.


넷플릭스 로마 줄거리


영화는 멕시코시티의 로마에 사는 한 중산층 가정과 거기서 일하는 가정부 클레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많고 아빠가 집을 비운 가정의 가정부 이야기. 이것만 들으면 사운드 오브 뮤직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그냥 이걸로 끝입니다. 누구도 노래하지 않고 누구도 영화적인 무언가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 영화 로마에서 등장인물들은 딱 한가지에 몰두합니다. 살아숨쉽니다. 끝. 끝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구도 연기를 하지 않습니다. 플롯을 이끌어가지도 않고 반전을 치지도 않으며 스크린 밖으로 메시지를 던지지도 않습니다.



대신 그냥 지나가는 엑스트라 한 명까지 누구도 빠지지 않고, 살아 숨쉽니다. 영화는 마치 몰래 실존인물들을 촬영한 것이 아닐까 의심될만큼 생생하게 한 시대, 한 공간, 한 인생을 잘라내 스크린에 뿌립니다. 




영화의 진정성을 무엇일까요? 영화 본질을 찌르는 이 질문을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감독은 던집니다. 영화 로마는 영화라고 부를 수도 없을 만큼 파격적으로 생생합니다. 유사 다큐멘터리, 혹은 페이크 다큐라고 해도 좋을만큼 화면 곳곳에서 산소의 이산화탄소의 기체 교환이 일어납니다. 스크린에 얼굴을 가져가면 등장인물들의 채취가 느껴질정도입니다.


영화 로마 리뷰


이런 생생함의 90%는 알폰소 쿠아론의 특기라 할 수 있는 롱테이크씬에서 나옵니다.



영화 로마에서는 다양한 롱테이크씬이 등장합니다. 칠드런 오브 맨에서 보는 사람의 멱살을 움켜쥐었던 롱테이크씬이 이제는 화면을 뚫고나와 관객의 명치를 가격합니다.


영와 로마 롱테이크씬


영화란 컷과 컷의 연속이라는 저의 생각을 로마는 걷어찹니다. 그리고 영화란 등장인물의 삶 그 자체를 그 순간을 사는 이름없는 누군가가 훔쳐보듯 담아내는 것이란 생각을 주입합니다.



로마의 롱테이크씬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 말고는 적당한 형용사가 없습니다. 때로는 너무도 담담하고 때로는 너무도 눈부십니다. 내가 마치 저시대에 살아 저 사람들의 이웃인데, 저 사람들이 참 재밌게 사는구나 싶어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 그 현장감. 저는 멕시코 근처도 가본적 없습니다만, 멕시코의 로마에 가면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등장인물이 살아숨쉰다. 감독이 롱테이크 기법을 이용해 허구의 인물에 숨을 불어 넣었다. 이것이 이 영화 로마에 대한 저의 평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런 영화는 이제까지 없었습니다. 어떤 거장의 영화도 삶과 영화, 서로 다른 두 개념을 이렇게 완벽히 이어붙인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다큐보다 더 숨소리가 컸던 영화.



넷플릭스의 이 오리지날 작품은 반칙입니다. 넷플릭스는 이런 영화를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만들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 결과에 박수를 치겠습니다.



여전히 저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다음에는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듯 합니다. 세상에 수많은 좋은영화가 있지만, 로마만큼 숨소리가 시끄러운 영화는 2030년 전에는 나오기 힘들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로마 후기


마치 수천조 광년 떨어진 먼 외계에서 생명체를 발견한 느낌. 로마를 재생하는 순간, 스크린 너머에는 분명, 2차원의 존재가 살고 있었습니다. 참 즐거웠습니다. 넷플릭스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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