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멜롯의 전설', 결말이 원제(First knight)를 삼켜버린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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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12. 17. 20:00
카멜롯의 전설은 아서왕의 첫째 가는 기사 란셀롯과 왕비 귀네비어가 주인공인 영화다.
영어 원제는 'First knight'이다. 영화 초중반까지는 이 제목에 적합하게 기사 란셀롯의 비중이 높다.
영화의 결말을 보고나서는 한국판 제목인 '카멜롯의 전설'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극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악역인 멜러간트 공작에게 납치된 귀네비어를 란셀롯이 구하는 장면이다.
귀네비어는 독특한 구조의 공중감옥에 갇혀있었다.
란셀롯은 멜러간트의 음침한 성에 침입해 기지로 그녀를 구하고 폭포에서 뛰어내리는 등 고생 끝에
해안가에 닿는다.
흠뻑 젖은 두 사람은 함께 말을 타고 숲을 향해 달려간다.
그 와중 비까지 내린다. 잠시 비를 피해 나무 아래 선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본다.
영화에서 가장 몽환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 아래는 스포일러 -----
결말은 좀 실망스러웠다. 카멜롯 성안으로 침입한 멜러간트 공작과의 전투씬은 볼만했다.
하지만 두번째로 중요한
인물이라 생각했던 아서왕이 영화의 마무리에서 중심으로 부각된다.
전투 중 치명적 부상을 입은 아서왕이 '진정한 왕으로서' 장엄한 죽음을 맞고 장례식이 치뤄진다.
란셀롯과 귀네비어가 맺어지는 결말임에도 둘의 표정은 무겁다.
색으로 표현하자면 연한 핑크빛, 하늘색, 연두색이었던 세상이 회색과 검은색으로 덧칠해진 느낌이다.
줄거리에 비약이 있었던 건 아니다.
마지막 사건 자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란셀롯을 삼켜버린 케이스다.
내용의 기계적 균형을 위한 중심축 이동은
영화를 어정쩡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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