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일일향/ 서울에서 중상급 중식을 즐길 수 있는 곳/ 탕수육, 볶음밥, 짜장면 후기
- 맛집 이야기 Hot spots/맛집 Restaurants
- 2019. 4. 12. 23:56
오랫만에 압구정 CGV앞으로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압구정 CGV는 독립영화 등 일반 극장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영화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각별한 곳이죠.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재미라면 바로 이곳, 압구정 아니 강남을 통틀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중식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중화요리 전문점, 일일향을 찾았습니다.
이사를 한 압구정 일일향. 오랫만에 찾았더니 이전에 있던 곳 근처로 이전을 했습니다.
위치상으로는 멀리가지 않았지만, 공간을 위층까지 쓰는건지 많이 넓어졌네요.
압구정 일일향 위치 지도
여전한 일일향 글자.
테이스티 로드 액자는 가게 자리를 옮기기 전에도 있었죠.
이전한 곳에는 1층에 이어 2층도 있습니다.
일일향의 추천메뉴입니다. 기능장이 만드는 요리라. 동파육이 가장 기대되네요.
하지만 역시 일일향 하면 떠오르는 그 메뉴로 직진하기 위해 바로 자리에 앉습니다.
언젠가 멘보샤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메뉴를 볼때마다 하게됩니다.
반찬이 먼저 나왔습니다.
짜사이만 먹어봐도 일일향의 내공을 알 수 있습니다.
단무지를 즐기지 않으므로 패스.
이 양배추 오이 절임도 좋습니다. 중간중간 입안을 리셋해주는 상큼함이 빼어난 친구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탕수육.
겉은 바삭하고 속은 묵직합니다.
맑은 색 탕수육 소스의 달콤함이 중량급의 탕수육 식감을 가볍게 올려줍니다.
함께 주문한 식사는 옛날 볶음밥.
옛날 볶음밥의 트레이드 마크라면 저 계란 후라이죠. 거기에 밥알을 잘 보시면 살짝살짝 그을린 흔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강한 화력에 순간 볶아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훈장같은 표식이라고 할까요? 보기만 해도 입안에 넣었을때 풍겨질 불맛이 상상될 지경입니다.
옛날볶음밥의 단짝, 짜장과 국물이지만, 그냥 밥만 먹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정말 눈으로 먹어도 손색없는 고운, 하지만 중후한 탕수육. 사진을 뚫고 고소함이 올라올 기세입니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 안에 든 고기가 보일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투명하지 않는 것은 찹쌀 함량이 높지 않다는 뜻이겠죠.
안의 고기는 육즙이 흐르는 스타일보다는 단단하게 씹히는 감각을 전해줍니다. 그래서 소스 없이 천천히 씹어먹어도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나온 자장면. 캬라멜색 짜장이 혀를 유혹하네요.
짜장과 함게 볶음밥을 한 스푼. 기름과 강한 화력을 이용해 겉부분만 살짝 태운 기술이 돋보입니다. 씹으면 씹을 수록 우러나는 고소함이 마음에 듭니다.
볶음밥에 딸려나온 짜장이지만, 이친구가 출동하려면 볶음밥을 절반은 먹어줘야 합니다. 짜장이 함께하는 볶음밥은 다른 요리라 불러야 하니까요.
짜장면도 잘 비벼졌습니다.
캬라멜향이 농후하지만, 정작 맛은 살짝 심심하다 싶을정도로 담백합니다. 대신 그만큼 깊은 맛이 숨겨져 있어 짜장면이지만 조금 음미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덤벼들어야 자기 진짜 속살을 허락해 줍니다.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가게 내부를 한 장 남겼습니다.
남은 탕수육은 포장도 가능합니다. 집에가서 어떻게 먹어주면 좋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좋은 중국집의 기본은 역시 불맛이겠죠. 일일향의 모든 메뉴를 먹어본 것은 아니지만, 강한 화력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묵직한 끝맛으로 관절기에 들어가는 솜씨는 제가 이제껏 가본 중국집 중 최상위권에 속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촉촉하거나 쫄깃한 탕수육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일일향의 탕수육은 조금 무겁다고 느끼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오래오래 음미할 가치가 있는 음식이고, 내가 원하는 만큼 맛을 우러낼 수 있는 음식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CGV 압구정을 찾으면 피해갈 수 없는 곳. 한번 가면 몇일은 입안에서 그 잔향이 사라지지 않는 곳. 다음에 또 찾아보고 싶은 좋은 가게, 일일향 이었습니다. 참 잘먹었습니다.
* 압구정 중식당 일일향 | 저녁 기본 코스메뉴 '이심전심' 맛으로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