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이태리 부대찌개를 본 것은 강남에서였습니다. 강남을 지나가던 중에 눈에 들어온 간판, 이태리 부대찌개.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했죠.
이탈리아풍 부대찌개는 어떤 맛일까. 토마토를 넣었을까? 모짜렐라 치즈를 넣었을까? 아니면 이탈리아식 햄을 넣었을까?
수많은 상상과 함께 이탈리아풍 부대찌개를 꿈꾸던 중, 구로디지털단지에 이태리부대찌개가 오픈했습니다.
이건, 이건 운명이다. 꿈에도 그려보던 그 신기한 조화, 이탈리아와 부대찌개의 만남. 그렇게 부푼 가슴을 안고 새로 오픈한 구디단 이태리 부대찌개에 들어섰습니다.
이태리 부대찌개! 간판만 봐도 가슴이 떨렸지요.
아직 지도에서 검색되지는 않네요. 아비꼬 구로디지털단지점 2층에 있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 이태리 부대찌개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입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일반 부대찌개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밑반찬으로 나온 어묵입니다. 일반 식당에서 나올법한 어묵이죠.
김치와 콩나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오늘의 하일라이트! 바로 버터입니다. 이태리 부대찌개는 버터를 줍니다. 버터를 비빈 밥과 부대찌개라! 이탈리아풍 부대찌개에 기대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습니다.
드디어 나온 부대찌개. 뚜껑이 덮여있네요. 계속 저의 애간장을 태우는 군요.
드디어 열린 뚜껑! 그런데 제가 기대했던 것이 없네요. 뭔가 이탈리아 스러운 것 말이죠. 토마토라던지, 치즈라던지... 아니 햄인가? 햄인것인가?
아직까지는 평범한 부대찌개 입니다.
한소끔 더 끓여낸 부대찌개. 대파와 마늘 등 잡내를 잡아주는 양념들이 듬뿍 들어갔습니다. 부대찌개에 잡아야할 향이 없을텐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저렇게 많은 파와 마늘이 들어간걸까요? 그 비밀이 안에 숨어있을까요?
부대찌개를 먹으려면 일단 밥을 준비해야겠죠? 함께나온 버터를 밥에 넣고 비빕니다.
반찬, 라면, 밥은 리필이 되네요.
느끼한걸 좋아하는 저는 버터를 하나 더...
버터를 넣고 잘 비빈 밥에 부대찌개를 한국자 떠서 올렸습니다. 햄이 듬뿍 올라간 모습이 입맛을 다시게 만드네요.
햄 사리를 추가하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햄이 풍성합니다. 물론 그만큼 기본 가격이 쎈 편이죠. 뭔가 독특할 것 같은 부대찌개지만 기대보다 담백하고 매콤하지도 않네요. 버터때문인지 리치한 느낌이 끝맛에 살짝 감돕니다. 부대찌개 친척, 존슨탕과 비슷한 느낌도 납니다.
부대찌개 건더기를 어느정도 건져먹고 육수를 추가로 부은 후 라면사리를 넣습니다. 부대찌개를 어느정도 먹고 라면사리를 넣는 것이 이태리 부대찌개에서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라면사리까지 넣어서 야무지게 먹었습니다...만 아무리 고민해봐도 이 부대찌개가 왜 이탈리아풍 부대찌개인지 모르겠습니다. 버터로 인한 리치함을 제외하면 그냥 일반 부대찌개인데 말이죠.
그리고 반전... 이태리 부대찌개는 이탈리아와 전혀 관계가 없었습니다. 1도 없습니다. 조금도 없습니다. 이태리는 이탈리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푸짐하게 많이... 그런 뜻의 이름이었습니다.
사장님께 이 설명을 들었을때 바로 든 생각은, 속았다... 였습니다. 속았다! 도 아니고 속았다... 속았습니다. 저는 속았습니다. 부대찌개 집에 단단히 속고 말았습니다.
이태리 부대찌개의 맛부터 평하자면, 버터의 리치함이 파와 마늘과 어우러져 고소하면서 깊은 맛을 냅니다. 일반 부대찌개와는 살짝 다른점이 있습니다. 그 다른점이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얼큰한 부대찌개들과 비교한다면 유니크한 특색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리치한 음식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태리의 비밀을 알기전까지는요.
이태리 이름의 비밀을 알고난 후는 뭐랄까... 갑자기 그동안의 기대가 허무해졌습니다. 차라리 토마토를 넣은 괴랄한 부대찌개였다면 이런 심정은 아니었을 겁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이탈리아풍을 따르다 못먹을 음식이 나왔어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박수치며 돌아갔을 겁니다.
그런데 이태리란 이름을 붙여놓고 사람을 이렇게 속인다는건, 저는 용납하기 어렵네요. 나쁘지 않은 부대찌개는 맞지만, 저는 이 상처를 제법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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