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나가사키 부두 풍경
- 여행 이야기 Travel/해외여행 World
- 2018. 10. 14. 23:14
숙소에 짐을 풀고 간식을 먹은 후 사진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나가사키 부두에 석양이 질 때가 되었기 때문이죠.
바닷가에서 보는 석양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어디에 있든 공평하게 아름다움을 내려주죠. 왜 어둠이 깔리기 전, 하늘은 아름답게 변할까요? 왜 그 순간을 매직아워라고 하며 찬양할까요? 왜 어둠과 적막이 오기직전을 기다릴까요? 풀리지않는 의문을 품고 나가사기 부두로 향합니다.
나가사키는 일본의 최초 개항지였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서양풍 건물들이 남아있습니다. 일본인이 지은 서양풍 건물이라든지, 부두 풍경 그리고 중식당이 많은 점이라든지는 한국의 도시 군산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잠깐 걸어 도착한 나가사키 부두. 데지마워프입니다. 석양을 구경하기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고 바로 앞에 식당들이 모여있어 저녁을 먹기도 좋은 곳이죠. 연인들이 함께와 석양에 물든 바다를 보며 산책을 즐긴 후 저녁에 와인 한잔을 나눈다면 이보다 로멘틱한 데이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산 너머에서 피어오르는 석양의 연기가 바다 위에 소리없이 떨어집니다. 물 위에 몸을 맡긴 배는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둠에 삼켜지기 직전, 스완송처럼 온힘을 다해 최후의 화려함을 뽐냅니다.
석양을 받으며 데지마 워프를 산책하다보면 행복한 표정으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질 것 같네요. 이전에 미러링 피플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서 사람은 타인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공유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저녁 저는 많은 감정 공유를 통해 여러사람분의 행복을 전달받았습니다.
세상 모든 존재의 앞날에 파란불만 가득하길 바라며 한 장 남겼습니다.
어둠이 깔린 나가사키역을 보며 저녁 석양 여행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숙소와 와서 확인해보니 제 몸에 드리워진 석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요. 밤이 되면 누군가 그 주황빛 화려함을 몰래 가져가는 모양입니다.
제것이 아닌었던 찰나만큼 짧았던 행복. 하지만 내일 아침이되고 다시 저녁이 되면 떠나간 아름다움이 다시 찾아올 것을 알기에 오늘 밤도 편안히 잠들 수 있습니다. 참 즐거웠습니다.
* 규슈 시즌1 | 과거에서 건너온 듯한 '나가사키 노면전차' 탑승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