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 인피니티워를 위한 줄거리의 무리수들 + 부산팬서/ 결말 스포주의
- 리뷰 이야기 Reviews/영화 Movies
- 2018. 12. 11. 22:04
블랙팬서는 마블의 대규모 이벤트 인피니티워 직전 마지막 개인 영화입니다. 인피니티워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설정들을 설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영화가 블랙팬서입니다. 우주적인 존재인 타노스와 그의 우주급 아이템 인피니티 스톤이 지구를 위기에 빠뜨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항하기 위한 주요 무기로 지구에서 가장 강한 금속, 비브라늄과 초월적인 과학력을 가진 와칸다(블랙팬서의 나라)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마블 원작 코믹스의 타노스는 그야말로 우주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로, 모든 인피니티 스톤을 착용한 타노스는 전우주를 잠시지만 자신의 지배하에 둔 적이 있을정도로 초월적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코믹스 인피니티워는 풀파워의 타노스가 전우주를 지배하는 사건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제까지의 마블 영화시리즈에서는 타노스에 대항할 수 있는 우주적 파워의 존재들이 크게 어필되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우주적인 빌런이 나타나면 스토리를 풀어내기 어려워지죠. 그래서 지구에도 이런 초월적인 파워와 과학력이 있다! 라는 궁색한 설명? 을 하기 위한 영화가 블랙팬서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블랙팬서 개인 뿐만 아니라 비브라늄의 엄청난 능력, 와칸다의 탈지구급 과학력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영화의 스토리는 산으로 갑니다.
와칸다의 왕이 된 블랙팬서, 트찰라(채드윅 보스만).
블랙팬서의 주제는 어떤 왕이 될 것인가? 입니다. 와칸다의 왕이 된 블랙팬서, 트찰라는 이제까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와칸다의 운명을 결정해야 합니다. 계속 숨어서 살 것인가, 아니면 은둔 생활을 청산하고 세상에 나설 것인가. 그리고 앞서 설명한 것 처럼, 인피니티워의 한 축으로 비브라늄과 와칸다의 과학력을 사용하기 위해 이제까지의 쇄국정책을 버리고 개항하게 됩니다.
후속작의 설정으로 사용하기 위해... 라고 표현한 이유는, 트찰라가 와칸다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한 이유가 전혀 공감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니, 뭔가 이유가 없습니다. 이유가 있어야 공감이든 비공감이든 할텐데, 어떤 이유도 없이 그냥 아... 고생했다. 우리 개방이나 할까? 이러더니 개방합니다.
마블이 기대하는 초대형 이벤트 인피니티워와 연결하기 위해 와칸다를 개방해야 하는 그 마음 이해하지만, 이렇게 어떤 개연성도 없이 블랙팬서에서 대충 넘어가야했는지...
게다가 이제까지 와칸다는 신비의 나라, 비브라늄이 나는 나라 정도였는데, 블랙팬서 영화에서는 갑자기 전 세계를 정복할만한 과학력의 나라가 됩니다.
아니 어벤져스도 있고 닥터 스트레인지도 멀쩡히 살아있는데, 와칸다에서 무기 몇개 보낸다고 세계를 정복한다고? 블랙팬서에서는 인피니티워를 위한 심한 무리수가 영화 내내 온천터진 듯 펑펑 터집니다.
블랙팬서의 메인 빌런 킬몽거(마이클 B.조던)는 와칸다에서 버림받은 아이로 등장합니다. (전대 와칸다 왕의 동생 아이입니다. 그러니까 블랙팬서 주인공 트찰라와는 사촌 지간입니다.)
킬몽거가 갑자기 와칸다를 찾아와 트찰라를 쓰러뜨리고 와칸다의 왕이됩니다. 아무리 왕족이라지만, 부족국가에서 이렇게 떡먹듯이 짜잔하고 왕이될 수 있는가... 는 넘어가주도록 하죠.
와칸다의 왕이 된 킬몽거는 와칸다의 힘으로 억압받는 흑인들을 구원하겠다고 전세계로 무기를 보내려 합니다. 뭐? 흑인? 갑자기 왜 흑인문제? 블랙팬서가 흑인 히어로에 흑인들이 주측이 되는 영화라는 것은 알지만(감독도 흑인) 영화 초반 어떤 암시도 없다가 갑자기 흑인 해방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드는 황당함이란...
물론 전세계적으로 인종갈등이 심각한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블랙팬서 영화 초반 흑인문제에 대한 어떤 복선도 보여주지 않다가(도리어 비브라늄의 힘으로 잘사는 흑인만 보여주다) 갑자기 대륙도 다른 미국의 흑인문제를 이야기하더니 그러니까 전쟁이다! 쿵쾅! 이라는 전개는... 정신이 아찔해졌습니다.
(이런 블랙팬서 수트를 만들 수 있는 와칸다. 과학기술이 진보한 풍요로운 와칸다를 보여주다, 전 세계 흑인 인권이야기로 넘어가니 황당하지 않을 수가...)
어디까지나 와칸다는 비브라늄을 지키기 위해 숨어있는 국가였습니다. 그래서 블랙팬서 영화 결말부에 UN회의에서 한 참가자가 와칸다는 '세계 최빈국 아니냐'고 되묻죠.
그런데, 영화 중간 트찰라는 미국 CIA 요원(그것도 부국장) 로스(마틴 프리먼)를 큰 고민 없이 와칸다로 데려갑니다. CIA는 미국 정보부입니다. 그리고 트찰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블랙팬서 줄거리의 개연성에 대한 모든 기대를 버리게 됩니다. 그냥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요, 쟤는 또 왜저래요... 입니다.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습니다만, 이 부분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블랙팬서 영화 중반 트찰라는 왕위 쟁탈전에서 킬몽거에 패해 절벽으로 떨어집니다.
그러자 트찰라의 어머니(왕대비)와 여동생, (전)여자친구 그리고 CIA요원 로스는 트찰라를 구할 생각은 안하고(물론 죽었다고 생각하니까) 고릴라 부족으로 피신, 고릴라 부족장에게 심장모양 허브를 주려합니다. 심장모양 허브는 블랙팬서의 힘을 주는 엄청난 아이템이죠.
그런데 짜잔~ 고릴라 부족에 절벽에서 떨어진 트찰라가 있습니다.(그것도 살아서) 음? 뭐라고?
영화 블랙팬서에서는 왕위 쟁탈전 도중 절벽에서 밀려난 트찰라를 와칸다 고릴라 부족에서 구한 것으로 나옵니다. 트찰라의 엄마 왕대비와 여동생 공주 그리고 전 여자친구가 고릴라 부족에 바치려했던 허브를 먹고 '블랙팬서의 힘'을 회복한 트찰라.
트찰라는 고릴라 부족에 연합을 제안하지만, 고릴라 부족은 거절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우후! 우후! 고릴라 소리를 내며 전투에 참전합니다. 그냥 이유 없이. 뭐 그렇습니다. 블랙팬서는 그냥 그런, 그런 영화입니다. (고릴라 부족은 왕실 근위대와 함께 새로운 왕 킬몽거의 지지세력이 된 코뿔소 부족의 폭주를 막습니다.)
앞서 영화 블랙팬서의 개연성 이야기를 쭉 늘어놓았는데,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는가... 하면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마블 영화에서 기대하는 부분을 영화는 충실히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케일이 좀... 작습니다. 시공간을 접어버렸던 닥터 스트레인지 같은 영화를 보다가 블랙팬서의 마지막 결전을 보면 정말 심심합니다. 진짜 소수 부족이 모여 투닥 거리며 싸우는 수준입니다. 전투의 짜임새나 합은 괜찮지만 이제까지 거대한 스케일의 마블 영화에 길들여진 제 눈은 불만족 빔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블랙팬서를 재밌게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바로 부산! 처음 블랙팬서에 부산이 등장한다고 했을 때, 영화 어벤져스 1편처럼 한국 장면이 그냥 스쳐 지나가겠구나 했는데...
블랙팬서 영화의 중반 하이라이트 씬 전체를 부산에서 보여줍니다. 덕분에 중간에 설명 때문에 지루한 부분을 스킵하고 넘어간다면 블랙팬서가 아니라 '부산팬서'라고 해도 충분할 듯한 비중입니다.
블랙팬서에서는 부산 자갈치 시장은 물론 부산의 자랑 광안대교까지 화려하게 등장합니다.(아쉬운 점이라면, 기왕간거 광안대교 정도는 부숴먹는 스케일을 보여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야, 이거 영화 대본 누가 썼냐? 이게 말이되?)
( ... )
(너냐...?)
혹평만 쭉 늘어놓은 블랙팬서 평이었습니다만, 그래도 물오른 마블의 실력은 어디 안갔습니다. 대박은 아니지만 중박 이상은 충분히 쳐줄 수 있는 퀄리티니 걱정말고 보셔도 좋습니다. 다만, 큰 기대는 내려놓으세요.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결말 관련 떡밥 및 어벤져스4 예상/ 앤트맨과 비브라늄, 초강력 스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