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시대극 영화 | 트리스탄과 이졸데 역사적 배경과 줄거리/ 결말 스포
- 리뷰 이야기 Reviews/영화 Movies
- 2018. 5. 3. 18:44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옛 로맨스 스토리입니다. 두 이야기 모두 남녀가 애절하게 사랑하지만 그 끝은 비극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이야기의 역사적 배경은 다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화려했던 16세기 근세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다면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5세기 중세 초기 영국과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합니다.
5세기 영국은 로마군이 떠나고 여러 세력으로 분열 된 상태였습니다. 원주민 켈트족과 대륙에서 넘어 온 앵글족, 색슨족 등이 혼재된 상태였죠. 이 시기를 '영국 암흑기'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시작됩니다.
분열된 영국, 브리타니아를 잠시 동안 지배한 것이 아일랜드입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는 아일랜드가 뒤에서 브리튼이 통일하지 못하도록 각 지역 종족들을 이간질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현재 아일랜드의 모습을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네요. 오히려 아일랜드가 남북으로 갈라져 현재도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트리스탄과 이졸데 영화 초반부. 아일랜드의 수탈과 행패에 분노한 브리튼 각 지파의 우두머리들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회담 장소는 트리스탄의 아버지가 다스리는 아라곤 지역. 어린 트리스탄(토마스 생스터)도 손님 맞을 준비에 동참해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습니다.
트리스탄의 아버지 아라곤은 분열된 지방들이 통일해 아일랜드에 대응하자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콘웰 영주 마르케를 왕으로 추대합니다. 마르케 왕 역은 영화 '기사 윌리엄'의 애드헤머 백작, 영화 '일루셔니스트'의 레오폴드 황태자 등 준주연으로 자주 출연하는 루퍼스 스웰이 연기했습니다.
후일 마르케 왕은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연인 간 사랑의 장애물이자 삼각관계의 피해자가 됩니다.
브리튼 통일 회담은 마무리되지 못합니다. 밀고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군의 기습으로 트리스탄의 아버지를 포함한 참가자 다수가 사망합니다. 트리스탄의 어머니 역시 그를 숨기고 사망합니다.
천애고아가 된 트리스탄을 거둬준 것이 바로 마르케 영주. 다행히 생존하지만 마르케 영주는 트리스탄을 구하다가 한쪽 손을 잃었습니다. 두 사람은 콘웰 지역으로 이동해 상황을 추스립니다.
바다 건너 아일랜드로 이야기가 옴겨갑니다. 바다와 절벽이 어우러진 풍경이 웅장합니다.
아일랜드 왕비가 열병으로 사망해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왕 돈차드는 부인을 잃었고 공주 이졸데는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9년 후. 콘웰 지역 여기저기 건물 공사가 한창입니다. 트리스탄이 훤칠한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트리스탄 역은 스파이더맨 3의 뉴고블린 역으로도 출연했던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했습니다.
이졸데(소피아 마일즈)도 성인이 되었습니다. 금발의 미녀가 된 그녀를 아일랜드 돈차드 왕 수하인 모르홀트 장군이 노립니다. 모르홀트 장군은 브리튼 통일 모임을 기습했던 인물입니다. 트리스탄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되겠네요.
다시 한번 통일 회담이 콘웰에서 열리려고 합니다. 10여년 사이 영주들의 옷이 많이 세련돼 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밀고자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트리스탄의 큰 활약으로 아일랜드 기습군을 물리치지만 그 자신이 크게 다치고 맙니다. 모르홀트 장군의 독칼에 당해 졸도한 트리스탄.
동료들은 트리스탄이 죽은 것으로 오해하고 장례식을 치릅니다. 바다에 배를 띄우고 배 위에 불화살을 쏩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아더왕 이야기의 배경 시기가 비슷해서 그런 지 영화 '카멜롯의 전설'과 장례식 표현 방식이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쉽게 추측 가능합니다. 트리스탄이 누워 있는 배가 아일랜드 해안가까지 흘러가고 그것을 이졸데가 발견합니다. (어떻게 배가 불에 안탔는 지, 또 트리스탄은 어떻게 화상을 입지 않았는지는 설화니까 넘어갑시다.)
이졸데는 자신을 궁에서 일하는 시녀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트리스탄이 어느 정도 회복될때까치 치료해줍니다. 그리고 와중에 선남선녀는 사랑에 빠지죠.
트리스탄과 이졸데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자면, 원작에서는 두 사람이 실수로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사랑에 빠집니다.
트리스탄은 이졸데의 치료를 어느 정도 받다가 아일랜드군에 발각되기 전에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안타깝게 헤어진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계기는 아일랜드에서 열린 토너먼트.
기습이 실패하고 위기감을 느낀 아일랜드 왕 돈차드가 브리튼 지방 영주들을 위해 토너먼트를 엽니다. 우승 상품이 자신의 딸 이졸데 공주.
트리스탄은 마르케 영주의 대역으로 참여합니다. 결승까지 올라간 트리스탄과 그의 상대 위크트레드. 트리스탄의 상대역으로 나온 이 배우 킹스맨의 마크 스트롱입니다. 머리카락이 있어서 못 알아 봤습니다.
브리튼 통일 회담 때마다 밀고했던 것이 바로 이 마크 스트롱, 위크트레드. 영화 로빈후드에서도 매국노 고프리 경으로 출연했는데요. *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10년 영화 로빈후드 '더 비기닝'
킹스맨 이전의 마크 스트롱은 서양 시대극에서 매국노, 스파이 등 주로 악역으로 출연했군요.
토너먼트에서 트리스탄이 잘 싸우고 있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졸데와 반면 표정이 별로인 돈차드 왕과 그의 측근. 결국 트리스탄이 아일랜드 토너먼트에서 우승하고 이졸데가 앞으로 나섭니다.
베일을 벗은 이졸데.
이졸데가 공주 신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트리스탄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트리스탄이 마르케 영주의 대역으로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트리스탄이 왕의 부인을 구하러 대신 왔다는 뜻. 그렇게 두 사람은 운명의 장난에 빠지고 맙니다.
다시 브리튼 콘웰 지역. 목재로 지어졌던 영지 건물들이 석조 건물로 바뀌어 있습니다. 5세기 중세 초기에 돌성이라니 세기를 뛰어 넘은 눈부신 발전 속도입니다. 아일랜드의 경우 아직 나무 건물들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이졸데가 보면 문화 충격을 받을 것 같습니다.
바다 건너 온 이졸데. 콘웰 영주 마르케와 낭만적인 결혼식을 올립니다.
트리스탄도 이졸데도 표정이 애달프군요.
결국 서로를 잊지 못하고 한 밤중 밀회하는 이졸데와 트리스탄. 두 사람은 마르케의 눈길을 피해 불* 관계를 이어가기 시작합니다.
이졸데와 결혼식 후 얼마 후 마르케는 마침내 브리튼 왕이 되고 대관식도 치릅니다. 이 대관식에는 아일랜드 왕 돈차드도 참석합니다. 이로써 마르케는 아일랜드와 평화 협정을 이끌어내고 브리튼을 통일한 왕이 되었네요.
하지만 물 밑에서 또 음모가 꾸며지고 있었습니다. 위크트레드가 우연히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관계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아일랜드 왕 돈차드에게 밀고합니다.
대관식날 저녁. 트리스탄은 왕비가 된 이졸데에게 '여기서 그만 하자'라고 말합니다. 헤어지네 마네 하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던 현장! 위크트레드의 간계로 모두에게 발각되고 맙니다.
마르케 왕은 분노하고 아일랜드 돈차드 왕은 이런 추악한 상황에서 평화를 말할수는 없다며 큰 소리 치고 돌아 섭니다.
하지만 마르케 왕은 대인배였습니다. 이졸데의 이야기로 두 사람의 만남이 자신보다 먼저였음을 알게 된 마르케 왕은 벌주지 않고 그냥 보내주기로 합니다.
트리스탄은 이졸데와 함께 배를 타지 않습니다. 이졸데와 그녀의 시녀(브로나 갈라퍼)만 배에 태워 보냅니다.
사실 마르케 왕에게 트리스탄은 후계자로 삼고 싶을 만큼 애정하는 인물이었고 트리스탄에게도 마르케 왕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길러준 은인이었습니다. 아버지 같은 존재나 다름 없는 것이죠.
그 시간대, 콘웰은 아일랜드 돈차드 왕과 위크트레드를 비롯한 매수된 일부 브리튼 영주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습니다. 왕의 후계자나 다름 없는 트리스탄과 왕비 이졸데 사이의 불륜 사건으로 왕의 권위가 실추된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을 빌려 왕위에 욕심있는 이들이 마르케 왕에게 칼끝을 향했습니다.
하지만 트리스탄이 배를 타지 않고 돌아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싸웁니다. 그는 위크트레드의 목을 벤 후 브리튼 영주들 앞에서 '또 다시 분열되면 아일랜드 지배가 반복될 것이다'라고 소리칩니다. 큰 부상을 입었지만 숨긴 채 또 소리칩니다. '과거의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고 싶냐'고.
트리스탄의 기개에 설복당한 영주들. (또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영주들) 마르케 왕을 향했던 그들의 칼끝이 다시 아일랜드 왕에게 옮겨갑니다. 결국 아일래드 돈차드 왕은 역으로 목숨을 잃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결말입니다. 설화의 결말대로 영화에서도 트리스탄이 죽습니다. 하지만 이졸데에 대해서는 그녀가 다리 밑에 트리스탄의 무덤을 만들고 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고 자막으로 처리됩니다. 두 나무는 엉켜서 하나가 되었다고 하네요. 원작과 달리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따라 죽지 않은 듯 합니다.
영화 결말 배경의 흐르는 물결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적 사랑을 상징하는 듯 보이네요.
사실 영화를 보면서 감정 이입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초점이 맞춰지긴 했지만 마르케 왕 등 주변 인물들과 시대적 사건 비중이 높아 정작 로맨스 스토리로 보기에는 아쉬웠습니다.
영화에서 아일랜드의 전횡이나 브리튼 통일과 같은 이야기의 비중을 쳐내고 트리스탄과 이졸데에게 더 에피소드를 주었다면 좀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