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천하의 주방이라 불리는, 일본 미식 여행의 성지, 가을 날 오사카에 다녀왔습니다. 두번째 오사카 방문이네요. 이전에는 출장으로 왔기 때문에 거의 회사-지하식당의 무한 반복이어서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관광으로 왔습니다.
이전 방문때 먹어보지 못한 모든 것을 먹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비행기 타기 직전까지 공복을 유지했습니다. 이제 제대로 야무지게 먹겠다는 의미에서 구호를 외칩니다. 먹자, 먹자, 또먹자!
오사카에 도착 후 바로 향한 곳은 오사카 최고의 번화가, 도톤보리! 이곳은 사방이 맛집으로 구성된 미식여행의 성지같은 곳이죠. 물론 최근에는 많이 관광지화되어 아쉽다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래도 오사카의 분위기, 맛, 그리고 거기에 푹 빠진 사람들을 접하기에 아직 도톤보리만한 곳은 없다고 하네요.
오사카 도톤보리 지도
오사카에는 다양한 상징들이 있는데, 이 대게 조형물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것말고도 커다른 용이 매달려 있기도 하고 문어가 달려 있기도 하고 왠 쫄쫄이 아저씨가 양손을 들고 해맑은 미소를 짓기도 하죠. 이런 조형물들을 찾아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도 오사카 여행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먹부림의 메카, 오사카 도톤보리에 왔으니 바로 식사를 해야겠죠. 제가 찾은 곳은 사츠맛코 라멘입니다. 도톤보리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라멘집은 아무래도 킨류라멘이 아닐까 하는데요, 킨류라멘은 기름기를 쪽 뺀 담백한 맛으로 관광객들에게 잘 맞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리스트에서 제외했습니다.
대신 저의 리스트에 오른 라멘가게는 창업한지 반세기가 넘은 사츠맛코 라멘 도톤보리 점입니다. 마늘라멘으로 유명한 관광객들보다는 현지인이 더 많은 곳인데, 현지인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라멘을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라멘의 가격은 950엔입니다. 관광지 프라이스라는 느낌이지만 이곳 말고 다른 지점들도 다 같거나 비슷한 가격이라고 하네요. 참 계산은 현금만 된다고 하니 중요체크! (사실 일본은 많은 점포가 카드를 받지 않아 현금을 꼭 챙겨야 합니다.)
일본 메뉴만 사진으로 남겼는데, 한국어 메뉴도 있다고 하니 점원에게 문의주세요.
2층에도 자리가 있지만, 저희는 바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음식만드는 모습이 보이는 바자리에 앉으면 비밀을 훔쳐보는 스파이가 된 것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하죠.
매운 가루인데 라멘을 먹던 중간에 넣으면 풍미를 살려줍니다. 매콤한 라멘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라멘을 반정도 먹고 도전해 보세요.
드디어 나온 마늘 라멘. 가격이 좀 있는 만큼 차슈가 풍성합니다. 국물에는 마늘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사츠맛코 라멘은 정통 돈코츠라멘을 지향하는 가게로, 국물을 우려내는데 자비가 없습니다. 돼지뼈를 푹 끓여서 진한 국물을 마지막까지 뽑아내죠.
앞서 언급했던 킨류라멘이 소프트한 진함을 갖는다면, 사츠맛코는 진한 국물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물을 진하게 내면 필연적으로 비린향이 날 수 있죠. 잡내를 잡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사츠맛코 라멘이 선택한 방법은 마늘의 대량 투하! 그래서 돈코츠의 진함과 마늘의 매콤함에 익숙치않은 관광객들에게는 쉽게 추천할 수 없는 라멘집입니다.
하지만 한 두번 먹다보면 정직한 돈코츠의 풍미에 중독될 수 있는 라멘집이기도 하죠. 현지인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아마 처음에는 과격하지만, 먹다보면 중독되는 진한 국물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츠맛코라멘은 김치를 제공하는데요, 진한 국물에 김치만큼 어울리는 파트너는 없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본 사람들도 김치를 자주 찾는다고 하네요. 역시 맛있는 음식에 국경은 없습니다.
미식의 도시, 오사카의 포문을 연 진한 마늘라멘 도톤보리의 삿츠맛코 라멘. 한국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아랫니 꽉문 진한 국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에 오사카를 간다면 이번에는 본점을 찾아보고 싶네요. 잘먹었습니다.
* 후쿠오카 여행/ 자정 넘어 심야 라멘을 먹을 수 있는 곳/ 하카타 라멘집 일천문
* 홋카이도 자유여행/ 삿포로 라멘공화국, 홋카이도 도청 구본청사, 클라크 박사 흉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