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에는 나가사키 짬뽕말고도 유명한 음식이 있죠. 바로 도루코 라이스!(왠지 면도기가 떠오르는 이름)
볶음밥에 스파게티를 한 접시에 담고 그 위에 돈까스를 올린 특이한 구성의 음식입니다. 동서양이 합체한 신기한 음식, 도루코라이스의 원조 비스트로 보르도를 나가사키 여행 중 찾았습니다.
일본의 아케이드는 산책하기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햇살이 뜨거운 날에도 가볍게 걸으며 가게도 보고 사람도 구경할 수 있는 아케이드. 한국에도 이런 아케이드가 많이 생기면 좋겠네요. 비올때도 신경쓰지 않고 쇼핑도 하고 걷기 운동도 하고 싶습니다.
나가사키의 니시하마노마치 아케이드를 걷다가 골목길로 들어가면, 토루코라이스의 원조인 비스트로 보르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나가사키 비스트로 보르도 가는 길 구글맵
2층에 위치한 비스트로 보르도. 비스트로라는 이름처럼 경양식 레스토랑입니다. 볶음밥과 돈까스를 팔기에는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다가 옛날에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돈까스를(그것도 완전 한국식) 팔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어울리는 것 같네요.
도루코라이스의 원조답게 오래된 가게입니다. 지금의 쉐프는 2대째 가게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내부는 무척 작습니다. 작은 테이블 2개, 바자리 몇개가 전부죠. 일하시는 분도 셰프 한분 뿐입니다. 혼자서 주문을 받고 요리를 하시고 서빙도 하시며 바쁘게 가게를 운영하시죠. 그래서 주문한 후에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혹시 바쁜 일정을 앞두고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이점을 꼭 유의해 주세요.
가게에는 남학생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제눈에는 특이하게 보였습니다. 왠지 남학생보다는 여학생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가게인데 정작 여학생은 한명도 없더라구요. 이렇게 편견이 하나씩 깨지는 것 같네요. 어서 나쁜 편견들은 모두모두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볶음밥, 스파게티, 돈까스가 나오는 것에 맞춰 숟가락, 포크, 나이프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 주문한 도루코라이스가 등장했습니다. 왼쪽이 볶음밥, 오른쪽이 나폴리탄(일본식 캐챱 스파게티), 그리고 그 위에 돈까스가 올려진 구성.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특이하다고 생각했지만 직접보니 더 재밌네요.
도루코라이스의 도루코는 터키의 일본식 표기입니다.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동양과 서양이 섞여있는 터키를 본따 도루코라이스라고 이름지었다고 하네요. 볶음밥은 카레향이 섞인 야채볶음밥이었습니다. 불맛이 나는 중국식 계란볶음밥이 아닌 담백한 맛을 보여줍니다.
스파게티는 케첩스파게티, 나폴리탄입니다. 한국에서 나폴리탄을 파는 곳은 많지 않죠. 찾는다면 냉동식품정도일까요. 어렸을 때 먹었던 캐찹스파게티의 추억을 일본에서 회상하다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나폴리탄도 나폴리탄 소스를 이용한 스파게티인데, 나폴리탄 소스는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면요리를 보고 이탈리아로 돌아와 유행시켰다고 합니다. 섞이고 섞인 동서양의 문화가 이렇게 한접시에 담겨져 있네요.)
여전히 바쁘신 쉐프 아저씨. 하지만 일하시는 틈틈이 바에 앉은 손님과 담소를 나누십니다. 저에게도 한국에서 왔냐고 영어로 물어보시구요. 여행중에 낯선 곳에서 처음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떨리면서도 설레는 일입니다.
도루코라이스는 우리가 잘 알고있는 음식을 그저 조합했을뿐인 요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아는 그맛이 그대로 나죠. 엄청 맛있거나 특이하다고 할 수 없는 평범한 맛.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유래를 알고나니 익숙했던 음식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저의 편견을 깨고 다양성의 중요도를 알려준 좋은 가게. 잘먹었습니다.
* 나가사키 주택가 산책과 일본 3대 차이나타운 '신지중화가'의 먹거리 구경/ 카쿠니만쥬, 대나무잎 찰밥, 패밀리마트 계란빵
* 홋카이도 먹방여행 / 삿포로 야경 JR TOWER 전망대 T38, 스시 잔마이, 긴다코 타코야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