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폭풍의 시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릴러/ 범인이 독특한 시간여행 소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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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3. 29. 22:46
버드 박스를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날에는 괜찮은 스릴러들이 많습니다. 특히 비영어권 영화들이 많아, 헐리우드 스타일에 질려가는 저의 눈길을 끌곤 하죠. 오늘은 특별한 기대없이 클릭했다가 순식간에 몰입해버린 시간여행 SF 폭풍의 시간을 소개합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 폭풍의 시간은 다소 흔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로 인해 연결된 과거 - 미래와 이를 활용한 사건의 해결은 헐리우드 영화 뿐만 아니라 영화 시월애나 드라마 시그널에서도 사용했던, 익숙한 소재죠.
그런데 폭풍의 시간은 여기서 한바퀴 비틉니다. 보통 이런 시간여행물은 한번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면, 계속 연결을 지속합니다. 그리고 그 연결에서 얻은 힌트를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죠.
그런데 이 영화, 폭풍의 시간은 다릅니다. 과거와의 연결이 모든 사건의 시작입니다. 다른 시간여행 영화들에서 과거 - 현재의 연결은 중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폭풍의 시간에서는 이 연결로 인해 타임패러독스가 생기고, 주인공은 얽힌 시간의 실타래를 풀기위해 고생을 거듭합니다.
주인공은 우연히 과거와 연결이 되면서, 과거의 소년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 소년은 교통사고로 사망할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소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눈물 어린 호소를 하고, 소년은 주인공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소재는 낡았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의 신선함이 마음에 들어 그때부터 모니터 앞에 자세를 고쳐앉았습니다. 요즘은 넷플릭스 오리지날 작품들의 퀄리티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온전히 2시간을 집중해서 보기에는 시간 아까운 작품들이 많거든요.
(물론 최근의 로마 등의 작품은 반대로 극장에서 보지 못해 아까운 명작이었습니다.)
소년을 살린 주인공에게 돌아온 것은 딸이 사라진 것. 이제 주인공은 왜 현실에서 자신의 딸이 사라졌는지 미친듯이 찾아 헤매입니다.
물론 폭풍의 시간의 플롯이 완벽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중간에 딸을 찾을 실마리를 찾는 중요한 부분이 우연의 힘으로 해결되며 조금 힘이 빠지기도 했죠.
하지만, 영화는 스릴러의 본질만큼은 놓치지 않고 갑니다.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가슴 졸이며 모니터앞으로 고개를 쭉 빼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력은 플롯의 구멍 몇개 정도는 눈감고 넘어가줄 수 있을만큼 준수 합니다.
특히 영화 중간 소년이 범인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은, 영화의 매인 플롯과는 살짝 벗어난 시퀀스였지만 스릴러물이란 정체성을 살리기에는 매우 좋은 순간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사실 중반 이후의 전개가 뻔하게 느껴지실겁니다. 반전도 조금 뻔한 느낌이 없지 않았구요. 무엇보다 폭풍의 시간의 가장 큰 단점은 뚜렷한 악역이 없다는 것입니다.
스릴러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축은 바로 악역이죠. 흔히 미스테리와 스릴러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주인공이 범인을 쫓으면 미스테리, 범인이 주인공을 쫓으면 스릴러.
그런데 이 폭풍의 시간에서 주인공이 쫓는 존재, 그리고 주인공을 쫓는 존재가 모두 [ 시간 ] 입니다. 어떤 인물이 아니죠. 사건이 일어난 계기자체가 타임패러독스이기 때문에, 범인은 자연히 시간이 됩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스릴러의 중요한 한 축이 애매해져 버립니다. 시간을 어떻게 쫓을 것이며, 시간이 어떻게 쫓아올 것인가.
주인공은 계속 시간에 쫓깁니다. 딸을 되찾기까지 시간 제한이 있죠. 이 지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나뉠것 같습니다. 저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이 시간이란 범인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스릴러의 범인으로 시간을 선택하는 감독의 대범함이 좋은 결과물을 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 시간이란 개념에 좌우되는 영화의 흐름을 밋밋하거나 뜬금없다고 느끼시는 분도 분명 계실 것 같습니다. 째깍거리며 돌아가는 시계바늘을 보며, 다른 영화들은 칼든 살인마가 쫓아올 때 느끼는 긴장감을 느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분명 개인차가 존재할 것이니 말이죠.
신선한 스페인 SF 스릴러를 보고 싶어하시는 분, 그리고 스릴러의 범인이 시간 그 자체라는 것을 용납해줄 수 있는 분이라면, 폭풍의 시간을 재밌게 보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저는 감독의 다음 작품, 아니 다음 넷플릭스 오리지날 스릴러가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반면 피가 뚝뚝떨어지는 칼을 휘두르며 주인공을 쫓아와야 스릴러의 범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어쩌면 스프를 깜빡한 라면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날들이 좋은 스릴러를 만들어내는 이유를 저는 리스키한 소재를 뚝심있게 몰아붙이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드박스도 그렇고, 이 폭풍의 시간도 아차 하면 나락의 빠지기 쉬운 소재로 줄타기를 잘해 2시간이 아깝지 않은 수작으로 빚어냈습니다.
다음 넷플릭스 오리지날 스릴러가 나오면 분명 클릭을 망설이지 않게 만들어줄 괜찮은 시간여행 SF 스릴러, 폭풍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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