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그렇게 많이 찾은 것은 아니지만, 갈때마다 신기한 것은 바로 다양한 디저트들입니다. 종류도 많고 역사도 깊어서, 디저트만 목표로 일본을 여행해도 충분한 컨텐츠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찾은 곳은 도쿄 우에노 공원 근처의 일본 전통 디저트 안미츠 전문점 미하시 우에노 본점입니다.
미하시 우에노점 구글맵
작은 가게 앞에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는 이곳. 바로 안미츠 전문점 미하시의 우에노 본점입니다.
안미츠는 팥, 꿀, 곤약 비슷하지만 조금 더 부서지는 식감의 한천, 완두, 찹쌀떡, 귤 등으로 만든 일본의 전통 디저트를 뜻합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미하시는 1948년 창업한 오랜 역사의 가게라고 하네요. 안미츠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찾은 가게인데,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줄은 몰랐습니다. 집에 와서야 알게되었는데, 당시에 알았다면 더 좋았을것 같네요.
미하시의 대표 메뉴격인 백옥안미츠. 아마 하얀 찹쌀떡을 백옥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찹쌀떡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하기때문에 보자마자 고민없이 선택했습니다.
시간이 빠듯하니, 안미츠를 구매하고 우에노 공원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미하시 우에노점은 겉보기와 달리 안쪽 공간이 충분하고 2층에도 자리가 있는 나름 큰 점포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서 자리잡기 어려울때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우에노 공원에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안미츠가 있는데 이곳에 진열된 것 중에는 크림이 추가된 안미츠는 없네요. 혹시 부드러운 식감을 중시하시는 분이라면 크림이 추가된 안미츠를 찾아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백옥 안미츠를 구매해 우에노 공원으로 왔습니다. 우에노 공원을 거닐다가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코스가 좋은 느낌이네요.
백옥 안미츠는 3층 구성입니다. 가장 위는 찰떡이 들어있고, 그 밑에는 팥앙금과 찰떡, 귤 한 조각, 그 밑에는 한천과 붉은 완두가 들어있죠.
보기만 해도 쫄깃함이 느껴지는 찰떡. 일본은 찰떡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디저트뿐만 아니라 구워먹는 찰떡도 팔고, 다양한 요리에도 사용되죠. 저도 찰떡을 참 좋아해서, 한국에 언젠가 찰떡붐이 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찰떡 밑에는 팥앙금과 찰떡(종료는 조금 다른), 그리고 귤이 들어있습니다.
저 팥앙금이 안미츠의 하이라이트죠. 단팥일것 같지만 예상외로 담백합니다. 단맞보다는 팥 특유의 향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앙금을 만들었습니다. 팥앙금을 입에 넣으면 조금 거친 입자들이 더 작게 깨지면서 팥향을 흩뿌리는데, 그 감각이 참 좋습니다.
저처럼 팥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팥앙금만 음미해도 충분히 즐거운 간식타임이 될 것 같네요.
별 대단한 맛은 없지만, 안미츠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한천과 붉은 완두? 혹은 붉은 녹두.(아니 녹두가 녹색 코인데, 이걸 붉은 녹두라고 불러도 되나 싶지만...) 맛은 정말 없습니다. Bad taste 가 아니라 무미입니다.
한천이라는 식재료 자체가 특별한 맛이 안나는데, 곤약같이 쫄깃탱글한 식감도 없다보니 그냥 먹으면 참 심심한 음식입니다. 거기다 함께있는 붉은 완두도 특별히 맛있지는 않다보니, 최하층의 음식은 그냥 구색맞추기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0년대 후반 만들어진 디저트를 현대인의 감성으로 평가내리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습니다.)
먼저 찰떡을 한천 위에 올려줬습니다. 먹는 특별한 순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본능적으로 이렇게 해서 먹고 싶어지네요.
그 위에 함께 준 시럽을 뿌립니다. 꿀은 아닌 것 같고 설탕 시럽인듯 한데, 약간 꿀같은... 제가 모르는 종류의 꿀일 수도 있겠습니다.
시럽을 살짝 올려서 먼저 한천과 찰떡을 맛봅니다. 한천의 무미하면서 부서지는 식감이 쫀쫀한 찰떡과 반대의 감각을 안겨주네요. 설명하기 오묘한 재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빨이 닿기 무섭게 무너지는데, 하나는 이빨에 끈끈히 달라붙는 경험의 연속. 거기에 은근슬쩍 달콤함이 퍼져나와 지루하지 않게 혀를 자극합니다.
찰떡을 몇 개 건져먹고 그 위에 팥앙금과 귤을 올렸습니다. 먹고나서 생각해보니 귤은 마지막에 디저트의 디저트로 먹었어야 했나 싶네요. 한천 하나와 팥앙금 조금, 한천 하나와 찰떡 하나 이렇게 먹다보면 어느새 한천 블럭들만 남게 됩니다. 그러면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한천이 없었다면 너무 달았을테고, 한천만 남으니 너무 심심해지는, 먹는 사람의 스킬을 요하는 디저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냉정한 평가를 내리자면, 긴 역사가 주는 기대감에 비해 그렇게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습니다. 안미츠의 찰떡이나 팥앙금은 분명 좋았지만, 50% 이상을 차지하는 한천 블럭은 계륵같은 느낌이었죠.
사실, 일본에서 접해본 많은 유명한 디저트들 중 많은 수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보기에도 좋고 오랜 역사같은 스토리도 괜찮았지만 정작 맛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던 느낌.
제가 살고있는 현대의 디저트가 너무 치열하게 발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저는 이날 먹은 안미츠보다 집근처 튀김 도너츠나 강남역의 송사부 고로케가 더 맛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냥 제 취향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일본을 또 찾게되면 일본 전통 디저트를 또 찾을것 같습니다.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저를 새로 태어나게 만들어주는 것 같거든요. 우에노 산책의 피로감을 달콤하고 역사깊게 풀어주었던 안미츠 미하시. 잘먹었습니다.
* 우에노역 아메요코 시장의 가성비 맛집 '미나토야'/ 참치회덮밥, 연어덮밥, 타코야끼/ 메뉴 및 가격 포함
* 롯폰기 힐즈 모리타워 밤풍경과 카페 크레페/ 도쿄에서 간만에 크레페 흡입/ 치즈케익 크레페, 딸기 크레페 메뉴들 및 가격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