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는 다양한 문화의 음식점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터키의 케밥입니다. 저의 이태원 맛집 순방은 바로 터키쉬 케밥을 접하는 것으로 시작했죠. 오늘은 이태원에서 가장 오래된 케밥집, 술탄 케밥을 찾았습니다.
이전에는 작은 모퉁이 가게였는데 지금은 테이블도 많이 구비된 모습으로 확장했습니다. 근 10년간 술탄 케밥에서 터키의 향취를 느껴왔던 나름 단골손님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느껴지는 사진이네요.
이태원 술탄 케밥집 위치 지도
술탄 케밥의 내부는 여느 케밥집과 다르지 않습니다. 외국인의 모습이 가게의 운치를 살려줍니다.
술탄 케밥은 이태원에서 장사한 역사가 긴 만큼 한국말도 잘 통합니다.
터키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터키의 케밥집에도 있을 것 같은 장식들이 천장에 달려있네요.
동서양의 문화가 만난 터키 음식을 세계 3대 음식 문화로 칭하죠. 언제 터키를 꼭 가봐야겠습니다. 케밥만 놓고 보면 저는 터키에서도 정말 잘 살것 같아요.
이태원은 세계화된 곳이지만 동시에 당연히 한국이기도 합니다. 예전 이태원에 놀러갔을 때, 저에게 길을 물어보시는 어르신이 계셔서 잘모르는 곳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뒤에 서있는 흑인에게 다시 길을 물으시더라구요.
외국인이 길을 알까 싶었는데 유창한 한국말로 버스 노선을 설명해 주는 흑인의 모습에 약간의 충격을... 물어본 어르신, 대답해준 흑인 모두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케밥과는 관련없지만) 이전에는 다른 경험이 있는데, 지하철역사안에서 수 많은 한국 사람을 두고 외국인에게 길을 물으시는 어르신이 계셨는데, 그 외국인이 한국말을 못알아듣자, 영어로 다시 길을 물어보셨던... 외국인에게 영어로 길을 물으시는 어르신도 대단하지만, 친절히 길을 알려준 외국인도 대단했던 뭔가 신비롭고 위아더 월드 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술탄 케밥에는 디저트로 바클라바와 터키쉬 딜라이트도 판매합니다. 바클라바는 잘게 부순 견과류 위에 달콤한 시럽을 뿌르고 그 위에 얇고 바삭한 필로 도우를 쌓고 다시 시럽을 뿌리고... 를 엄청 반복한 디저트입니다. 시럽에 거의 절여져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답니다. 머리가 띵하고 이빨이 시리고 행복이 의인화해 하복부를 강타하는 느낌으로 답니다.
쓴 커피와 함께 마시면 커피는 쓰고 디저트는 달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저처럼 단 것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국인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외국음식을 많이 먹어보면 한국음식에 대한 편견은 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맵게 먹는다고? 중국 사천으로 보냅니다. 짜게 먹는다고? 일본식 라멘 가게로 보냅니다. 달게 먹는다고? 눈 감고 앙~ 시킨다음에 터키 바클라바를 입에 쏙 넣어 줍니다. 그러면 편견없는 세상이 되고 우리 모두는 행복해집니다.
터키쉬 딜라이트. 얼핏보면 젤리같이 생겼는데, 맛도 젤리 비슷합니다. 엄청 비싼 젤리죠. 쫄깃쫄깃하지 않고 옛날 빙수에 들어가는 젤리처럼 뭔가 끈끈꾸덕꾸덕합니다. 한국사람에게는 마찬가지로 권하지 않습니다. 몇번 사먹고 친구들에게도 권해보았는데 타율이 너무 낮네요.
술탄 케밥을 포장해서 집으로 왔습니다. 보시는 것은 필라프 케밥 닭고기 입니다. 흔히 케밥이라고 하면 전병에 쌓인 길죽한 브리또같은 음식을 떠올리는데, 찾아보니 불에 구운 고기를 뜻한다고 합니다. (중국의 딤섬처럼 케밥도 엄청 다양한 요리가 있는데, 한 신문에서 추려서 소개한 것이 100가지 정도라고 하네요.) 그래서 사진에 보시는 밥 위에 구운 닭고기를 올린 요리도 훌륭한 케밥이 되겠습니다.
그냥 한국적인 흰쌀밥에 구운 닭고기, 그리고 소스를 올렸습니다. 닭고기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케밥에 올라가는 닭고기죠. 양념이 되어 있어 향긋, 매콤하고 오랜시간 불에 구워서 기름기가 쏙 빠져 담백합니다.
함께 먹기 좋은 야채를 주는 것도 좋은 점이죠. 고기에 대한 욕심때문에 야채와 점점 멀어지는데, 이렇게 야채를 함께 주는 메뉴가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밥과 닭고기를 살짝 섞어서 먹어주면 끝! 닭고기 덥밥과 유사하지만, 한국식 덥밥이 소스가 흥건한 스타일이라면 필라프 케밥은 건조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더 깔끔하게 먹을 수 있죠. 고기도 담백하고 향신료가 적당히 고기 향을 잡아줘 닭고기는 물론 양고기도 필라프 케밥 스타일로 먹으면 거부감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함께 주는 상큼한 소스입니다. 마요네즈처럼 생겼지만, 맛은 요구르트 소스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케밥입니다.
닭고기와 야채가 밀전병에 쌓여있습니다. 술탄케밥의 케밥은 닭고기도 야채도 듬뿍이라 식감이 좋습니다.
닭고기는 앞서 보신 필라프 케밥과 동일한것을 사용합니다. 살짝 짭짤한 닭고기가 야채와 잘 어울립니다.
이태원에서 10년 넘게 케밥을 팔아온 술탄 케밥은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춰 변형되기는 했겠지만, 저에게 가본적 없는 터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술같은 가게입니다. 밥이 먹고 싶을 때도, 바쁜 와중에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싶을 때도 선택하기 좋은 술탄 케밥. 잘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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