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찌질한 포스'와 '새로운 전설' 사이 엇갈리는 평가/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
- 리뷰 이야기 Reviews/영화 Movies
- 2018. 3. 25. 22:08
새로운 스타워즈 연작의 첫 작품인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스타워즈 시리즈 흥행 1위, 전체 영화 흥행 3위의 엄청난 대기록을 세운 작품입니다. 시리즈의 7편이면서 이전까지의 6부작을 거의 리부트하는 수준으로 진행되죠.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이전 영화 시리즈 작품들과 보이는 가장 큰 차이점은 작품의 주제입니다.
클래식 3부작인 스타워즈 4~6편은 루크 스카이워커의 영웅담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를 몰랐던 평범한 소년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훌륭한 스승들의 도움을 받아 억압받는 사람들을 구해낸다는 성장담을 담고 있죠. 이런 클래식 3부작의 영웅 성장 서사는 이후 등장하는 영웅담들에 교과서적으로 차용됩니다.
클래식 3부작 이후 등장한 프리퀄 3부작인 스타워즈 1~3편은 반대로 영웅의 타락기를 보여줍니다. 루크 스카이워크가 자신의 힘을 깨닫고 영웅으로 성장한다면, 프리퀄 3부작의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자신의 힘을 깨닫고 그 힘에 침식되어 타락하게 됩니다.
그 끝이 영웅으로써의 각성이냐 타락으로 인한 몰락이냐의 차이가 있지만, 스타워트 1~6편은 힘의 각성 - 스승의 인도 - 영웅(반영웅)으로의 완성 이라는 큰 줄거리는 동일하게 흘러갑니다.
새로운 연작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이전의 6부작들과 다른 서사를 시작합니다. 우선 주인공인 레이(데이지 리들리)는 평범함의 극을 달하는 인물이었다가 갑자기 포스를 각성합니다. 이는 이전 시리즈들이 특별한 존재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에 비해, 평범하고 어떤 배경도 없는 일반인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서브 주인공으로 나오는 핀(존 보예가) 또한 대단한 능력이나 숨겨진 출생의 비밀은 없는, 제국군의 쫄병이었지만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 하나로 영웅 서사에 올라 섭니다. 처음부터 재능이 있었던 자가 좋은 스승을 만나 성공하는 서사에서 의지가 있는 평범한 사람이 성공해나가는 이야기로 시리즈의 서사가 변한 것이죠.
두 주인공 레이와 핀을 성장시키는 장치로 등장하는 것이 라이벌입니다. 클래식 3부작에서 루크를 성장시키는 것은 위대한 스승 요다였습니다.
새로운 연작에서 주인공 레이와 핀을 성장시키는 것은 스승이 아닌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 입니다. 카일로 렌 또한 아직 미성숙한 인물로,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다크사이드와 포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죠.
등장인물 3인방인 레이, 핀, 카일로 렌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성장하는 서사를 보여줌으로써 이전 시리즈들과 확연히 다른 서사적 구성을 보입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영화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신경쓰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전 시리즈들과 다르게 주인공이 여성, 흑인인 것도 이미 파격적이지만, 이들이 어떤 뒷배경으로 주인공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의존적 영웅주의였던 지난 서사를 수정한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카일로 렌 또한 자신이 스승처럼 생각하는 이가 이미 사망한 다스베이더라는 것은 환경적인 요인으로 성공하는 영웅이 아닌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그리고자 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런 영화 주제의 변화가 너무 급하게 이뤄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시리즈의 팬이라면, 정통적인 영웅담을 기대하며 본 영화에서 그런 클리세적인 장치들을 모두 파괴해버리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서사는 매우 어색하게 느껴즐 것입니다.
특히 루크 스카이워커식의 영웅담은 루크의 핏줄이 최고의 제다이 기사와 연결되어있다는 설정으로 이후 발생하는 모든 루크의 능력을 설명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설정도 없이 그냥 레이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왠지는 모른다!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개연성도 저 멀리 별들 사이로 날려버립니다.
시리즈의 팬으로써 이번작품을 비판하고 싶은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면 역시 악역인 카일로 렌의 미성숙함이겠습니다. 이전 시리즈들에서는 정말 강대하고 굳건한 악역이 존재했습니다. 특히 클래식 3부작의 다스베이더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악역이죠. 이런 매력적인 악역이 있었기에 루크 스카이워커의 여정이 더 험난해 보이고 긴장감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의 진악역인 카일로 렌은 다스베이더같은 엄청난 포스를 보이지도 않고 자신도 다크사이드와 포스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줘, 주인공만 방황해도 답답해 죽을 것 같은 관객들을 2배 답답하게 만듭니다.
거기다 중반 이후 마스크를 벗으면 이렇게 악당 포스가 바닥까지 떨어지는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끝까지 가면을 벗지 말지...)
물론 앞서 설명드렸던 것 처럼 카일로 렌 또한 성장하는 등장인물이기 때문에 이미 완성되었던 악역 다스베이더와 같이 고정된 이미지로 등장할 수 없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벗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너무 힘빠져보여, 극장에서 한탄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새로운 스타워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인만큼 이전 시리즈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변한 시대상에 맞게 서사의 구조를 변경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이런 노력이 엄청난 흥행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되네요.
하지만 기존 시리즈 팬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등장인물 설정이나 떨어지는 악역의 매력, 그리고 기존 시리즈의 유산들을 야반도주하듯 급하게 정리하는 모습은 이렇게까지 해야했나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제 이름만 스타워즈지 사실 완전 다른 영화 시리즈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영화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래도 영화 곳곳에 지난 시리즈를 추억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많이 마련해 놓기는 했습니다...)
----- 스포일러 경고 -----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한 솔로의 모습은 클래식 3부작의 팬들의 환호를 이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여기서 그냥 멈췄으면 좋았을텐데... 앞서 언급했던 카일로 렌의 떨어지는 악당 포스를 살리기 위해 영화가 선택한 것은 카일로 렌의 출생이었습니다. 카일로 렌의 본명은 벤 솔로. 즉 한 솔로의 아들이었던 것이죠.
거기다 방황하는 카일로 렌을 악한 면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 한 솔로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도록 합니다. 물론 이전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이 새로운 시리즈에서도 이전처럼 활약한다면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어낸 이유가 퇴색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것은 이전 시리즈의 팬으로써 용납할 수 없는 처사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들은 그냥 이름만 스타워즈인 별개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말이었네요.
새로운 스타워즈 연작의 시작이면서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영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는 거대한 전작들의 후광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새로운 서사구조를 채택하는 과감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시도가 분명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기존 시리즈 팬으로써는 안타까움의 연속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새로운 시도, 앞으로도 잘 갈고 닦아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가주기를 바랍니다.
*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후기(스포주의) | 영화를 보는 올드팬의 표정이... 아아...
* 쥬라기월드2 : 폴른 킹덤/ 시나리오는 3류지만 1류의 기술력에 사랑스런 공룡들이 잔뜩 나오니 신난다/ 뒤에 스포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