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료칸 체험/ 니세코 츠키미노야도 아카하네 일반 다다미 화실과 가이세키 요리 月美の宿 紅葉音
- 여행 이야기 Travel/해외여행 World
- 2018. 2. 25. 08:04
일본 여행이라고 한다면, 예전부터 꿈꿔오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료칸! 가이세키 요리! 다양한 일본의 만화와 드라마에서 꼭 등장하는 온천여행이 바로 일본 여행의 로망이었습니다. 홋카이도 여행에서 드디어 그 꿈을 이뤘습니다. 왠지 일본 영화 한켠에서 본 것 같은 광경을 함께 감상하시죠.
니세코역에서 셔틀봉고(혹은 송영버스)를 타고 도착한 니세코 료칸 츠키미노야도 아카하네月美の宿 紅葉音 프론트 근처 휴게공간입니다.
하룻밤에 12팀만 머물 수 있는 규모의 료칸이라고 하네요. 료칸에 대한 경험이 많지않아 큰지 작은지는 감이오지 않습니다.
여유로운 분위기에 잠시 취해봅니다.
객실 방에 들어오니 웰컴 스낵이 있네요.
창밖에는 슬슬 해가 지고 있습니다.
모텔이나 호텔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 다다미가 바닥에 깔려있습니다. 다다미를 보면 왠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카메라를 들고 다다미샷을 찍어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녁먹을 시간입니다. 료칸의 하이라이트! 가이세키 요리를 먹으로 가는 길입니다. 가이세키요리는 일본식 코스요리를 뜻합니다. 일본 드라마에서 보던 그 장면 그대로 저녁을 즐길 수 있다니 가슴이 마구 요동칩니다.
천천히 식사들이 나오는 중에 급하게 한 컷. 저 소고기는 지금도 생각만 하면 황홀해지는 미각을 달래느라 고생합니다. 함께 나오는 뜨거운 돌에 살짝 구워, 소스에 찍어먹었는데 정말 혀에 닿는 순간 감칠맛만 남기며 사라집니다.
누가 빼앗아 먹은 것도 아닌데 먹은 듯 먹지 않은 기분. 하룻밤 추억만 남기고 다시 배를 타고 사라진 무정한 마도로스 같은 소고기였습니다. 다시 올리 없는 그 매정한 가슴을 기다리며 오늘도 제 혓바닥은 먼 동쪽 바다를 보며 흐느껴 울고 있습니다.
한가득 올라온 해산물에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소식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20세기때나 나올법한 이야기였나 봅니다. 21세기 일본은 많이 먹습니다.
팔을 걷으며 본격적으로 빵빵해질 준비를 하는 빵미.
요리의 이름과 재료가 적힌 종이를 가지고 오셔서 설명해주시는 료칸 매니저 누나(?). 사실 일본어는 전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알아듣는 척 했습니다.
(료칸 예약은 일본 전문 여행사 재패니안에 맡겼습니다. 좋은 료칸을 잡아주어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화로에 불이 오릅니다. 이제 저 화로에 매정한 너, 소고기를 구워 먹겠습니다.
어지간히도 인상적이었던 모양인지 소고기 사진이 많네요. 으음... 이렇게 다시 보니 참을 수 없습니다. 소고기 라면이라도 끓여먹어야 하나, 이 늦은 밤에...
소고기를 구운 화로에 새우도 굽습니다. 소고기 육즙이 살짝 베어든 새우의 맛은 향긋하면서도 고소했습니다.
어떻게 먹는 지 몰라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던 성게. 결국 메니저 누나가 와서 먹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일본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짠지들입니다. 한국 식당에서는 만나보지 못한 다양한 절임 음식들이 일본의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저 나뭇잎처럼 생긴 것의 정체는 무려 호박. 부드러워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후식으로 껍질을 벗긴 방울토마토와 화과자가 나왔습니다. 달콤한 방울토마토가 입을 개운하게 해주니 시원하면서도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동적이었던 가이세키 요리의 잔향을 입안에 오래오래 남겨두고 싶었기때문에...
식사를 마치고 다시 로비로 내려왔습니다.
맛있게 먹는 동안 어두워졌습니다. 밤의 료칸 츠키미노야도 아카하네를 한 장 남겼습니다. 산 중턱에 있어 주변에 인공 조명이 없고 공기가 너무나도 맑았습니다.
달이 밝은 밤이었습니다. 구름에 가렸던 달이 고개를 내밀면 발밑에 달 그리자가 질 만큼.
여유롭게 료칸 근처에서 산책을 즐기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살면서 이때만큼 느리게 느리게, 느리고 또 느리게 매초, 매순간을 음미한 때가 있었나 싶습니다. 치열했던 저녁식사가 어느정도 소화 되었을 무렵 온천에 몸을 씻고 꿈같은 곳에서 다시 꿈속으로 떠났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모든 것이 느렸고 모든 것이 손에 잡힐 듯 제 곁을 스쳐 지나가 주었습니다. 저는 제 모든 순간을 즐겼고, 모든 것이 저에게 상냥했습니다. 설탕으로 만든 실처럼 저를 감싼 공기는 달콤하게 녹아들었고 이네 사라졌습니다. 그 포근함 안에서 저는,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 북해도 료칸 '츠키미노야도 아카하네' 가이세키 요리 조식, 도야역 기차 이동 / LG G3
* 홋카이도 레일패스 '니세코역' 기차여행 / 일본 시골마을의 작고 예쁜 기차역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