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1권과 2권을 읽고 | 얼어붙은 바다를 지나는 쇄빙선처럼
- 리뷰 이야기 Reviews/책 역사 Books & History
- 2018. 12. 31. 08:00
리디북스에 들어갔다가 '사람들이 지금 많이 읽고 있는 책' 1위에 골든아워가 있는 것을 보고 냉큼 구매했습니다. 2018년 하반기 서점계를 휩쓴 베스트셀러인 골든아워. 외과의사 이국종 교수의 17년 메모를 모은 책입니다.
책의 부제는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입니다. 출판사 서평에는 '골든아워 60분에 생사가 달린 목숨들,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골든아워를 읽어보기 전부터 책의 분위기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약 1년 전인 2017년 11월 탈북한 북한병사의 생명을 살리면서 크게 주목 받은 그 이국종 교수입니다. 그 전에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되어 큰 부상을 입었던 석해균 선장을 담당했던 것도 이국종 교수입니다.
그렇게 막중한 책임감 뒤의 이국종과 그 의료진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열어본 책장. 그곳에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곁 한 영웅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외상센터는 특수성과 상징성은 있으나 항상 적자인탓에 대학병원 경영진에게는 계륵같은 존재입니다. 그곳에 부상을 입고 실려오는 이들은 치료비를 책임질만한 경제력이 부족한 노동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오토바이로 배달하다가 사고가 난 사람,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추락한 사람, 물고기를 잡다가 로프에 몸이 묶인 뱃사람 등 생계를 위해 위험한 환경에서도 근무하는 이들입니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 실려온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이국종을 위시한 중증외상센터 의료진들은 본인들의 삶을 희생합니다. 갈아 넣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부족한 인원으로 휴식은 커녕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용품 지원도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버티고 또 버팁니다. 언젠가는 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이 부서지고 부서져서 더 이상 희망을 가지지 않게 되었음에도 말입니다.
골든아워를 읽다 보면 왜 이국종 교수가 책의 서문에서 이순신 장군을 다룬 '칼의 노래'를 언급했는 지 깨닫게 됩니다.
실제 중증외상 환자들이 겪는 처참한 고통과, 죽어가는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집중하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의료기사 등의 의료인들 및 소방대원들의 분투를 정확히 표현하고 싶었다.
어떤 현란한 문장과 수사를 동원한다고 해도 생사의 경계를 헤매는 이들의 사투를 정확히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내가 읽은 불과 얼마 안 되는 책들 중, 곁에 두고 살아온 소설가 김훈 선생의 '칼의 노래를 등뼈 삼아 글을 정리해 보려 애썼다.
김훈 선생은 자신의 책을 두고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살아 있는 몸으로 감당해내면서 이 알수 없는 무의미와 끝까지 싸우는 한 사내의 운명에 관하여 말하고 싶었다. 희망을 말하지 않고, 희망을 세우지 않고, 가짜 희망에 기대지 않고, 희망 없는 세계를 희망 없이 돌파하는 그 사내의 슬픔과 고난 속에서 경험되지 않은 새로운 희망의 싹이 돋아나기를 나는 바랐다'라고 했다.
내게 '칼의 노래'는 나의 이야기였고, 팀원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힘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 이국종의 '골든아워' 서문 중
책을 다 읽고 남은 이미지는 추운 겨울 얇은 가운 차림으로 응급헬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국종과 간호사들의 모습입니다. 혹은 얼어붙은 바다를 지나는 쇄빙선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이국종은 자력으로 중증 외상 환자를 살리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그는 버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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