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웨딩마치를 올린 신혼부부.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막 타려고 하고 있습니다.
행복해보이는 두 사람. 이 두사람에게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질까요?
영화 인시던트(The Incident)는 아이작 에즈반 감독의 2014년 작품입니다.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멕시코영화죠. 인시던트에는 다른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함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유사한 미스테리물을 자주 접하셨던 분들도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평만 궁금하셨던 분이라면 여기까지만 읽으시고 영화를 보러 가셔도 좋습니다. 미스테리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작이니까요.
사고를 일으킨 형제를 형사가 찾아갑니다. 두 사람을 경찰서로 데려가려 하는군요.
중간에 도망친 형제. 계단으로 내려가 건물밖으로 달리는 형제와 쫓아가는 형사. 형사는 뭔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총을 쏘게됩니다. 형이 총에 맞자 도망을 멈춘 형제. 형사를 형제를 경찰서로 데려가려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계단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1층까지 내려가면 1층밑에 그들이 처음 나온 9층이 있습니다. 9층에서 위로 올라가면 1층이 나오죠. 여기서 인시던트의 특이함이 발휘됩니다.
루프물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나 만화들은 시간을 루프시킵니다. 주인공이 특정 시간이 되면 과거의 스타팅지점으로 돌아오는 반복을 경험하죠.
인시던트에서 시간은 루프되지 않습니다. 그대로 흘러갑니다. 대신 공간이 반복됩니다. 형제와 형사가 갇힌 공간은 계단입니다. 1층에서 내려가면 9층이 나오고, 9층에서 올라가면 1층이 나오는 루프하는 계단. 이곳에 세사람이 갇혔습니다.
총에 맞은 형의 상태가 심각해집니다.
형이 사경을 헤매는 사이, 형사는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음식물 자판기에 음식이 무한이 생성됩니다. 마치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이들이 죽지않고 살아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총에 맞은 형은 결국 운명하고 맙니다.
형사의 총을 빼앗은 동생. 그리고 첫번째 이야기가 끝납니다.
장소가 변해 멕시코의 어느 도로. 한 가족이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빨간 셔츠의 남자 로베르토는 이 가족의 아빠는 아닙니다. 엄마의 애인이죠. 아들은 그런 로베르토를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딸은 로베르토를 잘 따릅니다.
중간에 들린 휴게소. 알레르기가 있는 딸에게 과일주스를 주는 로베르토.
괜찮지 않습니다.
괜찮지 않은 주스를 마시고 호흡곤란에 빠진 딸. 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돌리는데.
똑같은 곳으로 돌아옵니다. 앞선 형제들이 계단에서 루프에 빠졌다면 이들은 도로에서 루프에 빠집니다.
병세가 심해지는 딸.
결국 딸은 기절하고 말고.
반복되는 도로에 빠진 가족.
여기까지가 영화의 전반부입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 부터 영화의 후반부가 시작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이 영화의 결정적인 충격요소를 보여주기 때문에, 시간이 아닌 공간의 루프에 빠진 이들의 운명을 직접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여기서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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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계단 상황입니다. 영화는 수십년을 뛰어넘습니다. 이 시간의 점프가 강렬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보통 이런 루프물들은 이런 시간의 점프를 표현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시간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죠. 그리고 현실로 돌아가면 진짜 시간은 기껏해야 몇시간, 몇일이 지난 정도입니다.
인시던트는 이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입니다. 루프에 빠진 이들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채 수십년을 보냅니다. 그리고 감독은 반복되는 공간안에 사람이 갇혀 수십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을 충격적으로 그려냅니다.
계단에 갇힌 형제 중 동생. 건강해졌습니다. 갇히길 잘했군요.
형사는 시간의 폭력에 스러진 모습입니다.
그리고 죽은 형의 시신은 종교적 의식의 제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도로에 갇힌 가족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입니다. 수십년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아들은 선인장을 끓여먹고.
운동도 하고 착실히 살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로베르토는 무한 생성 패스트푸드만 먹으면서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죠.
지금부터 두 공간이 교차됩니다. 갑작스러운 교차편집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여기에는 과감한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공간 루프에 갇힌지 35년이 지났을 때입니다.
계단의 형사가 갑자기 자신은 형사가 아니라고 합니다.
(갑자기 아시는 분은 아시는 에어기타 전개? 35년간의 몰래 카메라?)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형사.(아니 형사 아니라고)
인시던트를 언급하는 형사. 그는 남은 청년에게 자신의 이름을 잘 기억하라고 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않도록. 자신도 그런 충고를 받았지만 무시했고 결국 자기가 누군지 잊었다가 죽을때가 되어서야 기억해 내었다고 말하죠.
로베르토도 아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경찰차에 타지 말라고 합니다. 공간 루프에 갑자기 경찰차가?
이름을 잊지 말라는 형사. 그리고 그는 엘리베이터에 타지 말라고 합니다. 엘리베이터?
끝내 운명한 로베르토를 뒤로하고 이제 떠날때가 되었음을 느낀 청년. 그는 자신의 보금자리를 불에 태웁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경찰차. 운명에 이끌리듯 아들은 경찰차에 탑니다. 그리고 경찰차에 있는 면도기와 가위로 수염과 머리를 정리하는데...
그렇게 그는 계단에 갇혔던 형사가 되었습니다. 즉 시간상으로 도로에 가족들이 갇힌 사건이 먼저 일어났고, 35년 뒤 로베르토가 죽고 난 후 아들은 계단에 갇히는 형사가 된 것입니다.
역기서 영화 인시던트는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공간 루프에 갇힌 이들을 현실의 그림자라고 설명하죠. 그들은 현실에 에너지를 보내는 존재입니다. 공간 루프에 갇힌 청년은 루프 안에서 활기차게 살아가죠. 그래서 현실의 자신에게 좋은 에너지를 보내줍니다.
젊은이와 함께 공간에 갇힌 올드맨들은 방탕한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현실의 자신도 불행해 집니다. 그러나 활기차던 청년도 시간이 지나 올드맨이 됩니다. 그들은 현실의 자신에게 나쁜 에너지를 보내게 됩니다.
메시지를 읽으려고 하면 너무 난해한 영화입니다. 그냥 공간 루프라는 독특한 설정. 그리고 미스테리가 바로 해소되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35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전개. 마지막으로 누구도 그 루프를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임을 보여주는 결말까지.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찾아보고 싶게 만들만큼 매력적인 멕시코 영화, 인시던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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