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하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밤에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치안이 좋은 곳 중 하나죠. 밤에도 거리에 사람들이 많고 불켜진 가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라멘집은 늦게까지 하지 않네요. 여행의 피로를 따뜻한 라멘 한그릇으로 씻어내고 싶었는데 가는 가게마다 문이 닫혀있고... 이번 여행의 라멘은 여기까지인가 싶었는데 돌아가던 길에 불켜진 라멘집을 찾았습니다.
하카타 구시다 신사 근처의 새벽 3시까지 영업하는 라멘집 일천문 一天門 입니다.
큰 기대없이 찾아간 라멘 가게 일천문. 구글지도에서 찾아보니 평점 4.0의 준수한 가게였습니다.
하카타 일천문 라멘가게 지도
자정이 넘은 시간이지만 불을 밝히고 있는 일천문. 오픈이란 글자가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한글 메뉴와 영문 메뉴를 갖춘 라멘집이군요. 일본어를 잘 몰라도 메뉴 고르는 공포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한글 메뉴가 매우 충실합니다. 사진의 번호대로 1번 라면, 2번 곱배기 라면, 3번 삶은 계란 라면, 4번 파 라면, 5번 구운돼지 고기 라면, 6번 곤약라면 등 쭉 이어집니다. 저는 간단히 기본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가게는 크지 않습니다. 테이블 4개, 바 테이블 하나 정도의 사이즈. 구글지도를 보니 저녁 12시가 피크로 나오네요. 저처럼 잠자기 전에 라멘을 먹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일천문 라멘은 파가 듬뿍 들어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에 살짝 매콤한 양념을 더해 진한 라멘의 비릿한 향을 잡아주었죠.
외국인을 위한 메뉴판이 준비된 가게지만, 라멘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듯 진하게 우러져 나옵니다. 면은 꼬들한 세면으로 똑똑 끊어지는 식감이 재밌습니다. 돼지육수를 한계까지 꾹꾹 눌러담은 정직한 육수가 인상적이라 다시 찾고 싶네요.
지금도 하카타의 늦은 밤이 되면 저처럼 라멘에 이끌린 사람들이 일천문을 찾아 진한 육수에 피로에 젖은 하루를 깨끗이 씻어내고 있겠죠? 다시 찾는 그날까지 수많은 밤을 지켜주시기를. 잘먹었습니다.
* 후쿠오카 하카타역의 라멘 맛집 '나다이 라멘테이'/ 진한 돈코츠 국물의 이것이 현지 라멘!/ 메뉴 및 가격 포함 名代ラーメン亭 博多駅地下街店
* 규슈 시즌1 | 하카타역에서 나가사키역으로로 가는 신칸센/ 기차 안에서 '고등어 초밥 에키벤'으로 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