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에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매우 신성한 의식입니다. 마음을 최대한 비워야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죠. 마음을 비우기에 카페만큼 좋은 곳은 없습니다. 커피를 마셔도,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좋은 카페에서 그저 앉아만 있어도 고민은 가라앉고 마음은 청명해지죠.
오늘은 충무로에서 자주가는 피플스 카페가 문을 닫아 새로운 카페를 찾았습니다. 예쁜 건물과 귀여운 비글이 인상적인 에빈스커피가 눈에 들어오네요. 새로운 것을 받기 위해 지난 것을 비워내는 오후의 한때. 편안한 분위기의 에빈스 커피 스토리입니다.
모퉁이에 삼각형으로 생긴 에빈스 커피 스토리는 3층구성의 예쁜 단독건물 카페입니다. 벽화도 예쁘고 외부 색깔도 편한 느낌이라 바로 여기! 를 외치며 카페문을 열었습니다.
(지도에서는 에빈의 커피이야기 라고 검색되네요.)
에빈스 커피의 마스코트, 비글 아가씨. 사람을 잘 따라서 멍뭉이를 무서워하는 저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카페에 들어가 바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에어컨이 시원합니다. 여름의 시원한 카페는 사막의 오아시스죠. 서울은 곳곳에 피난소같은 카페들이 많아 좋습니다.
2층까지 따라 올라온 비글. 눈이 똘망똘망 너무 귀엽네요.
낯선 사람도 잘 따릅니다. 비글이라고 하지만 엄청 순하고 조용한 멍뭉이.
파스텔톤 카페 인테리어가 마음을 편한하게 주물러줍니다.
감정이 고여 꽉 막혔던 곳들이 흐물흐물 풀어지는 느낌.
창가에 기대 책을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네요.
2층에는 복층 자리와 안쪽으로 쏙 들어간 좌식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 혼자가시면 매우 높은 확률로 커플들의 러브러브 어택에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커피 잘 마시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비글. 한바퀴 쓱 돌고 내려갑니다.
다음에는 저 왼쪽 창가자리에 앉아야 겠네요. 시집을 하나 챙겨가야 겠습니다.
3층도 있네요.
조용한 3층.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유는 무지 덥습니다... 3층에는 에어컨이 안와요. 무지무지 더워요.
하지만 그건 여름한정이고 3층에는 테라스 테이블도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이곳이 바로 제자리가 될 것 같네요.
파란색 지붕 덕분에 분위기가 산 테라스의 풍경. 가을에 다시 와야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영화시간이 다되어 내려가는 중입니다.
1층에는 다양한 커피 관련 물건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원두볶는 기계. 저는 원두 볶는 향이 그렇게 좋더라구요.
원두 볶는 기계 사서 커피는 안마셔도 원두만 볶아 향에 취하고 싶습니다.
화장실은 남녀 분리되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어서 추가점수!
떠나는 우리를 배웅해주는 비글아가씨. 다음에 또 만나요~
파스텔 색감에 잠겨 굳은 마음에 잔뜩 마사지 받고 온 기분입니다. 비글도 귀엽고 카페의 인테리어가 너무너무 제 취향이라 충무로 대한극장 영화관람의 필수코스 낙점이네요. 커피맛은 무난무난했습니다. 이거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카페가 참 예뻐서 아메리카노 주문했는데 제주삼다수가 나왔어도 별생각없이 마셨을 것 같은 기분이네요.
가을이 오면 테라스 테이블에 앉아 평소에는 들춰보지 않던 시집(표지가 예쁜걸로)을 펼쳐들고 싶습니다. 참 즐거웠습니다.
* 충무로 대한극장/ 어르신들도 친숙한 '반세기 역사'의 영화관 관람
* 충무로 맛집 '동대닭한마리'에서 저녁식사/ 닭한마리 양념장에 찍어먹고 볶음밥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