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실화 영화 5편 | 1980년대 배경 택시운전사부터 1987까지
- 리뷰 이야기 Reviews/영화 Movies
- 2018. 1. 9. 12:57
올해 들어 영화 1987이 무서운 기세로 관객수 500만을 돌파하기 직전입니다. 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영화 1987을 관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매율 역주행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저도 주말에 빵응이와 함께 1987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역사적 요소를 빼놓고도, 아니 그 역사적 사실과 인물망을 촘촘하게 잘 구성한 덕분인지 영화 자체로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지난 해 개봉 해 관개수 1200만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생각납니다. 영화 변호인도 그렇고 우리나라 관객들이 1980년대를 조망한 작품들에 관심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 1980년대는 중요한 분기점이었죠!
젊은 세대 뿐 아니라 중장년 관객들까지 영화관으로 끌어들인 1980년대 배경 영화 5편을 소개 드립니다.
1. 택시운전사(2017)
1980년 5월 서울과 광주를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영화입니다. 서울 택시운전사 김만복(송강호)이 독일기자 위르겐 힌치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갔다가 518민중항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이야기입니다.
조용필의 단발머리 노래 인트로와 함께 관객들도 그 시대로 빨려 들어갑니다. 주연 배우들(유해진, 류준열 포함) 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박혁권, 최귀화, 차순배)들의 연기도 빛나는 영화입니다.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며 김만복이 딸에게 마지막 심정으로 전화하고 광주로 돌아가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죠.
송강호 배우가 열연한 김만복은 실존 인물 김사복 씨를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 택시운전사 영화가 끝나고도 김사복 씨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위르겐 힌치페터와 김사복 씨가 함께 있는 사진을 가지고 김승필 씨가 등장, 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승필 씨에 따르면 김사복 씨는 호텔 소속 택시운전사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는 택시운전사 외에도 꽃잎(1996), 박하사탕(1999), 화려한 휴가(2007), 26년(2012) 등이 있습니다.
2. 변호인(2013)
1981년 9월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사건'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입니다. 당시 부산의 최대 규모 공안 조작 사건(지휘 검사 최병국, 수가 검사 고영주)이기도 합니다.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대학생, 직장인 등 22명을 영장 없이 최대 2달 가까이 불법 구금, 고문했습니다. 당시 잘나가던 조세 전문 변호사였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인권 변호사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역사적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재판장에서 노무현 변호사(송강호)가 외친 명대사가 기억에 남으실 겁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관객들의 뇌리에 큰 인상을 남겼고 많이 패러디된 영화 장면이기도 합니다.
주연 배우로 믿고 보는 송강호 씨 외에 김영애(순애), 오달수(박동호), 곽도원(차동영), 임시완(진우), 송영창(판사), 정원중(김상필), 조민기(강검사), 이항나(수경), 이성민(이윤택) 등이 출연해 천만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3. 남영동1985 (2012)
고 김근태 의원의 수기 '남영동'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이 군부 독재 정권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자행된 끔찍한 고문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냈습니다.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면서도 주인공 김종태(박원상 분)와 같이 22일간 고문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경영 씨가 고문 기술자 이두한(실존인물 이근안) 역을 담당했습니다. 다작 배우 이경영 씨의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저는 남영동1985를 들고 싶습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할때 쓰는 어조로 물 고문과 전기 고문을 자행합니다. 이 영화 남영동1985 덕분인지, 영화 1987을 보면서 남영동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실감이 컸습니다.
실존인물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은 고문 후유증으로 2007년 파킨슨병을 진단 받고 2011년 뇌질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4. 1987 (2018)
최근 여러모로 핫한 영화죠. 화려한 출연진과 입체적인 캐릭터들, 문 대통령 관람 이후 정치권 인사들의 단체 관람 열풍, 관객으로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1987년 서울대 학생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둘러싼 시대 배경과 수 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모두가 뜨거웠던 1987년의 이야기'라는 영화 소개문구처럼 수 많은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산으로 가지 않습니다. 김윤석 씨가 연기한 악역 박처장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중심을 꽉 잡아 줍니다.
보다 자세한 리뷰는 '영화 1987 줄거리와 반전' http://liag.tistory.com/178을 참조해 주세요.
5. 보통사람 (2017)
보통사람은 1987년 봄을 배경으로 합니다. 1987보다 영화 시작 시점은 몇 달 뒤지만 시대상은 같습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군사독재정권 연장을 위해 국민들의 직선제로의 개헌 요구를 막고 자유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억누르고자 했습니다.
이 와중에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이 주도하는 공작 사건에 가담하게 된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 성진은 '아빠가 돈 많이 벌어올게'를 말하던 그 시대의 보통 아빠이기도 합니다. (배우 라미란이 성진의 아내 역으로 특별출연했습니다.)
김봉한 감독은 평범하지 않던 시대를 바꿔나간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고자 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