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월드2 폴른 킹덤/ 시나리오는 3류지만 기술력은 1류에 공룡을 잔뜩 볼수 있는 영화
- 리뷰 이야기 Reviews/영화 Movies
- 2018. 6. 12. 18:26
쥬라기월드2, 폴른 킹덤이 개봉했습니다. 최고의 공룡 영화, 공룡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나위없는 종합선물세트!
쥬라기월드2에 대해서 평가하자면 뭔가... 애매합니다. 우선 좋은점부터 짚어보죠. 공룡이 나옵니다. 많이 나와요 공룡이. 쥬라기공원 시리즈부터 등장했던 프렌차이즈 스타, T-렉스 렉시와 랩터 블루는 당연히 출현합니다.
그리고 쥬라기월드 1편의 수미상관을 찍어준 모사사우루스,
쥬라기 시리즈의 마스코트 알로사우루스, 왠지 동질감을 자아내는 애처로운 공룡 안킬로사우루스까지,
공룡 옆에 공룡 옆에 공룡 옆에 공룡... 식으로 공룡이 잔뜩 나옵니다. 공룡이 보고 싶어서 영화관을 찾으신 분이라면 무조건 만족합니다. 이건 만족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무조건 CG로만 처리된 공룡도 아닙니다. 전편보다 애니메트로닉스, 그러니까 CG가 아닌 진짜 공룡모형을 만들고, 그걸가지고 촬영을 하는 기법을 많이 도입했습니다. 그래서 밝은 곳에 나오는 공룡도 위화감없이 생생합니다.
영화 중간에 티렉스, 렉시의 혈액을 채취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도 애니메트로닉스를 십분 활용합니다. 그래서 진짜 티라노사우루스 옆에서 촬영한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보여줍니다.
(물론 모든 장면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쯤에 랩터 블루가 폭발에 튕겨져 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는 CG의 마감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이펙트까지 모든 것이 엉망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쥬라기월드2 폴른킹덤에서 칭찬하고 싶은 것은 프렌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우입니다. 쥬라기월드2의 지난 시리즈들의 유산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훌륭합니다. 어이없게 지난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을 퇴장시켜버린 스타워즈 시리즈들을 보고 걱정이 많았는데, 폴른 킹덤은 스타를 예우할 줄 아는 영화입니다.
쥬라기 시리즈의 슈퍼스타 랩터의 경우, 새로운 공룡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과 계속 교감하고, 거대한 떡밥까지 안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뭍으로 잡혀가면서 계속적인 출현을 예고하죠. 저 멀리 보이는 것은 티-렉스로군요. 또다른 프렌차이즈 스타, 쥬라기 시리즈의 상징, 공룡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시는 영화 내내 대단한 활약은 없지만 존재감 만큼은 엄청나게 내뿜습니다.
이렇게!
이렇게 말이죠! 그래서 혹시라도 스타워즈처럼 전편 등장인물들 싹 무시하고 새로운 영화 찍겠다고 난리치는 거 아냐! 하며 걱정했던 팬들을 단숨에 안심시켜줍니다. 거기다 이 사랑스러운 생물들이 후속편에도 계속 등장할 거라는 암시를 주죠. 그거면 된 거 아닙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공룡이 잔뜩 나와 스크린을 활보하고, 우리가 아는 바로 그 공룡이 주인공 대접을 충분히 받으며, 다음편에도 주인공 내지는 중요한 역할로 등장할 거라고 보장해준다? 이러면 그 영화 재미 없을 수 없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잔뜩했으니 이제 어두운 면을 들춰보겠습니다. 음... 솔직히 쥬라기월드2의 시나리오는 정말 3류입니다. 2류도 아니고 3류. 아니 3.5류인데 소수점 뒷자리는 모사사우루스의 얼굴을 봐서 버림하고 3류입니다.
영화는 올해 출생신고를 해서 아직 돌잔치가 지나지도 않은 신생아가 아니라면, 케이블에서 나오는 10년도 더 지난 영화 딱 5편만 띄엄띄엄 본 지식이 있다면 세상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수순으로 흘러갑니다.
----- 스포 경고-----
이하는 쥬라기월드2에 대한 스포를 담고 있습니다. 이걸 스포라고 해야할지 너무 뻔해서 그냥 다 알려줘도 상관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스포 경고를 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스포 경고를 달 필요도 사실 없습니다. 그 이유는 밑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아, 탑블레이드에 대한 스포도 있으니 아직 탑블레이드를 끝까지 보지 못한 분이라면 살포시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떡밥을 던지는 방법도 세련되지 못합니다. 떡밥이라는 건 은근히 흘려야 당하는 관객입장에서도 알면서도 어머나 하며 넘어가주는 법입니다. 쥬라기월드2는 떡밥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향해 던집니다. 그냥 던지는 것도 아니고 160킬로 직구로 두 눈에 팍팍 던져 꽂습니다.
너무나도 정교한 떡밥이라 관객들이 놓칠까봐 그렇게 던진다면 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월대보름날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만한 떡밥을 스크린 가득 광고해대면서도 이걸 관객들이 놓칠까봐 조바심내고는 결국 관객들의 입을 억지로 벌려 떡밥을 태종태세문단세 처럼 주입합니다. 쥬라기월드2를 본 사람이라면 조선시대 초기 왕은 잊어먹어도 전두엽 바닥까지 내려앉은 폴른 킹덤의 떡밥들은 잊지 못할겁니다.
거기다 실소를 참지못하게 하는 유치한 설정들. 탑블레이드같은 만화를 보면 꼭 악당이 나타나 이렇게 말하죠. 내가 그걸 무기로 삼아 세상을 정복하겠다! 팽이를 무기로 삼겠다는 악당도 이상하지만, 공룡을 무기로 쓴다는 쥬라기월드2의 악당도 웃기기는 마찬가집니다.
공룡을 생체 무기로 쓴다고요? 그러면서 만들 것이 덩치가 집체만한 인도랩터입니다. 창살 몇개로 만든 우리도 탈출 못하는 인도랩터, 덩치는 탱크만한 인도랩터를 무기로 쓴다고요? 현대의 대전차화기는 그냥 장난감이 아닙니다. 전장에 공룡이 짜잔 나타나면, 나타나는 순간 벌집이 되고 말겁니다. 덩치는 큰데 내구력은 마취총 몇 방에 꾸에에엑 하면서 기절하는 수준인데요.
덩치크고 힘이 좋아서 무기로 쓸 수 있으면 동물원 코끼리들은 뭐가 부족해서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노래에 맞춰 귀나 펄럭이고 있겠습니까. 그 초월적인 신체조건을 가진 코끼리도 기원전 알랙선더 시절에나 전장에 섰던 수준인데요.
(물론 한니발도 쓰긴 했습니다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없었습니다.)
랩터에게 갑자기 렉시의 피를 수혈하는 장면은... 제가 아무리 문과를 나왔어도 이종간 수혈의 어려움과 H20의 H가 산소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물론 랩터와 렉시는 서로 피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거 있잖아요? 둘이 DNA조작으로 태어난 생명체고 그래서 랩터의 혈액과 렉시, 티라노사우루스의 혈액은 똑같은 혈액이다! 같은 서프라이즈.
그런데 이런 추측은 "랩터의 피에 T-렉스의 피가 섞였으니 순수한 랩터가 아니다!" 라는 대사로 와장창 깨집니다. 아니 그 둘이 피가 호환되는 거 아니었어? 그런데 수혈을 한거야? 한마디로 말도안되는 상황인거죠.
이 장면을 볼까요? 저 무서운 공룡은 인도랩터라고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특별히 초빙한 아시아계 배우입니다.(뻥)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인도랩터는 이상하게 저 꼬마 여자애(메이지 록우드)에게 집착합니다. 방에 몰래 숨어있어도 찾아내고 다른 사람들 같이 도망치는데 저 여자애만 쫓아가고 자기 목숨이 왔다갔다하는데도 저 여자애만 잡아먹으려도 안달이죠. 물론 이해합니다. 취향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인도랩터는 우리안에 오래 갇혀있었잖아요? 그래서 배가 고프잖아요? 그런데 꼭 작은 먹이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요? 식감이 좋아서? 공룡입장에서는 근육질의 백인아저씨가 더 쥬시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사실 우리안에 있을 때 밥을 엄청 풍족하게 줘서 밥생각이 없어서? 그럼 왜 사람을 쫓아다닙니까. 냅다 도망가야지. 머리가 사람만큼 좋다면서요. 그럼 우리에서 프리덤 하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야할 것 아닙니까.
저 한입꺼리도 안되는 여자애 잡아먹자고 괜히 지붕까지 쫓아갔다가 자신의 화려한 영화 커리어를 단 한편으로 끝내다니... 인간만큼 머리가 좋은게 아니라 인간만큼 어리석은거 아닐까요? 번역, 제대로 된거 맞아?
무엇보다 이 영화의 무서운 점은, 영화의 모든 주요 장면을 예고편에서 몽땅 까발린다는 것입니다. 예고편을 보고 영화관에 들어가시는 분이라면, 추리소설의 마지막 50장을 먼저 읽고난 후에 다시 1페이지부터 읽어나가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위 이미지도 딱 보면 어떤일인지 감이 오지 않습니까? 아직 안오신다구요? 영화를 보시면, 저 장면이 나오기 10분도 전에, 주인공들이 어떻게 위기를 해쳐나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어요? 렉시가 와서 구해줍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예고편에 나와요.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어요? 랩터 블루가 와서 구해줍니다. 예고편에 나오고요. 헬기를 타고 도망가네요. 살아서 갈까요? 아니죠. 모사사우루스가 펄쩍 뛰어서 덥썩! 어떻게 아냐면요, 예고편에 나와요. 인상좋은 비즈니스맨이 공룡들을 살리자고 하네요. 뒤통수 칠거 뻔하죠. 아니 확정이죠. 예고편에 나오니까.
아니 이렇게 다 알려줄꺼면 떡밥은 왜 던지고 긴장은 왜 조성합니까. 예고편에 나오는 장면이 시작하면 박수칠 준비라도 하라는 걸까요? 예고편을 보니까 이쯤에서 렙터가 나오더라고. 자, 준비하고. 랩터다! 박수! 이런 극장안의 모두가 하나가 되는 장면을 노린걸까요? 그렇다면 성공입니다. 물론 실제 극장에서는 박수대신 김빠진 맥주병 뚜껑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만.
쥬라기월드2 최종 예고편
쥬라기월드 : 폴른 킹덤은 시리즈의 팬이라면, 공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열심히 설명한 단점들이 엄청나지만, 그런것따위 무슨 상관입니까. 랩터가 나오고 티렉스가 나오고 무엇보다 모사사우루스가 나오는데! 이 세 공룡이 비치체어에 선크림 잔뜩 바르고 누워서 2시간 동안 전화번호부만 읽어준다고 해도 저는 환호성을 지르며 극장으로 뛰어갈겁니다.
후술한 단점들은 뭐... 집에 와서 식빵에 꿀발라먹으면서 생각해보니 그랬구나... 했던 정도라고 해두겠습니다. 엄청 신경쓰이는 건 사실이지만 스타워즈처럼 이전 등장 인물들을 뻥뻥 차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의 프렌차이즈 스타들을 적절한 역할과 적당한 분량으로 예우했다는 측면에서 호평받아 마땅합니다. 잘봤습니다.
쥬라기월드1 결말 최고씬 '공룡들 전투 장면'과 쥬라기월드2 폴른킹덤 예고편 영상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