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로맨스 영화 미비포유 Me Before You를 보았습니다. 미비포유의 뜻은 '당신을 만나기 이전의 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남자 주인공이 존엄사하는 흔치않은 로맨스 영화입니다. 관객들이 결말을 이미 예상하고 보게되는 영화이기도 하지요.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제법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같은 영국 로맨스 영화라도 '올 어바웃 타임' 쪽이 좀 더 제 취향인데요. 올 어바웃 타임은 대사를 정말 잘 쓴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미비포유의 경우 여주인공(에밀리아 클락)이 정말 사랑스러운 영화 중 하나입니다. 그녀의 표정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 내내 지루하지 않았어요.
에밀리아 클락은 우리에게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대너리스 타가리옌 역(일명 용엄마)과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사라코너 역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이지요.
미비포유에서는 카페 웨이트리스였다가 실직하고 전신마비 환자 윌을 돌보는 루이자 역을 연기합니다.
루이자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는 남자주인공 윌 역은 샘 클래플린이 연기했습니다. 그는 잘나가는 사업가였으나 오토바이 사고로 한 순간에 건강을 잃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결국 윌은 가족들을 위해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가진 후에 스위스에서의 존엄사하기로 합니다.
친해지던 와 중에 윌의 안락사 계획을 알게된 루이자는 크게 상심합니다. 윌을 돌보는 일도 그만두려고 했지요. 그러나 그녀의 여동생이 '남은 시간을 특별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줘'라는 말에 결국 마음을 돌립니다.
사실 안락사는 윤리적으로 논란이 많은 문제이지요. 스위스 이외 여러 나라에서는 아직도 '환자의 존엄사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이들과 '자살을 방조하는 것은 살인이다'라는 쪽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윌의 아버지 스티븐 트레이너(찰스 댄스)의 경우 아들의 선택을 존중해줍니다.
(왕좌의 게임에서 타이윈 라니스터로 나올 때는 자식들에게 무정한 아버지였지만 미비포유에서는 많이 다릅니다.)
윌과 루이자는 6개월이 다 되갈 무렵 발리로 여행을 떠납니다. 사랑에 빠진 루이자는 마지막으로 윌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합니다. 루이자는 윌에게 '당신 덕분에 난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윌의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윌은 루이자를 만나기 이전의 자신의 모습 그리고 삶을 사랑했으니까요.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현재의 자신은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윌은 시간이 다 되자 스위스로 떠나고 예정대로 존엄사합니다. (사실 영화에서 윌이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장면보다는 사랑하고 치유하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안락사의 당위성에 감정 이입하기가 어려웠어요.)
미비포유의 결말은 슬프지만 비극이라 하기에는 삶의 희망이 큽니다. 윌은 루이자를 위해 그녀의 실직중인 아버지를 성의 관리인으로 취직시켜줍니다.
(미비포유의 촬영지가 된 이 성은 영국 서부 웨일스 지방의 펨브로크성입니다.)
또한 변호사를 시켜 루이자가 파리의 패션 디자인 스쿨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전달합니다.
미비포유도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나 소설처럼 신데렐라 스토리의 변형입니다. 윌은 중세 귀족의 성을 보유하고 전세기를 타고 발리로 여행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부자입니다. 그가 루이자에게 남긴 지원금은 루이자에게는 큰 돈일테지만 윌은 '약소하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나저나 윌 역의 샘 클래플린은 상류층 역할로 자주 출연하는 듯 하네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 윌리엄 왕자 역, 라이엇 클럽에서는 영국 상류층 앨리스테어 라일 역을 연기한 바 있습니다.
영화 미비포유의 결말은 윌이 좋아했던 파리에서 마무리됩니다. 미비포유의 명대사 중 하나죠. 루이자는 '대담하게 살아요'라는 윌의 말대로 파리로 유학갑니다.
단정한 상의 아래로 평소 좋아하던 꿀벌 타이즈를 신고 길을 걸어가는 루이자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 미비포유는 끝이 납니다.
미비포유 OST 'Not Today'(이매진 드래곤스)를 함께 첨부드려요.
영화 미비포유는 조조 모예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미 비포 유 Me Before You를 원작으로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권이 넘게 팔릴 정도로 사랑받은 로맨스 소설인데요. 조조 모예스는 미비포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독자들을 위해 몇년 후 속편으로 애프터 유 After You, 이어서 스틸 미 Still Me를 출간했습니다.
애프터유 다음 이야기 스틸미Still Me입니다. 스틸미는 미비포유 3부작의 완결편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다시 런던에서 뉴욕으로 바뀝니다. 루이자가 미비포유에서 윌의 물리치료사였던 네이선의 소개로 뉴욕에서 일자리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장거리 연애 문제로 루이자는 결국 두번째 사랑 샘과는 헤어지게 되는데요. 그녀는 뉴욕에서 조시라는 새로운 남자를 알게 됩니다. 그는 윌을 연상시키는 남자입니다.
루이자는 뉴욕 생활을 이어가면서 때론 윌을 떠올리고 또 때론 조시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갑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와 결말은 소설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비포유 이후의 이야기들도 영화로 보고 싶네요.
* 어바웃 타임, 로맨틱 코메디 영화 더하기 '삶에 대한 헌사' (OST 포함)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1, 2편 시리즈 속의 사라코너 모습 | 영화 속 '현대판 여전사'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