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들어온 일본 체인점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곳은 마루가메 제면과 돈까스 전문점, 카쯔야 입니다. 둘 중 일본적인 분위기가 더 물씬 나는 곳은 카쯔야죠. 메뉴판의 한글만 없다면 일본 분위기 그대로 돈카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포장하면 가격도 저렴!
돈까스가 먹고싶을 때 저의 혀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가게인 카쯔야. 오늘은 카쯔야에서 냉면과 돈카츠를 함께 먹을 수 있는 로망이 가득한 메뉴를 만나고 왔습니다.
카쯔야 강남점. 외관에서 풍기는 포스가 매우 일본일본스럽습니다.
카쯔야 강남점의 위치 지도
가게에 들어가서 바로 2층으로 안내 받았습니다. 살짝 늦게 도착했더니 1층은 마감 중이네요. 저녁먹기에 늦은 시간이지만 돈까스에 대한 열망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듯,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오늘 먹을 메뉴는 냉면과 카츠가 함께 나오는 오로시물냉면, 비빔냉면과 로스카츠, 카라아게입니다. 평소에 너무너무 먹어보고 싶었던 조합인데 카쯔야에서 드디어 먹어보는 군요!
신림의 육쌈냉면 본점을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고기주는 냉면을 즐겨먹는 편인데 돈까스와 냉면의 조합은 왠지 불고기와는 다른 맛을 내줄 것 같네요. 그것도 돈까스 전문점의 돈까스니 믿고 먹어도 되지 않을까요? (물론 냉면전문점은 아니라는 것이 함정...)
제법 걸려서 나온 카쯔야의 물냉면과 로스카츠입니다.
이쪽은 비빔냉면과 카라아게 조합! 저 비빔냉면의 양념장은 정직하게 매콤해서 1/3 정도 덜어내고 먹었습니다.(그래도 매콤매콤!)
오늘 제 물냉면에 화룡정점을 찍어줄 돈까스! 돈까스 나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봤을 상상, 냉면에 돈까스를 넣어 먹으면 어떤 맛일까? 를 드디어 실현하는군요.
오로시물냉면에 함께 나오는 간 무와 계란, 오이. 저 무는 꼭 넣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냉면에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엄청 강해집니다.(저는 물냉면을 조금 맛보고 무를 넣었는데, 넣기 전과 후가 완전 다른 음식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매콤함을 담당해줄 비빔냉면입니다.
가라아게가 많지 않아서 슬프네요. 하지만 촉촉해서 좋았습니다.
비빔냉면에도 빠지지 않는 갈은 무.
물냉면에서 돈까스를 올리고 냉면육수가 돈까스에 스며들기를 잠깐(2~3초?) 기다립니다.
그리고 면을 감싸서 후루룩!
이번에는 육수에 돈카츠를 듬뿍 담궈서 후루룩! 원래 따뜻하게 먹는 음식인 돈까스를 차가운 냉면과 조화시킨 발상이 훌륭합니다. 향긋한 무가 시원함을 더해준 냉면의 육수도 좋았고, 거기에 바삭함과 고소함을 추가해준 돈까스도 좋았습니다.
물론 냉면과 돈까스는 찰떡궁합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바삭함이 생명인 돈까스의 튀김옷은 냉면 육수에 잠들어버리고, 냉면의 한기에 돈까스 육질의 쥬시함이 묻혀지죠. 하지만 처음에 차가운 상태로 입안에 들어가 별로 존재감이 없었던 돈까스가 씹으면 씹을 수록 살아나는 느낌은, 냉면 & 돈까스 조합이 아니라면 접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베스트라고는 할 수 없지만, 유니크함만은 인정! 훌륭함보다 독특함을 사랑하는 저에게 냉면과 돈까스, 한국과 일본의 만남은 빠질 수 밖에 없는 조합이네요.
다음은 카쯔야의 비빔냉면입니다.
돈까스를 올린 비빔냉면은, 물냉면과는 또 다른 풍미가 있네요. 물냉면에 숨어든 돈까스가 입안에서 시간차 공격을 한다면, 비빔냉면을 탄 돈까스는 천리마를 타고 전장을 누비는 관우처럼 입안을 종횡무진 뛰어다닙니다. 돈까스가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바삭한 식감으로 혀를 공격하는 동시에 비빔냉면이 매콤함으로 다시 입속을 정복하죠.
비빔냉면과 돈까스도 환상의 콤비는 아닙니다. 도리어 너무도 이질적인 조합이죠. 육수가 온도를 낮게 유지해 주는 물냉과 달리 혼자 힘으로 달리는 비냉은 돈까스를 만나면 미지근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매콤한 비냉과 고소한 돈까스의 만남은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먹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평소에 매콤하면서 고소한 음식은 잘 없기때문이죠. 고소함과 매콤함이란 어울리지 않는 두 맛이 입안을 어지럽히는 거친 느낌이 매력적이라 먹고나서 만족감이 컸습니다.
가라아게도 훌륭. 특히 가라아게의 촉촉함이 냉면과 잘 어울렸습니다.
냉면과 돈까스, 가라아게는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닙니다. 일단 물냉과 만난 돈까스는 입안에 들어가 한동안 아무맛도 안날 정도죠. 하지만 지루한 전주가 끝나고 돈까스가 각성하는 순간부터 새로운 맛의 오페라가 펼쳐지는 그 시간차 공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돈까스가 비냉을 타고 입안을 달리며 야생의 맛을 선사한 비냉 & 돈까스 조합도 흥미로웠구요.
냉면과 돈까스는 너무 맛있거나 남에게 막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아닙니다. 하지만, 돈까스를 좋아하고, 냉면을 좋아하고, 돈까스나베를 좋아하며 독특한 음식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이라면 더위도 잊고 즐겁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잘먹었습니다.
* 구로디지털단지 지밸리몰 마루가메 제면/ 가케우동, 야채가키아게
* 충무로 필동면옥의 평양냉면 후기/ 냉면계의 샤넬이라 불러다오/ 메뉴 및 가격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