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동안 IPTV로 영화들을 여러 편 보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1편과 2편 모두 천만을 넘긴 대흥행작 '신과 함께' 인데요.
1편을 보고 재미있어서 2편도 이어 결제해버렸네요. 신과 함께! 리뷰를 쓰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 부분을 10가지 꼽아 보았습니다.
먼저 신과 함께 1편에 해당하는 죄와벌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 5가지를 선정해 보았습니다.
1. 이덕춘 캐스팅의 적절함
배우 김향기가 신과함께의 저승 삼차사 중 월직차사인 이덕춘 역할을 맡았는데요. 바가지 헤어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동글동글한 얼굴에 선량한 이미지까지. 역할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함께 원작 웹툰을 보지는 않았지만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는 평이 대부분이네요.
2. 나태지옥의 모습
영화 신과함께는 투자금에 비해 CG가 훌륭한 한국 영화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 쥬라기 월드를 패러디한 공룡들 장면은 '이거 봐라'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는데요.
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CG 장면 중 하나는 나태지옥입니다. 생전에 열심히 일하지 않고 게으름을 많이 피운 이들이 맷돌에 갈리는 듯한 형벌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제가 게으름을 자주 피는 타입이라 뜨끔하고 봤네요.
3. 아이돌 도경수의 기대 이상의 연기
신과함께에서 관심병사인 원일병 역할을 맡은 도경수. 유명한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중 하나이지요. 가수 활동시 이름은 디오라고 하는데 제겐 도경수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네요.
영화 카트에서 배우 염정아의 아들 역할로 나온 것은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영화에 익숙하게 녹아들 줄 아는 연기돌, 배우로 성장했네요. 최근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던데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됩니다.
4. 어린아이 모습인 거짓지옥의 대왕
컬러풀한 막대 사탕을 들고 있는 태산대왕이라니. 깜찍하면서도 무섭습니다. 귀여운 얼굴로 혀를 뽑아버리라는 명령을... 사람 뿐 아니라 그외 존재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지요.
지옥 배경에 모니터와 키보드 같은 것도 보이고 무언가 SF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인상적이었습니다.
5.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폭풍 눈물 장면
신과함께 2편 인과연에 부성애가 흐른다면, 신과함께 1편 죄와벌에 흐르고 있는 것은 모성애입니다. 소방관 김자홍과 그의 동생 김수홍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의 가족애가 영화의 감정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군대에서 사고사한 김수홍이 어머니의 꿈에 나타나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장면은 신과 함께 결말의 클라이막스 입니다.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관객들이 드물 듯 합니다. 저도 눈물을 꾹 참다가 배우 김동욱의 "형 이새끼가, 그 병신같은 새끼가 엄마한테 미안해가지고..."라는 대목에서 결국 눈물샘이 터졌습니다.
현실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는 엄마가 수홍의 꿈속에서는 목소리를 내는데요. "내 새끼... 니들은 아무 잘못한 게 없어. 다 이 못난 엄마가 잘못한 거야"라며 자식들을 용서하는 발언을 하는 것에서 눈물을 쏟았다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억지로 눈물을 강요하는 듯한 한국식 신파라며 비판하는 평도 있었지만 저는 내용이 괜찮으면 신파도 괜찮아라는 쪽이라서 즐겁게 보았습니다.
김동욱씨의 김수홍 연기와 어머니 역할을 맡은 예수정 씨의 표정 연기가 일품이었습니다.
다음은 신과함께 2편에 해당하는 인과연에서 5가지 인상적인 부분을 꼽아 보았습니다. 신과함께 1편의 쿠키 영상에서 인상적으로 등장했던 성주신 역의 마동석이 저승 삼차사의 천 년전 과거를 알게 해주는데요.
1. 고려라는 역사적 배경과 북방의 오랑캐 캐릭터들
일직차사 해원맥(주지훈 역)의 과거는 천년 전 고려시대 최고의 무사였습니다. 그는 고려 북방의 경계선을 지키고 있었는데요. 영화 속에서 하얀삵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여진족을 공포에 떨게 합니다.
사실 해원맥은 고려인 출신이 아니고 고려 귀족 강문직의 양자로 들어간 거란족 소년이었습니다. 해원맥이 속하게 된 가문의 친자가 바로 삼차사의 리더 강림(하정우 역)이고요.
덕춘은 과거 부모를 잃은 여진족 소녀로 나옵니다. 안타깝게도 여진족 소녀 덕춘의 부모를 죽게 한 것은 해원맥입니다.
해원맥은 우연히 덕춘을 비롯한 여진족 고아들을 알게 되고 그들을 딱하게 여겨 보살펴 주게 됩니다. 고려군의 군량미를 빼돌리면서까지요.
그런 해원맥을 차갑게 응징한 것이 바로 강림입니다. 이렇게 삼차사의 인연이 얽혀 있었던 것이지요.
여기서 신과함께의 과거 역사적 배경! 삼차사의 과거 이야기를 보고 난후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 보았는데요. 천년 전이라면 고려 현종때로 추정됩니다.
고려시대 현종 때 크게 세 차례 거란족의 침입이 있었습니다. 거란의 두 번째 침입때는 거란에게 고려의 수도인 개경을 점령당해 현종이 나주로 피신했었다네요.
다행히 거란의 3차 침입때는 그 유명한 강감찬이 대군을 격파했습니다. 우리나라 3대 대첩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귀주대첩이 바로 이 때의 역사입니다.
참고로 우리 역사의 다른 3대 대첩은 삼국시대때 동북아 최강국이던 수나라를 물리친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 조선 시대 왜군의 침입을 학익진 전법으로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입니다.
영화 신과함께에서는 고려와 거란족, 그리고 고려와 여진족의 충돌이 짧은 시간 차를 두고 일어나는데요. 실제로 고려와 여진족과의 본격적인 충돌은 좀 더 후대의 일입니다.
중국 역사에서 거란족은 요나라, 여진족은 금나라를 세운 이들입니다. 요나라와 금나라 시대 사이에 송나라가 있습니다.
신과함께 덕분에 역사 공부를 다시 했네요.
2. 오달수의 빈자리
신과함께 2편에서는 미투 스캔들에 얽혀버린 배우 오달수 대신 조한철 배우가 판관 역을 맡았습니다. 본래 신과함께 1편과 2편은 동시에 촬영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판관 1이 등장하는 장면을 재촬영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오달수 배우의 하차가 아쉬웠습니다. 조한철 배우의 연기 자체는 나무랄 곳 없었지만 오달수 배우 특유의 외관과 발성이 어우러져 풍기는 코믹한 느낌은 대신하기 어려웠지요.
3. 성주신의 주식 펀드 몰빵! 존버는 승리한다?
철거촌의 노인 허춘삼(남일우 역)과 그의 손자 현동의 곁을 지키고 있는 가택신 성주신(마동석 역). 그는 허춘삼이 토지 보상비로 받은 돈을 주식과 펀드에 투자해두었습니다.
손실이 큰 상황이라 사채업자와 정부 철거반 양쪽에 압박을 받고 있는데. 그럼에도 존버하며 '주식은 오를거야!'라고 외치는 성주신(그의 내심은 '부동산에 투자할 걸'하는 후회를 하고 있지만요.)
이러한 성주신의 모습은 신과함께 2편의 코믹 요소입니다. 기대한 방향과 달리 가볍다는 평도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신과함께 2편 결말이 다가오며 성주신은 불의의 사고로 사라지지만 진짜 주식이 오릅니다!
4. 너 나랑 같이 일하나 같이하자, 저승 차사가 된 수홍
신과함께 인과연의 결말이 끝나고 첫번째 쿠키 영상에서는 원귀이자 마흔 아홉 번째 귀인이 되어준 김수홍이 등장합니다. 염라대왕이 그를 찾아와 함께 일하지 않겠냐고 제안하죠.
영화 신세계와 비슷한 대사, 다른 느낌입니다. 함께?라는 수홍의 답변은 왠지 즐거운 기분을 안겨줍니다. 또한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신과 함께인지 상기시켜 줍니다.
5. 염라대왕의 츤데레 부성애
신과함께 인과연의 프롤로그는 두번째 쿠키 영상으로 정리됩니다. 프롤로그에서 해원맥을 죽이고 본인도 죽음을 앞둔 강림에게 염라대왕이 찾아와 물었지요. '왜 우는 것이냐. 슬퍼서 우는 것이냐, 억울해서 우는 것이냐?'라고요.
염라대왕은 강림을 심판하지 않고 그와 함께 해원맥 그리고 덕춘을 저승 차사로 만들어줍니다. 어떻게 보면 특혜인데 알고 보니 염라대왕은 강림의 친아버지, 해원맥에게는 양아버지였던 강문직 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죽음을 앞둔 강문직에게 염라대왕이 찾아와 천년동안 일할 다음 염라대왕 자리를 제안했던 것이죠. (인재를 스카웃 하는데 열심인 염라대왕들!) 강문직은 염라대왕 자리를 수락하는 대신 자신의 모습을 이정재 모습으로 바꿔달라고 합니다!
이정재는 특별출연이라고 하는데 분량이 거의 준주연급이네요.
여튼 염라대왕은 사이가 꼬여버린 아들들의 모습을 그대로 두고 눈을 감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이로서 신과함께의 프롤로그와 과거의 주요 떡밥 등이 회수 됩니다.
(다만 성주신이 왜 천년 전 저승 차사에서 가택신인 성주신이 되었는지?는 의문 중 하나로 남네요.)
영화 신과함께 연휴동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시리즈 두편다 천만이 넘을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만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하는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하는데요.
앞으로도 신과함께 처럼 한국 신화와 역사를 담은 판타지 영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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