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 호텔에서의 밤은 생각보다 포근했고, 기대했던 만큼 소란스러웠습니다. 언제나 불야성을 이루는 이태원 한복판의 호텔이나 당연히 시끄럽겠죠? 그래서 프론트에 가면 귀마개도 주더라구요. 밤 사이 잘 사용했습니다.
이제 해밀턴 호텔을 나서 아침을 먹을 차례!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브런치! 사실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세상 모든 음식이 브런치겠습니다만, 그래도 브런치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낭만이 있죠. 바로 계란과 베이컨! 그래서 오늘은 계란과 베이컨을 즐길 수 있는 가게를 찾아 떠났습니다.
이태원 골목을 헤매다 도착한 곳은 바로 더 플라잉팬 블루입니다. 가게 밖의 메뉴판만 봐도 이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브런치를 파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재밌는건, 이날 주문한 2개 메뉴 중에 저 메뉴판에 있는 요리는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더 플라잉팬 블루의 주력 메뉴는 방사유정란 에그베네딕트라고...
반지하에 위치한 더 플라잉팬 블루에 도착했습니다. 가게 입구가 왠지 아늑하게 느껴집니다.
이태원 더 플라잉팬 블루 위치 지도
오묘한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 여유로운 오전을 더 나른하게 꾸며주는 음식들을 빨리 만나고 싶네요.
반지하 특유의 감성이 살아있는 더 플라잉팬 블루의 모습. 햇빛이 비치는 곳은 밝으면서 안쪽에는 살짝 그늘져 전체적으로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우리만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부지런한 분들이 먼저와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계십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펼쳐보는데 바로 눈에 들어온 것은 재밌는 이름의 농부의 점심! 농부들은 어떤걸 먹을까? 왠지 농부의 점심이라고 하니 건강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습니다. 별 고민없이 눈에 들어온 메뉴로 바로 직진! 그리고 나온 것이 바로 위 사진의 메뉴 입니다.
농부의 점심은 오이피클과 구운 야채, 치즈, 화이트 브래드와 햄 2장, 사과 반쪽, 야자 대추 3개, 양념 2종으로 구성된 소박한 메뉴 입니다. 물론 보기에는 소박해 보이는데, 실제 먹어보면 화려함을 느낄 수 있죠.
잘 구워진 화이트 브래드는 무척 담백합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함이 베어나오고 먹고 나서도 입안에 잔향이 남지 않아 깔끔한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적당히 새콤했던 사과. 저는 왠지 새콤한 사과는 잘먹지 못하는데,(정말 신기하게 사과쨈 같은 것은 잘먹는데 말이죠) 요 사과는 중도를 잘 지켜 맛있게 먹었습니다.(그래도 첫입 베어물때는 눈이 질끈 감겨졌죠.)
화이트 브래드와 두툼한 햄의 조화도 좋았습니다. 농부의 점심은 음식을 각자 따로 먹기보다는 다양하게 조합해서 먹는 것이 더 좋습니다.
함께 나온 양념들은 슴슴한 다른 음식들과 달리 향이 제법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심심할 수 있는 재료들의 질감을 잘 이끌어 줍니다.
가장 좋았던 조합은 화이트 브래드에 치즈를 올리고 소스와 함께 먹는 것이었습니다.
치즈의 고소함이 천천히 입안을 감돌아 브런치 타임의 여유로움이 더욱 진해졌습니다.
디저트로 먹기 딱 좋았던 야자 대추. 온통 담백함으로 가득했던 입안을 달콤하게 안아줍니다.
중간중간에 입맛을 끌어올려주는 피클은 이날 점심의 숨은 공신!
함께 주문한 이태원의 아침에서 달걀을 가져와 함께 먹었습니다.
이 조합도 참 좋았습니다. 호밀빵 위에 햄을 올리고 그 위에 다시 매콤한 소스를 살짝~!
농부의 점심과 함께 나온 이태원의 아침입니다. 두 메뉴 모두 이름이 특이해서 주문했는데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역시 뭐든 이름이 중요하죠!
이태원의 아침은 계란과 베이컨이 함께하는 브런치의 교과서적인 모습입니다.
거기에 빵 한조각과 시금치, 쨈, 감자, 토마토가 함께해 담백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위에서 찍은 이태원의 아침. 예쁜 플레이팅이 인상적이지만, 당시에는 먹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상상밖으로 맛있었던 시금치. 참기름에 살짝 볶았는지 은은한 고소함이 베어있습니다.
이태원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함께해준 더 플라잉팬 블루의 브런치, 농부의 점심과 이태원의 아침이었습니다. 따로 때어놓고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식재료들이지만, 이렇게 모여있으니 서로간의 시너지가 훌륭했습니다.
여유로운 가게 분위기도 브런치 타임의 낭만을 한껏 끌어올려 줬구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은은한 아침겸 점심. 잘먹었습니다.
(이하는 더 플라잉팬 블루의 메뉴판 정보입니다.)
* 관광객처럼 해밀톤 호텔에 숙박해 보았다 | 이태원 나들이 갈 때마다 보이는 그 호텔 스탠다드 트윈룸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