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꼬꼬뜨 cocotte/ 프랑스 가정식 '비프 부르기뇽' 솔직 후기


가정식이라고 하면 왠지 모를 호기심이 생깁니다. 이름도 모르는 저 먼나라에 사는 누군가는 오늘 뭘 먹으며 치열한 하루를 보냈을까?

이런 호기심이 들어서인지 전세계의 가정식을 한번씩 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나라가 200여개 정도라고 하니

하루 한나라씩 먹어도 1년이면 충분히 다 먹어볼 수 있는 수준이네요. 오늘은 꼭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도곡동의 프랑스 가정식 전문점 꼬꼬뜨를 찾았습니다.

   


꼬꼬뜨는 도곡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감성고기와 카페 진정성이 있는 건물의 2층에서 정통 프랑스 가정식을 만날 수 있죠.



(꼬꼬뜨는 프랑스어로 작은 내열용기를 뜻합니다. 꼬꼬뜨는 이름 그대로 작은 냄비요리 전문점입니다.)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이 있기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합니다.



꼬꼬뜨가 위치한 VASKIT 423.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꼬꼬뜨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기대보다는 평범한 편이네요.



프랑스 요리 전문점이라고 해서 내심 인테리어가 화려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가정식답게 소박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소박해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신경쓴 식기들이 인상적입니다.





오늘 주문한 메뉴는 비프 부르기뇽. 레드와인으로 찐 소고기와 생면파스타가 함게 나옵니다.




심플하지만 느낌 충만한 조약돌. 나중에 바다에 가면 작은 돌 하나를 주워와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프 부르기뇽을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샐러드가 등장했습니다.



샐러드의 향을 돋궈줄 베이컨 조각. 한조각 뿐이지만, 훈제향이 은은해 샐러드의 풍미를 살려줍니다.



계란은 반숙되어 올라와 있습니다.



살짝 톡 깨서 노른자를 흘리듯 섞어줍니다.



샐러드와 함께 나온 식전빵. 살짝 마늘빵 느낌입니다.



생각보다 임펙트는 없었습니다. 프랑스 가정식이라 느낌표찍을만한 식전빵을 기대했는데 이 부분은 조금 아쉽네요.



노른자를 살살 흘리며 샐러드를 섞습니다.



노른자향이 살짝살짝 입혀진 샐러드. 상콤새콤해서 메인디시 전에 입맛을 살려줍니다.



드디어 등장한 오늘의 주인공 비프 부르기뇽. 레드와인 소고기찜답게 붉은 색 요리입니다.



한국요리에서 붉은 색은 매움의 상징인데, 프랑스요리는 그렇지 않네요.



전체적인 인상은 한국의 소고기찜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고기가 질깁니다. 약간 장조림 느낌? 장조림과 한국식 소고기찜의 중간정도 질감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을 기대하셨다면 고개를 갸웃하실 수도 있겠네요.



절임무는 오늘의 숨은 공신. 옆테이블에서 계속 리필해 먹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아삭한 식감도 좋고 씹을 수록 단맛이 우러나오는 잠재력도 있어 입안을 초기화 시키기에 좋았습니다.



보기에는 엄청 맵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보는것과 달리 와인 특유의 탄닌맛이 듬뿍 베인 조금 뻣뻣한 소고기 찜입니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 고기만 따로 먹지말고 생면과 함께 먹는 것이죠. 고기만 먹으면 양념이 조금 과한 느낌인데, 여기에 생면이 더해지면 균형을 좋게 잡아줍니다.



면 자체에 거의 간이 되어있지 않은 생면이라 면만 먹으면 무척 심심합니다. 포크로 잘 섞어주면 좋은 조화를 발휘합니다.



가깝게 찍어보니 더 장조림같은 느낌이네요. 신선했습니다.







함께 들어있는 콜라겐 덩어리. 약간 돼지족발의 겉부분 맛과 향, 식감이 납니다. 도가니같은 부위인지 매우 신기한 느낌이었습니다.

왠지 족발을 먹는것 같은 착각이 드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찜 요리인만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급하게 먹으면 고기 결 사이사이에 베어있는 좋은 향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길게 이야기할 꺼리를 준비하고 테이블앞에 앉거나 혹은 좋은 책과 함께해도 나쁘지 않을듯 합니다.


노력을 기울인만큼 결과를 돌려주는 조금 냉정한 요리지만, 고생끝에 만나는 풍미가 독특해서, 이전 과정들의 고단함이 싹 사라집니다.



프랑스 요리를 흔히 세계 3대 진미라고 부릅니다. 물론 이것이 전세계 공통으로 통용되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 요리에 대한 경험이 많지않아 프랑스 요리가 정말 맛있는지, 정확히는 어떤것이 프랑스 요리인지도 잘 모릅니다.


그냥 흔하게 알고 있는 서양식 요리는 이탈리아요리, 그것도 미국이라는 필터를 한번 거쳐서 제 입안으로 들어온 요리들뿐이죠.



다른 블로그의 평에 따르면, 꼬꼬뜨는 프랑스 가정식을 정통과 비슷하게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먹은 비프 부르기뇽은 제가 프랑스 요리가 맛있다, 그렇지 않다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냉정히 평을 내리자면, 아직 제 혀는 프랑스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장애라면 시각적으로 맵과 부드러울 것 같은 요리가 맵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한국요리를 먹으며 익혔던 여러 문법들이 프랑스 요리에서는 통용되지 않았네요.


그런 측면에서 아직 미숙한 저의 혀는 꼬꼬뜨에 투썸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질감과 문법의 요리를 만나, 마음이 충만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진짜 프랑스 요리를 만나보신 분이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저의 경우는, 다음에 다시 꼬꼬뜨를 찾을 기회가 있을때 조금 망설이지 않을까... 정도로 후기를 정리하겠습니다. 

잘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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