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한두번은 전라도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싣고 있습니다. 광주에 가면 꼭 먹는 음식이 오리탕인데, 이번에는 하필 복날에 광주를 찾는 바람에 오리탕집들이 전부 일찍 영업을 종료하거나 주물럭만 팔더라구요. 매년 먹던 오리탕을 먹지못하다니... 그 슬픔을 무진보의 오리주물럭이 달랜 기억이 있습니다.
광주 도착 첫날 점심은 화랑궁회관의 육회비빔밥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점심으로 먹으며 유명해졌죠. 저도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화랑궁회관을 찾아 보았습니다.
점심도 아니고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찾은 화랑궁회관의 손님은 우리뿐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사람으로 꽉차있어 점심시간에는 발길을 돌리는 손님도 많다고 하니 주의해야겠습니다.
육회 비빔밥을 2인분 주문. 광주는 어떤 음식점에 들어가 뭘 먹어도 맛있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경험 상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안심하고 뭐든 먹게되네요. 대통령이 와서 먹은 육회비빔밥이라면 더욱 걱정할 필요 없겠죠? 화랑궁회관의 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육회되시겠습니다. 붉은기가 선명하게 도는 신선한 육회가 입맛을 마구 자극하네요. 비비지 않고 그냥 젓가락으로 집어먹어도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예상치못했던 복병, 돼지 머리 고기! 쫄깃한 머릿고기가 맘껏 제공됩니다. 반주를 즐기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안주삼아 내놓으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점 먹고나면 그 쫄깃쫄깃한 식감이 감탄을 부릅니다.
참고로 화랑궁회관 육회비빔밥의 가격은 8000원입니다. 이 가격에 저런 반찬이라니 실화?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구성입니다.
앞서 육회가 오늘의 주인공이라고 했지만, 사실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작은 솥에서 금방한 밥입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갓지은 밥에 참기름을 살짝 둘러주십니다.
방금 지어나온 따끈한 밥에 참기름을 살짝, 그리고 고소한 육회를 얹어 야채와 함께 비볐습니다. 맛있지 않을 수 없는 최고의 조합입니다! 따뜻한 밥과 살짝 차가운 육회의 조합도 매우 훌륭합니다. 화랑궁회관의 육회비빔밥은 정도를 지킨 육회비빔밥의 교과서같은 맛을 보여줍니다. 꼼수 쓰지 않고 잔머리를 굴리지 않으며 우직하게 대로만 따라 나가는 모습이 정직한 맛으로 나타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화랑궁회관은 518민주화운동 유가족이 운영하는 가게라고 하네요. 그래서 문재인대통령이 찾으셨던 거군요. 거기다 김대중, 노무현대통령님도 찾으신적 있으시다하니 화랑궁회관은 맛도 맛이지만 역사적 의의도 충실한 맛집입니다.
화랑궁회관 가는 길 지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중에 오리탕을 찾아 광주 시내를 뒤졌지만, 끝내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들깨가 가득한 오리의 고소한 국물이 생각나는데 먹을 수 없다니...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무진보. 오리주물럭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리탕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찾았습니다.
밑반찬이 깔려나올 때 찰칵! 깻잎의 근접사진이 없는데, 저 깻잎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리고기도 올려먹고 밥에도 올려먹고. 뭔가 특별한 조미가 된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손이갔던 마성의 깻잎.
오리주물럭이 돌판과 함께 왔습니다. 주변에는 치즈와 옥수수와 계란물이 둥글게 오리주물럭을 포위하고 있는 형태. 이런식의 오리 주물럭은 처음먹어봐 컬쳐쇼크가 왔습니다.
잘 구워진 오리고기를 치즈에 듬뿍 찍은 후에 야채에 싸서 옥수수를 올려 먹으면 그 맛이 최고! 오리탕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맛이었습니다. 다음에 광주를 또 가게된다면 오리탕과 오리주물럭 중 하나를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음... 아니, 아마 둘 다 먹지 않을까요. 잘 먹었습니다!
* 광주 맛집/ 택시 기사가 추천해주는 '영미 오리탕'/ 오리탕 반마리와 메뉴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