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맛집들이 명멸하는 강남에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피자가게가 있습니다. 정통 나폴리 피자를 표방하는 도치 피자는 진짜 화덕에서 구워낸 피자가 맛있는 가게입니다. 오늘 저녁은 괜히 이탈리아한 기분을 내고 싶어 강남역 도치 피자를 방문했습니다.
정말 외국에 온 것같은 건물의 도치 피자. 도치피자는 강남의 메인 스트리트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강남 말고도 서울 성수를 비롯해 몇몇 곳에 지점이 있네요.
주황색 조명으로 과하지 않게 가게를 밝혔습니다. 덕분에 안에서 사진을 찍으면 무척 분위기 있게 나옵니다.
도치 피자 강남점의 라스트 오더는 9시 30분인데, 길을 잠깐 헤매다가 9시 28분에 도착했습니다. 영업 시간 종료 전에 간신히 주문 성공!
도치피자에는 피자말고도 파스타 등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양이 많아 피자 메뉴만 남겨봅니다. 메뉴 한장에 음식 하나라 메뉴가 엄청 두껍습니다. 보시는 음식은 오늘 시킨 피자 중 하나인 마르게리따 피자! 나폴리 피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피자라고 합니다. 간단한 재료로만 만들기 때문에 어떤 피자보다 가게의 실력이 잘 나타나는 피자라고 하네요.
인터넷 백과사전 사이트 나무위키에 따르면, 1889년 나폴리를 방문했던 이탈리아의 국왕 움베르트 1세의 아내인 마르게리타 왕비의 이름에서 피자의 이름을 따왔다고 하니 유서가 깊은 피자입니다. 이탈리아 농무부에서 인정한 3종의 나폴리 피자 중 하나입니다.(나머지 2개는 마리나라, 엑스트라 마르게리타)
엑스트라 마르게리타는 그냥 마르게리타가 더 커진 형태 같은데, 큰 차이점은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 100% 버팔로치즈로만 피자를 만들어, 마르게리타와 맛이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납니다. 저는 모짜렐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엑스트라 마르게리타에는 손이 가지 않네요.
그 밖의 도치 피자 메뉴를 모아보았습니다. 콰트로 스타지오네, 나폴리타나 도치, 디아볼라, 프로슈토 루꼴라, 스타피자, 콰트로 포르마지, 콰트로 풍기, 카프리쵸사 등 차례대로 아래 사진을 참조해 주세요.
오늘 시킨 도치피자의 또 다른 메뉴 고르곤졸라 피자입니다. 정통 고르곤졸라처럼 엄청 치즈향이 강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살짝 치즈향이 강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정통 고로곤졸라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쉽지만, 정통 고르곤졸라를 먹고 무릎을 꿇었던 지난 기억을 떠올려보면, 정통 아니면 어떻습니까, 맛있으면 됐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주문한 피자들이 화덕에서 구워지고 있습니다. 도치 피자는 정통 나폴리 피자를 표방하기 때문에 피자도 오븐이 아닌 진짜 화덕에서 구워냅니다.
이탈리아 농무부에서 나폴리피자의 보호와 일반 프렌차이즈 피자(흔히 말하는 미국피자)와 차별화를 하기 위해 나폴리피자 지침을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화덕의 사용입니다.(이 지침은 재밌게도 꽤 세세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자의 가운데 두께가 0.3cm 를 넘어서는 안된다던지, 크러스트의 두께는 2cm 이하여야 하고 크러스트 반죽은 꼭 손으로 해야 한다던지...)
강한 화력에 단숨에 구워지는 피자.
화덕에 다 구워진 피자는 8조각으로 잘려 도치피자 포장박스에 들어갑니다.
도치 피자 포장 성공! 이제 집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집에 도착해 펼진 피자박스! 꼭 한번 이렇게 피자를 옆으로 놓고 피자박스를 열어보고 싶었습니다.
고르곤졸라 피자 특유의 푸른 곰팡이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다행히 맛은 한국화된 느낌.
고르곤졸라 피자의 친구 꿀도 함께 왔네요.
도치 피자의 피클은 매우 아삭아삭합니다.
이쪽은 마르게리타 피자입니다. 모짜렐라 치즈 위에 버팔로 치즈가 올려진 형태입니다. 엑스트라 마르게리타는 저 넓게 펼쳐진 모짜렐라 치즈가 없습니다.
버팔로 치즈도 물론 맛있습니다.
오늘 저녁을 위해 특별한 손님을 모셨습니다. 프라가토 스낵 앤 올리브, 칠리를 곁들인 스페인 올리브입니다. 이건 제가 따로 구매한 것이니 도치 피자에서 올리브 달라고 하시면 안됩니다.
화덕에 구워 바닥에 바싹 익었습니다. 하지만 피자는 믿기 힘들만큼 쫄깃하죠.
그리고 나폴리피자 규정에 맞춰 가운데 부분은 매우 얇습니다. 저렇게 얇은데도 쫄깃한 맛을 살릴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도치 피자의 마르게리타 시식평을 하자면, 맛있습니다! 역삼역에 마찬가지로 정통 나폴리 피자를 표방하는 피자가게 지아니스나폴리가 있는데 그곳과 거의 동급의 맛입니다. 얇은 두께가 믿기지 않을만큼 쫄깃한 도우와 그 위를 감싸고 있는 토마토 소스의 향긋한 만남이 아찔한 맛의 조화를 만들어 냅니다.
거기에 질좋은 모짜렐라 치즈의 풍미가 더해져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드네요. 유럽 경험이 풍부한 극세사 미각의 소유자 빵미의 평을 따르자면, 실제 나폴리에서 먹었던 피자맛을 80% 정도 재현했다고 하니, 이건 믿고 먹어도 괜찮은 피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피클은 조금만 더 새콤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피클이 너무 신선합니다...
여기에 스페인 올리브를 곁들였습니다. 올리브의 짭짭한 시큼함이 피자를 먹은 입을 리셋시켜주어 다음 피자의 맛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거기다 혈관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기름진 피자와 올리브는 서로 잘 어울리는 한쌍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은 고르곤졸라 피자입니다. 마찬가지로 바닥은 잘익었습니다.
고르곤졸라 피자는 고르곤졸라 치즈로만 만든 피자를 뜻합니다. 그래서 도우 위에 토마토소스도 없이 딱 고르곤졸라 치즈만 올라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 고르곤졸라 치즈 특유의 풍미가 매력적이라 맛있는 피자가 됩니다.
도치 피자 강남점의 고르곤졸라 피자는 딱 정통과 한국식의 중앙에 서있습니다. 정통 고르곤졸라 피자는 그 특유의 강한 향때문에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어색할 수 있는데요, 도치 피자의 고르곤졸라 피자는 특유의 향을 많이 죽이는 대신 부드러움을 남겨 향을 가볍게 즐기기 좋은 피자가 되었습니다. 진짜 고르곤졸라의 향이 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이전에 크게 당한 기억이 있어 이정도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정통 나폴리식을 표방하는 도치 피자는 진짜 화덕에서 구워내는 도우의 쫄깃함과 좋은 재료의 조화가 아름다운 피자입니다. 파파존스 스타일의 기름이 뚝뚝 흐르는 과격한 피자도 좋지만 가끔 쫄깃쫄깃 고소고소하면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떠오를 때, 주저없이 찾아갈 예정입니다. 잘먹었습니다.
* 강남 '브릭오븐' 피자 / 서울에서 만나는 미국식 '뉴욕커 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