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나들이를 하던 중 맞이한 저녁시간. 갑자기 급하게 배가 고파서 뭔가 검색할 여유도 없이 눈에 띄는 집을 찾았습니다. 바로 라멘 전문점 고멘. 지난번에 이어, 두번째 방문인데요, 첫번째 방문에서는 그렇게 강한 인상은 아니었네요. 그러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며 고멘의 문을 열었습니다.
대학로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라멘가게 고멘. 단층짜리 가로로 넓은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대학로 라멘가게 고멘의 위치 지도
일본어로 고멘... 이라고 한다면 미안... 이라는 뜻일텐데...
돈코츠 라멘을 주력으로 다양한 사이드 메뉴가 있습니다. 오늘 선택한 메뉴는 돈코츠 라멘과 돈까스 덮밥인 가츠동! 지난번 먹었던 돈코츠 라멘이 강한 인상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밖에 잔뜩 걸려있던 소원을 적는 작은 나무 판자는 가게에서 판매하네요. 2000원 입니다.
식사시간이라 라멘을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벌써 업력이 10년이 넘은 가게네요.
보통 스테미나멘이라고 하면 차슈를 듬뿍듬뿍 올려주는 라멘을 뜻했던 것 같은데 고멘의 스테미나멘은 마늘을 넣은 라멘을 뜻하네요.
일반 단무지보다는 더 꼬들꼬들하고 덜 새콤한 단무지. 맛이 강한 돈코츠라멘에는 이런 꼬들거리는 단무지가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먼저 온 손님이 많아 조금 기다렸습니다. 기대하던 돈코츠라멘과 가츠동 등장!
저번에도 이랬던가? 싶을 정도로 돈코츠 향이 강합니다. 가게에 들어설 때 부터 이미 청국장 냄새 비슷하게 돈코츠 향이 코를 간지럽혔는데 라멘이 나오니 확실해 지내요. 국물을 정말 진하게 뽑아냈습니다.
터프한 돈코츠라멘에 비해 가츠동을 평범한 편입니다. 너무 얌전해 어색할 정도.
차슈는 일반적입니다. 차슈에도 돈코츠 향이 진하게 베어있는 것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부터 돈코츠 향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비틀비틀하시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향이 강렬합니다.
면과 국물을 함께 먹어보니 확 하고 달려드는 강렬한 돈코츠의 향! 대학로라면 나름 대중성을 더 추구해야 할 것 같은 입지인데, 이렇게 허리끈 풀고 마음대로 우려낸 진한 돈코츠 국물이라니, 놀랍네요.
정자동의 코이라멘 같이 아부라, 돼지기름이 가득한 그런 농후함이 아니라 돼지육수 특유의 비릿내까지 신경쓰지 않고 푹 우려낸 꼬릿하면서 구수한 진함입니다. 대중성을 고려해야하는 대학로에서 이런 진한 국물로 승부를 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불안함을 이겨내고 가게를 이끌어간 창업자분께 박수를 쳐드리고 싶네요.
반숙 계란도 적당한 맛이었습니다.
가츠동도 일반적인 가츠동이네요.
소스와 계란을 다루는 솜씨는 괜찮았습니다. 특히 반숙계란은 라멘보다 좋았네요.
돈까스 고기는 뭐랄까, 너무 부드럽다고 해야 할까요? 이게 정말 일반 고기로 만든 돈까스가 맞는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엄첨 쥬시한 것도 아니고... 제 입에는 잘 맞았는데 이것도 분명 호불호를 탈 것 같은 느낌이네요.
분주한 주방의 모습.
대학로 대로변에 위치한 가게치고 정말 매니악할 수 있는 라멘을 보여준 고멘. 이런 입지에서 이렇게 푹 우려낸 꼬릿한 육수로 라멘을 만들어 팔아도 되는건가? 싶지만, 10년을 버텨왔으니 괜찮은가 봅니다. 구수하고 진한 돈코츠 국물을 좋아하는 제 입에는 분명 괜찮은 라멘이었지만, 라멘을 많이 접하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쉽지 않은 가게네요.
라멘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나쁘지 않았다고 평할 것 같습니다. 국물은 제 취향이었지만, 나머지 부분들에서 평범한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그래도 분명한 건 다음 대학로 방문때 라멘이 생각나면 1순위로 떠오를 가게라는 점입니다. 잘먹었습니다.
* 대학로 연극 '내 모든 걸' 후기/ 한성아트홀 2관/ 극작 김원진, 연출 안세빈, 출연 배우 김기정, 한이연, 이원선
* 홍대 라멘의 강타자! 부탄츄 | 드래곤멘 면종류 선택, 울퉁불퉁 식감 즐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