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앤아웃을 표방하는 크라이 치즈버거가 양재에 상륙했네요. 샌프란시스코에서 맛있게 먹은 인앤아웃 버거가 기억나 휴일에 찾아보았습니다. 실제로 인앤아웃 느낌은 거의 나지 않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넘치는 버거, 크라이 치즈버거 입니다.
문닫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찾은 양재 크라이 치즈버거. 영업시간이 밤 9시30분까지입니다.
크라이 치즈버거의 위치는 양재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이내 거리입니다.
건물 외관이 귀엽네요. 노란색 단색으로 꾸며진 매장이 딱 보기에도 우리는 심플한 메뉴를 판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크라이 치즈버거는 정말정말 필요한 메뉴만 딱 갖추고 있죠. 잘하는 메뉴에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은 인앤아웃과 비슷하네요.
매장내 유아용 시트도 있어 쪼꼬미들과 찾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카운터에서 훤히 보이는 오픈주방. 이 부분도 인앤아웃과 유사하네요. 처음 인앤아웃의 오픈주방을 봤을 때 충격이었죠. 이렇게 정직한 주방이라면 믿고 먹어도 된다! 요즘은 오픈주방이 좀 흔해졌지만, 그래도 오픈주방이 주는 믿음은 저에게 여전히 스트라이크입니다.
메뉴는 정말정말 단순합니다. 버거는 크라이 치즈버거, 크라이 더블 치즈버거로 끝! 거기에 사이드로 감자튀김 or 치즈감자튀김,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쉐이크가 전부입니다.
수십가지 메뉴가 선택장애를 부르는 다른 햄버거가게와는 완전 다른 느낌. 그만큼 저 치즈버거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죠?
한쪽에 놓인 셀프바. 케찹과 핫소스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핫소스는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요? 햄버거에 뿌려먹으려나?
탄산음료 기계는 흔한 친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라이 치즈버거의 독특함은 그 왼쪽에 존재합니다.
바로 체리, 수박, 사과 원액이 나오는 곳이 따로 있다는 점. 체리 원액에 콜라를 섞으면 체리콕이 된다고 적해있네요. 아마 닥퍼페퍼맛이 아닐까 합니다.
독특한 체리 원액. 옆에는 수박, 사과 & 케일, 아이스워터 원액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왠지 콜라는 안섞고 원액 그대로 마셔보고 싶은 유혹이 느껴지네요.
호주산 고기를 제외한 모든 원재료는 국내산입니다. 좋은 가게군요.
매장 안도 심플하네요. 브랜드 컬러인 노란색을 베이스로 하얀색 테이블을 배치해 청량감을 더했습니다.
의자가 딱딱한 것은 조금 아쉬운 점이지만, 세상 모든 페스트푸드점이 똑같으니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군요.
주문한 메뉴들이 나왔습니다. 크라이 치즈버거라 그런지 포장 메뉴들이 울고 있습니다. 뭔가... 무섭잖아...
울거나 말거나 집으로 데려온 치즈버거.
요기에 크라이 치즈버거가 들어있습니다. CCB밑에 아트는 치즈 녹은 것을 표현하는 거겠죠? 우는거 말고?
울지마. 그러면 나도 슬퍼지잖아. 치즈감자튀김 케이스 입니다.
쉐이크도 우는 크라이 치즈버거. 쉐이크는 역시 밀크쉐이크죠.
그리고 봉투안에는 대망의 크라이 더블 치즈버거가 들어있습니다.
미국 인앤아웃 버거와 비교했을 때 비쥬얼 면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 군요.
아삭아삭한 상추와 잘 구워진 패티, 거기에 녹아 흐르는 치즈가 어우러져 좋은 느낌을 만들었습니다. 가격도 나쁘지 않네요. 제가 인앤아웃을 갔을때가 벌써 수년 전인데, 그때 가격으로 3500 ~ 4000원 정도였습니다.
크라이 더블치즈버거가 4200원인데, 구성은 인앤아웃 버거와 비슷하니,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인앤아웃의 가성비를 보여준다고 평해도 될 것 같습니다.
맛은 한국사람 입맛 기준 크라이 치즈버거가 더 맛있습니다. 철저히 제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일단 미국의 인앤아웃 버거는 약간 짠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크라이 버거는 간도 적당하고 패티도 잘 구워져 먹는 순간 맛있다!는 단어가 머리 왼쪽에서 출발해 뇌를 거쳐 오른쪽 미간으로 빠져나갈 정도였습니다.
패티 자체는 쉑쉑버거나 기타 수제버거집들의 육즙 가득한 패티는 아닙니다. 버거킹이나 맥도날드식의 좀 마른 느낌의 패티인데, 이쪽 취향이 맞으시는 분이라면 분명 다른 버거 프렌차이즈보다 맛있다고 느끼실 듯 합니다.
씹는 맛이 잘 살아있고 무엇보다 야채와의 조화를 잘 살렸습니다. 패티가 빵, 야채, 치즈 사이에서 따로돌지 않고 좋은 균형을 보여줍니다. 먹는 동안 상추에서 고기맛이 나네, 신기하네, 싶을 정도로 부재료들과 훌륭한 하모니를 연출했죠.
함께 주문한 치즈감자튀김. 가격은 일반 감자튀김보다 75% 가량 비싸지만 주문할 가치가 있는 메뉴입니다. 감자튀김에 치즈가 듬뿍이다 못해 아주 넘치는 수준입니다. 거기에 제대로 캬라멜라이즈된 양파까지 더해져 있으니 투썸업이 아깝지 않습니다.
쉐이크쉑 스타일로 감자튀김은 밀크쉐이크에 찍어먹으면 더 좋습니다. 밀크쉐이크만 따진다면 쉑쉑쪽이 더 맛있는 느낌이네요.
한국의 인앤아웃! 크라이 치즈버거에서 수년 전 찾았던 샌프란시스코의 느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앤아웃을 표방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크라이 버거만의 매력이 분명했기에 더 만족스러웠죠. 집 근처에 좋은 버거집이 하나 더 늘어서 버거가 먹고 싶은 날이면 행복한 고민이 더 길어질것 같네요. 잘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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