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디지털단지 말뚝곱창/ 좋은 곱창은 씹을수록 향긋하다는걸 알게해주는 곳
- 맛집 이야기 Hot spots/맛집 Restaurants
- 2018. 11. 26. 23:56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이상하게 곱창은 자주 먹지 않습니다. 비싸기도하지만, 오래전 비린맛의 곱창을 잘못 먹었던 기억이 가시지 않아 더 멀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부서회식을 하는 날, 회식장소가 말뚝곱창으로 정해졌을 때 내심 걱정했었죠.
그런데 왠걸, 곱창이 이렇게 향긋한 음식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꽃향기가 베어나는 착각이 들만큼 고소하고 맛있었던 곱창, 구로디지털단지의 말뚝곱창입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역을 건너서 만날 수 있는 말뚝곱창. 구로디지털단지 근방에 여러 지점이 있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4호점입니다.
말뚝곱창 구로디지털단지 4호점 위치 지도
이전에 일반 주택이었던 곳을 개조해만든 것 같은 말뚝곱창 4호점. 그래서 곱창먹는 분위기가 확 살아납니다. 음식점의 분위기를 중시하는 분이라면, 말뚝곱창 4호점의 감각있는 외관을 좋아하실 것 같네요.
안쪽에는 작은 연못도 있어 잠깐 눈길을 쉬어가기 좋습니다.
이날 말뚝곱창에서 주문한 메뉴는 모듬곱창. 사실 함께간 팀원들이 모두 곱창을 즐기는 분들은 아니라서 뭘 먹을지 모를때는 모듬이 최고! 를 외치며 모듬을 주문했습니다.
숫가락과 젓가락이 나무로 되어있어 분위기가 더 사는 것 같네요. 이런 센스 좋습니다.
초벌 구이가 된 곱창 위에 치즈가루가 소복히 내려앉았습니다. 안그래도 고소한 곱창을 더 고소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가루!
넓은 판에 곱창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 나오는 떡과 감자튀김. 한판 가득 곱창이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면 아마도 가격이... 그래도 함께 나온 떡과 감자튀김이 맛있어서 아픈 가슴이 많이 진정되었습니다.
곱창 사진을 잠잘시간에 보니 배가 너무너무 고파오네요. 잘못하면 포스팅 다하고 라면을 먹을 것 같습니다...
함께 나온 순두부 찌개. 그냥 사이드처럼 나온 찌개인데, 적당히 칼칼한 것이 고소하면서 기름진 곱창에 잘 어울렸습니다.
그외 기본찬들. 중간에 계란은 순두부 찌개에 넣어주었습니다.
한소끔 끓어올라 먹을 준비가 끝난 모듬 곱창! 사실 이때까지만도 곱창 무서워, 난 떡만 먹을꺼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래도 용기를 내어 가져온 곱창들. 중앙에는 떡이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네요. 오른쪽에 홀로 떨어진 감자튀김이 외로워 보입니다.
곱창들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 사진. 입에 넣는 순간, 곱창이 녹습니다... 좋은 곱창을 쓴건지, 맛있는 양념을 한건지, 위에 뿌려진 마법가루가 진짜 마술이라도 부린건지 알 수 없지만, 곱창이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잡내 하나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고소함이 입안을 풍성하게 채웁니다.
곱창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어? 이런 생각이 들만큼 농후하게 번지는 지방의 고소함. 몇번 씹다보면 입안이 온통 곱창의 향으로 물들어 숨만 셔도 고소함이 코를 타고 폐안으로 스며듭니다. 한번 맛보면 배가 가득해지기 전까지는 젓가락을 놓을 수 없는 유혹에 이날은 정말정말 과식하고 말았습니다.
곱창에 사이드로 나온 육회와 간? 으로 기억하는 무언가.
간... 으로 추정되는 것은 무섭게 생겼기 때문에 저는 육회만 먹었습니다. 사이드로 조금 나온 육회지만 좋았습니다.
모듬곱창 2판을 해치우고, 배가 빵빵해져 이대로 누워서 자면 딱 좋겠다 싶었는데, 저를 깨우는 절대적인 음식, 볶음밥이 등장했습니다.
고소함이 넘실대는 곱창있던 철판위에 밥을 올리고 김과 옥수수와 파와 계란 후라이, 그위에 다시 소복히 내려앉은 치즈의 무자비한 공습! 제가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세컨드 임팩트가 불 위에서 벌어졌습니다. 출구없는 취향의 감옥에 이날 제대로 걸려들었네요.
사진과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이 맛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소함이 농후하게 압축되어있던 곱창을 볶고난 자리에 밥을 올리고 볶음밥을 만듭니다. 거기에 김과 계란후라이, 치즈가 올라가 곱창의 고소함과 하나가 되어 물결칩니다. 그 정절에 오른 한 숫가락을 떠올려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상상만으로도 혀를 흥분시킬 수 있는 사건이 입안에서 벌어집니다.
이미 곱창으로 가득찬 배지만, 볶음밥 먹을 자리는 따로 있었나 봅니다. 두손든 팀원들을 뒤로하고 열심히 숫가락질을 했습니다. 고기 먹고난 후 볶음밥을 먹을때마다, 한국에서 태어나 다행이라고 속으로 외칩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습니다. 이런 거절할 수 없는 맛의 집합체.
볶음밥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서며 뒤돌아본 말뚝곱창은 짙은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분명 가격도 나가고 인기가 많아 대기도 생기는 곳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가까운 시일내 다시 찾고 싶습니다. 파도처럼 제 마음을 강타하고 사라진 그 고소함에 다시 젖어보고 싶습니다. 잘먹었습니다.
* 구로디지털단지 남도요리 전문점 '해초랑' / 해초 고등어 한상
* 구로디지털단지 점심 맛집 '밥복끼' | 매콤한 소스에 고기 볶아 먹고 볶음밥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