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케이크를 먹은 후에도 홍콩 몽콕 탐방은 계속됩니다. 홍콩 영화의 추억에 젖어서 걸으니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거리입니다. 거리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분명 홍콩 몽콕을 다시 찾을 것 같네요.
한참을 걷다가 점심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적당한 가게를 찾았습니다. 분명 로컬해보이는 그런 가게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그러다가 홍콩에서 먹을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태국 음식점 泰妃雞 을 발견했습니다. 이 가게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요. 네이버에도 구글에도 영문 발음이 없습니다.
가게 밖에는 영어가 거의 없어 딱봐도 홍콩 로컬 음식점 느낌입니다. 예상치 못한 점은 태국요리 로컬 음식점이었다는 거죠.
안에 들어가자 닭고기를 손질하는 오픈 주방이 보입니다. 저렇게 훤하게 주방이 보이다니 갑자기 신뢰도가 급상승합니다.
읽을 수 있는 글자는 HONEY 정도네요. 이쯤에서 가게를 나갈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식당 메뉴도 온통 한자!
다행히 점원이 홍콩 관광객이라는 것을 알고 영문 메뉴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저는 메뉴 중에 E4 구운 돼지고기 덮밥을 시켰습니다. 척봐도 너무도 평범하고 간단해 보이는 메뉴. 하지만 이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문제의 소스. 고기를 찍어먹다가 밥도 부어 비벼먹었는데... 맛있습니다. 새콤하면서도 매운데, 알 수 없게 입맛을 자극합니다. 사진을 보니 뜬금없이 홍콩 말고 태국이 가고 싶네요. 태국 음식 너무너무 입에 잘맞았습니다.
머리에 캡을 하시고 마스크까지 쓰신 쉐프. 다시 한번 신뢰도가 상승합니다.
어떻게 주문했는지 모르지만, 구운 돼지고기 덮밥 2인분에 음료 2잔이 포함된 세트가 주문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레몬 아이스티입니다. 립톤 아이스티에 레몬을 넣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입니다.
함께 나온 아이스 커피는 쌉쌀한 맛이 강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구운 돼지고기 덮밥입니다. 흰쌀밥에 구운 돼지고기가 올라간 이보다 더 심플할 수 없는 구성. 그런데 이 구성이 정말 맛있습니다.
고기는 항정상과 비슷한 부위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삼겹살 느낌의 지방이 많은 부위가 아닌, 항정살같이 매우 야들야들한 부위입니다. 그래서 고기만 밥위에 올려 먹어도 느끼하지 않습니다.
고기에 어떤 양념을 했는지 모르지만, 감칠맛을 제대로 잡았습니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으로 추정되는데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거부감없는 맛입니다. 새로운 맛이 친밀하게 혀끝을 감싸오니 해어나오지 못하고 푹 빠져들었습니다.
거기에 강력한 소스의 등장! 저 소스에 고기를 찍으니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감칠맛 덩어리에 새콤하고 매콤한 양념맛이 더해졌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구성으로 이렇게 깊은 맛을 내다니 놀랐습니다. 물론 추억 보정과 몽콕 거리를 오래 걸어서 생긴 허기의 버프가 있었기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겠지만, 그런 모든것을 감안해도 지금도 간절히 생각날 만큼 입맛에 맞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홍콩의 태국요리에 혼을 빼앗겨 버린 점심 시간. 몽콕에 대한 좋은 추억이 이렇게 하나 더 늘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만난 작은 꽃밭. 따뜻한 나라라 그런지 꽃이 알록달록하고 선명합니다.
홍콩의 상징같이 느껴지는 울퉁불퉁한 건물도 보이네요.
홍콩의 교회같이 생긴 건물을 지나쳐 몽콕 구경을 마치고 MTR 몽콕 지하철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대로 걸어서 야우마테이 지역까지 이동도 가능합니다. 먼저 조금 거리가 있는 웡타이신 사원을 구경하는 일정이기에 홍콩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눈도 입도 즐거웠던 하루 였습니다.
* 몽콕, 홍콩 영화 속 이미지가 바로 이곳에/ 레이디스 마켓 '충소 디저트'의 망고 케이크와 메뉴 첨부
* 웡타이신 사원/ 홍콩 최대 도교사원의 화려함과 분주한 풍경, 입장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