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좋은 날에는 외출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습니다.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외출을 해야하는데 이번 주말에는 뭐가 좋을까 고심하던 중, 연극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항상 주말에는 영화와 함께 했으니 이번에는 연극으로 가자! 대책없이 집을 나서면서 연극 좋아하는 친구에게 볼만하고 시간맞는 연극을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친구가 불러준 리스트 중 특이한 소재가 끌렸던 연극, 내 모든 걸. 배우와 깊게 호흡할 수 있어 좋은 소극장 연극이 이번 주말의 활력소 입니다.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대학로 혜화역 4번 출구로 나왔습니다.
한성아트홀 건물은 혜화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됩니다.
한성아트홀 가는길 지도
소리를 점점 잃어가는 지휘자가 여자주인공에게 수화를 배우는 이야기가 내 모든 걸의 시놉시스입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지휘자로서, 음악인으로써 생명을 잃는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제목이 내 모든 걸 인가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인에게 음악을 잃는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과 같을테니까요.
한성아트홀 지하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연극 '내 모든걸'의 포스터가 붙어있네요.
이연컴퍼니에서 제작했는데, 여자 주인공 배우가 한이연! 여자 주인공 배우분이 대표신가 봅니다.
연극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 프론트의 청년 또는 아저씨가 친절했습니다.
연극이 모두 끝나고 포토 타임. 뒤에 서 계신 3분이 연극 내 모든걸의 배우님들이시죠.
왼쪽이 건우역의 김기정 배우님. 처음에는 발성이 좀 불안하지 않은가 했는데, 극이 초반을 넘어가면서 안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초반에는 청력을 잃어가는 지휘자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네요. 후반에 폭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중간이 이유역의 한이연 배우님.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시는데, 역할에 완전 동화된 것이 느껴졌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역인데, 완급조절을 잘하셔서 관객들이 감정선을 따라가기 좋았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아빠와 건우 친구 외 다역을 맡으신 이원선 배우님. 여러 역할을 하시는데 어쩜 이렇게 다른 사람 같은지. 아빠의 배우와 말미에 나오는 PD가 같은 사람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네요.(이분이 일인다역 하시는 건 알았지만, 아빠역은 분명 한 명이 따로 맡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성격이 완전 다른 여러 인물을 위화감 없이 소화하셔서 극의 몰입에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앞의 두분도 프로 배우로 너무 훌륭하셨지만, 저는 왠지 이원선 배우님께 더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었습니다.
내 모든 걸 은 이런 로맨스 계열 연극에서 기대할 만한 것들을 적절히 갖추고 있습니다. 위기에 빠진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도움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흔한 스토리죠. 여기에 캔디같지만, 독특한 매력을 숨긴 여자주인공 이유 라는 캐릭터가 극에 생기를 더해줍니다.
한이연 배우의 연기가 너무너무 이유 라는 캐릭터 자체 같아서 소극장이 넓어보이는 효과가! 거기에 적절한 타이밍으로 터지는 웃음이 더해져 편한 마음으로 초, 중반을 볼 수 있었습니다.
후반에는 이제까지 쌓았던 것을 터뜨리는 장면인데, 감동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마무리 스킬이 좋았습니다. 스포 같아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김기정 배우는 실제 지휘를 연습하신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영화들이 깔끔한 엔딩을 보이지 못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는데, 그 감독들 전부 불러서 내 모든 걸을 한 5번 정도 관람시키고 싶었습니다. 모든 한국영화가 내 모든 걸 처럼 마무리를 깔끔하게 지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주말 오후를 신선하게 책임져준 연극 내 모든 걸. 참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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