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페이지 영화와 원작 게임과의 비교/ 알아도 관람에 지장없는 소소한 스포 Ram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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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4. 23. 20:04
영화 램페이지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거두절미하고 간단평부터 하자면, 원작 게임을 좋아했던 팬으로써의 감성은 물론, 게임을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 봐도 너무너무 신나고 재밌는 몬스터패닉 장르입니다.
램페이지의 감독은 브래드 페이튼으로 주연인 드웨인 존슨과 함께 2015년 영화 샌 안드레아스를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감독에 대한 정보를 알았는데, 드웨인 존슨을 사용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군요. 몬스터물, 그냥 생각없이 때려부서는 액션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분명 만족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원작 게임의 팬이라면 더할나위 없는 선물이구요.
이하 영화의 등장인물 소개와 원작 게임과 비교, 그리고 소소한 스포가 나갑니다.
램페이지 주인공으로 드웨인 존슨 이상의 배우가 있을까 싶습니다. 누군가 영화 범죄도시의 장르를 마동석이라고 했는데, 그와 마찬가지로 샌 안드레아스와 램페이지로 이어지는 드웨인 존슨 주연의 대재난영화의 장르는 드웨인 존슨이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거대한 재난 앞에 작아지는 인간을 표현하면서 그 인간이 갖는 제한적인 잠재력을 동시에 그려내기에 드웨인 존슨만한 배우는 없다고 봅니다. 범죄도시의 마동석이 대체 불가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없는 아이언맨은 아직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드웨인 존슨의 대재난 연작은 드웨인 존슨이 아니면 그려내기 힘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점이라면, 드웨인 존슨이 표현해 낼 수 있는 스펙트럼이 좁아, 마찬가지로 영화도 생각없이 때려부수는 장르적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겠죠. 그래도 저는 이후에도 드웨인 존슨이 나오는 대재앙 영화는 빠짐없이 챙겨볼 것 같습니다.
마치 스티븐 시걸 처럼 나오는 영화는 많아도 캐릭터는 변하지 않는 드웨인 존슨이지만, 그 구축된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분명하거든요.
여자 주인공으로 나온 나오미 해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 없습니다. 드웨인 존슨이 연기한 데이비스가 평면적인 캐릭터였다면, 나오미 해리스가 연기한 케이트는 몬스터 패닉앞에 무력한 인간이면서도 데이비드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사건을 해결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열연합니다.
나오미 해리스의 출중한 연기가 자칫 유치해지기 쉬운 극의 균형을 잘 잡아주었죠.
램페이지의 진짜 주인공, 알비노 고릴라 조지입니다. 주인공 데이비스와 교감이 가능한 고릴라인데, 유전자 조작 물체를 뒤집어 쓰고 거대화 합니다.
조지와 데이비스의 파트너쉽은 램페이지를 단순한 몬스터 패닉 장르가 아닌 새로운 버디물로 승화시키죠. 특히 원작에서는 그냥 고릴라인 조지가 영화에서 알비노 고릴라로 나오는 것은 감독의 특별한 의도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 전반에 제대로된 백인이 등장하지 않거든요. 악당쪽에는 많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일단 메인 빌런 남매가 둘 다 백인입니다. 데이비스의 팀원 백인들은 허풍쟁이에 그냥 스쳐지나가는 엑스트라, 안경쓴 탱글이로 비중이 낮죠.(물론 안경쓴 탱글이 아저씨는 조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램페이지는 몬스터 패닉류의 대재난물이지만, 알비노 고릴라 조지와 데이비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 일종의 버디무비이기도 합니다.
많은 버디 무비들이 서로 접점이 없는 두 캐릭터를 억지로 붙여놓고 이 둘이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다면, 램페이지는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과정을 보여줍니다. 리셀웨폰 시리즈는 백인 멜 깁슨과 흑인 대니 글로버가 정반대의 성향과 인종을 가진 서로를 인정하며 마지막에는 끈끈한 파트너가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램페이지는 그 반대죠. 흑인 데이비스와 백인으로 추정되는 알비노 고릴라 조지는 영화 시작에는 서로를 믿는 끈끈한 사이입니다. 영화 초반에 데이비스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을 사랑하는 남자로 묘사되죠. 이미 두 등장인물이 유대감을 형성한 상태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다른 버디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시작점을 갖습니다.
그런 데이비스와 조지의 관계는 조지가 유전자 변형 물질을 뒤집어 쓰면서 깨지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 둘이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는 여정을 보여주죠.
물론, 그 과정에서 리셀웨폰이나 또 다른 버디무비의 걸작 세븐같은 깊이있는 사건들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냥 때려 부수다가 조지가 정신처리고 함께 괴물들과 싸우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더 굳건히 하게 됩니다.
(신뢰를 회복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조지가 정신 차리자마자 그냥 서로 신뢰하던 그 관계로 돌아갑니다. 이 지점에서 감독이 욕심을 낼 법도 했지만, 그러지 않아서 어찌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던 것 처럼 영화는 버디물의 외형을 갖췄으면서도 버디물 장르의 클리쉐를 부수며 극을 전개시킵니다. 그 과정에서 조지와 다른 괴물 친구들은 도시를 신나게 부숴버리죠. 이 지점에서 감독의 영리함이 돋보입니다. 이미 검증된 장르인 버디물의 기본을 차용해 영화의 뼈대를 세워 그냥 때려부수는 영화가 되기 쉬운 몬스터 패닉물을 그래도 굵은 줄기가 선 영화로 만들어 냈습니다.
(물론 알비노 고릴라의 백인 상징설은 제 의견입니다. 더 대중적인 의견으로는 게임 원작대로 고릴라를 묘사하면 영화 킹콩의 아류처럼 보일것 같아서 알비노로 설정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조지가 인간과 교감하는 몬스터라면 나머지 2마리의 괴물들은 철저히 악의 축으로 그려집니다.
날아다니는 늑대 랄프는 원작 게임과 다르네요. 원작에서 랄프는 2족보행을 하는 늑대인간으로 나옵니다. 원작 게임 자체가 그냥 짐승들이 커져서 괴물이 된 영화의 설정과 다르죠. 원작 게임에서는 인간이 실험 부작용으로 거대화된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래서 HP가 모두 바닥나면 인간으로 되돌아 갑니다.
(그리고 게임에서는 인간으로 되돌아간 플레이어를 다른 플레이어가 먹는 것도 가능합니다!)
원작 이야기를 하자면, 램페이지는 3인용 게임으로 영화에서처럼 건물을 부수는 것이 목적인 게임입니다.(그래서 몬스터도 3마리) 중간에 인간을 먹으면 체력을 회복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감독이 원작팬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재현해 놓았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램페이지 영화의 최종 보스, 리지입니다. 설정상으로 크기가 60미터를 넘는 초거대 괴수죠. 사실 조지빼고 이 리지의 파괴행위만으로도 영화 한편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만큼 무시무시하고 강력한 괴수입니다. 제가 영화에 나온 괴수 중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괴수기도 하구요.
램페이지 원작 게임에서는 악어가 아닌 고질라같은 공룡으로 묘사됩니다. 파워는 게임이니까 다른 괴수들과 평등한 편이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렇게 파워풀한 초거대 괴물이 되어 저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리지의 강력함은 실로 상상을 초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전투기 중 하나인 A10의근접 공격을 받고도 끄떡없는 것은 물론,
이렇게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박살내기까지 합니다.
정신을 차리 조지와 리지의 대결 모습이 영화 후반부를 장식하는데, 정말 박진감 넘칩니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다면 정말 아쉬웠을 명장면!
램페이지를 평가하기에 있어서 한가지를 더 꼽자면, 바로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려 했다는 것입니다. 주연이 백인일색이었던 다른 헐리우드 영화들과 달리, (알비노 고릴라를 제외하면) 주요 인물 중에 백인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드웨인 존슨과 나오미 해리스는 흑인입니다. 거기에 조력하는 OGA 요원 하비 러셀은 스페인계로 보입니다.
영화 리뷰 이미지에는 없지만 몬스터들을 방위하는 군대의 사령관은 흑인이며, 그 밑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인물은 흑인과 아시아계, 백인이 섞여 있습니다. 또 영화의 악당 남매를 잡으러 가는 FBI의 지휘관은 한국계 배우가 맡았다고 하네요.
이렇듯 스테레오 타입으로 인종을 나누고 거기에 캐릭터라는 위장막을 뒤집어 씌웠던 다른 헐리우드 영화들과는 달리 다양한 인종의 캐릭터가 나와 더 다채로운 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영화의 노력은 여성을 그려내는 시각에도 나타납니다. 일단 악당이지만, 거대 회사의 수장으로 나오는 클레어 웨이든은 의존적인 자신의 남동생과 달리 괴물 사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 합니다. 나오미 헤리스도 평범한 생물학 박사일 뿐이지만, 거대 괴수의 공포에 움추려 들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찾아내죠.
그리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지만, 2인승 폭격기의 조종사 중 한명도 여성입니다. 이렇듯 영화는 편견이 개입하기 쉬운 부분들을 최대한 펼쳐놓으려 노력했습니다. 특히 그런 노력이 영화 감상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아 더 좋았구요. 앞으로 많은 영화들이 램페이지의 올바름에 대한 노력을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아래는 정말 알아도 하등 상관없는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스포도 싫다! 하시는 분이라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램페이지의 마지막 미덕은 클리쉐 파괴입니다. 왼쪽의 백인여성은 다른 히어로 물이었다면 당연히 주인공에 반해 앞뒤 안가리고 민폐를 끼치는 여주인공이 되었겠지만, 램페이지는 다릅니다. 데이비스가 영화 시작하자마자 바로 거절해 버리죠.
여성을 단순 소모적인 캐릭터로 쓰고 버리지 않으려는 시도는 쥬라기 월드에서도 성공적으로 그려졌지만, 램페이지의 시도는 더욱 재치있고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중간에 나오는 용병 대장의 경우, 일반적인 재난 영화였다면, 괴수를 제치고 최종보스가 되어 잘나가던 영화의 김을 빼놓았을 텐데, 램페이지에서는 등장한 후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늑대가 짱 쎄다) 그냥 퇴장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이 원하던 목적지로 쭉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감독 아저씨. 아저씨 다음 작품도 꼭 극장에서 볼께요!
영화 램페이지는 겉으로보이는 영화적인 재미 뿐만 아니라 몬스터 패닉 장르에 대한 깊은 고민, 그리고 영화가 저지르는 편견의 심화를 깨뜨리려는 노력까지 어우러져 정말 좋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영화 평론가들의 평가가 박하다고 하는데, 극의 개연성같이 지엽적인 부분에 집착하지 말고 이 영화를 더 넓고 더 말랑말랑하게 본다면 분명 좋은 평가를 내려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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