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 (원제 POMPEII, 2014)은 '타이타닉'처럼 역사, 재난, 로맨스 3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영화다. 물론 완성도 면에서는 영화 타이타닉이 앞서지만.
타이타닉이 로맨스와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다면 폼페이 최후의 날은 '재난' 부분 비중이 크다. 영화의 1/3, 그러니까 후반부 대부분이 베수비오 화산 폭발과 그 이후 폼페이 도시 파괴 과정을 3D CG로 묘사하고 있다. 10년 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좋아하는지라 '폼페이: 최후의 날'도 재미있게 보았다.
영화 폼페이의 시작은 AD 62년 로마 제국이 유럽을 지배하고 있을 시점이다. 로마의 속주 중 하나였던 브리타니아(영국)에서 켈트 기마부족의 반란이 일어난다.
로마 호민관 코르부스와 그 부하 프로쿨루스는 반란을 진압하고 잔인하게 켈트 기마부족 전체를 처형한다. 어린 아이였던 마일로를 제외하고. 마일로는 노예로 끌려간다.
세월이 흘러 AD 79년 런던. 마일로는 '켈트'라 불리는 강력한 검투사로 자랐다.
폼페이의 주인공 마일로 역할은 킷 하링턴이 맡았다. 유명 미드 '왕좌의 게임'의 그, 존 스노우다. 킷 하링턴을 스타로 만들 어 준 배역 존 스노우가 속한 북부 지역 스타크 가문도 켈트족을 연상시킨다. 영화 폼페이에서도 켈트 역할을 맡은 것이 연장선 상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일로는 '존 스노우' 답게 검투장에서 무쌍을 찍고.
마일로의 전투력을 보고 놀란 벨라토르(정확한 지위나 소속은 모르겠다, 하급 귀족으로 추정)가 그를 이탈리아 반도로 픽업해 간다.
이탈리아 남부의 항구도시 폼페이에 도착한 노예 검투사(글래디에이터)들. 베수비오 산이 도시 어느 곳에서나 잘 보일만큼 크게 자리잡고 있다.
마일로가 사슬에 묶여 걷고 있는 와중에 지나가던 마차의 말이 갑자기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심각한 눈으로 말을 쳐다보는 마일로.
마차안에는 로마에서 귀환하던 폼페이 지방 영주의 딸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가 타고 있었다. 카시아의 허락으로 마일로는 드러누운 말의 목을 비틀어 안락사 시킨다. 모델 미모 뽐내는 그녀의 눈길이 한동안 마일로에게 머문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전 폼페이는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 역할을 하는 부유한 항구도시였다. 각종 과일과 채소, 견과류, 생선 등 물자가 풍부한 도시였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영주의 딸인 카시아의 집은 대저택이다.
반면 마일로의 현실은... 지옥같은 투기장 노예 숙소에서 화려한 신고식이 펼쳐진다. 그 와중에 화산도 불길을 한번 뿜어주시고.
날이 밝자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들은 연습 시합을 한다. 마일로가 오기 전까지 챔피언이었던 아티쿠스(아데웰 아킨누오예 아바제)의 견제가 심하다.
경기장 상석에 앉아 게으른 로마인 포즈를 열연하는 벨라토르(커리 그레이엄). 포도는 데코다.
벨라토르 이 아저씨 이래뵈도 다른 영화 모습 보면 스윗 가이(슬림한 마동석 느낌?)다. 폼페이에서는 배역을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운 느낌이다.
싸우는 한편 같은 철장안에서 지내면서 자라나는 우정. 아티쿠스가 조금만 더 승리하면 '자유민'이 된다는 말에 마일로는 코웃음 친다. 로마 귀족과 노예 관리인의 말을 믿느냐면서.
이 무렵 폼페이에 중요 악역들이 등장한다. (폼페이 지방이 로마 전에는 그리스 문화권에 있어서인지 위 이미지를 보면 그리스 느낌도 난다.)
바로 켈트 기마민족을 학살했던 호민관 코르부스(키퍼 서덜랜드)와 그 부하 프로쿨루스(사샤 로이즈). 이제는 로마 원로원 의원이 된 코르부스의 위세가 대단하다.
이들을 폼페이로 초대한 건 여주인공 카시아의 아빠 세베루스(자레드 해리스)다. 부인 아우렐리아(캐리 앤 모스)와 딸을 끔찍히 사랑하는 그는 나중에 이를 후회하게 된다.
마일로는 폼페이 귀족들의 연회에 흥미거리로 세워지기 위해 이동한다. 그 와중 부모와 켈트 부족을 학살하는데 가담한 프로쿨루스가 지나치는 모습을 본다.
표정이 좋지 않던 마일로가 연회에서 카시아를 발견했다. 여주의 표정이 사랑스럽다.
그랬던 그녀의 표정은 잠시 뒤 아래 사진처럼 바뀐다.
코르부스 의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 아빠...'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
사실 카시아가 로마에서 폼페이로 돌아온 이유가 코르부스 때문이다. 나이도 아빠 뻘이면서 관심 없다는 아가씨에게 열심히 들이대는 바람에 도망쳐 온 것.
권력과 재력으로 무장한 코르부스는 자신만만하다. 폼페이 영주 세베루스가 추진하는 '도시 재건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미끼로 카시아 옆을 떠나지 않는다.
저택의 연회는 한창이었으나 화산의 진동(챔피언 아티쿠스의 표현에 따르면 '산들이 그르렁'거리는)에 놀란 카시아의 말이 난리를 치고 있다. 하인의 보고를 받은 카시아는 검투사 노예 관리인에게 마일로의 구속을 풀라고 명령한다.
귀족 처녀와 노예 총각은 곧 따라온 코르부스의 부하들과 노예 관리인에게 잡힌다. 카시아가 마일로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눈치 챈 코르부스.
분노한 그는 부하 프로쿨루스와 벨라토르에게 명령해 마일로를 죽이라고 한다.
곧 축제 기간 원형경기장에서 열린 검투 대회. 1대 1 대결이 될 줄 알았던 대회가 학살극의 형태를 띤다. 켈트 반란 진압을 재현한다면서 검투 경기에 로마군이 투입된다.
원기둥 사슬에 묶여 있던 대부분의 검투사가 죽고 마일로와 아티쿠스만 살아남는다.
경기를 관람하며 카시아와 가족들을 교묘하게 협박해 결혼 약속까지 받아내는 코르부스 의원.
마일로는 일단 관객들의 응원(살려라!)으로 목숨은 부지했지만 부상을 당한 채다. 코르부스는 부하 프로쿨루스를 시켜 그만 마무리 지으라고 한다. 위기의 마일로.
마일로의 위기 순간에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을 시작한다! 주인공의 기본 자질은 하늘이 돕는 좋은 타이밍이다. 다들 놀라다가 본격적으로 원형경기장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아비규환이 된다.
코르부스 의원이 기절한 틈에 죽이려다가 오히려 죽고 마는 카시아 아빠 세베루스. 경기장이 무너지면서 큰 부상을 입은 부인 아우렐리아 곁에서 영원히 잠든다.
카시아는 검투 경기 도중 마일로 편을 들다가 저택에 감금당했다. 일단 경기장이 무너지는 것에서는 간발 차로 안전했지만... 저택도 난리다.
마일로가 구하러 와서 감금에서는 풀렸지만 위기가 이어진다. 땅이 무너지면서 카시아는 살고 친구 역할을 겸하던 하녀(제시카 루카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지진 해일(쓰나미)까지 폼페이를 덮친다. 재난 블록버스터답게 규모가 큰 CG 장면 묘사들이 이어진다.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간다. 폼페이가 초토화 되가는 와중에 주요 인물들이 마주한다. 재투성이가 된 카시아에게 끝까지 집착하는 코르부스.
코르부스는 프로쿨루스 등 부하들을 마일로와 아티쿠스 앞에 냅두고 카시아를 납치해 4륜 수레를 달린다. 이 정도면 집착남의 끝판왕이라 인정해줄만 하다.
이제 주인공 마일로와 전우 사이가 된 아티쿠스가 자신이 프로쿨루스를 맡을테니 뒤따라 가보라고 한다.
(아티쿠스가 프로쿨루스를 무찌르지만 큰 부상을 입는다. 그는 밀려 오는 화산분출물 앞에서 '나는 자유인이다'를 외치며 장렬히 산화한다.)
결말 장면은 주연들 몫이다. 마일로도 코르부스를 무찌르고 카시아를 구해낸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검투사라 해도 거대한 자연 재해 앞에서는 인간일 수 밖에 없다.
생의 마지막을 도망치는 데 쓰고 싶지 않다는 여주인공 말과 이어지는 키스.
'폼페이: 최후의 날' 영화 포스터의 바로 그 장면이다. 그렇게 연인은 폼페이와 함께 영원히 전설이 되었다는 결말이다.
영화 도입부의 폼페이 인간 화석들의 모습이 영화 마지막에서 키스하는 연인 화석으로 연결된다.
폼페이는 1549년 우연히 발견, 1748년 발굴이 시작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폼페이 발굴 현장에서 다양한 인간 화석(각 빈공간에 석고를 부어 본뜬 것)이 발견 돼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그 중에는 서로를 끌어안듯 함께 누워 있는 연인 화석도 있었다고 한다.
둘의 자세한 관계는 알 수 없지만 극적인 상황에서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앞으로도 '폼페이: 최후의 날' 같은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고대 역사 판타지 영화가 많이 나오기를 바라며 이만 줄여야겠다.
* 서양 시대극 영화 추천_고대편(연표 첨부) / 타이탄부터 아고라까지 '한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