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는 게임기획 입문 / 1. 게임이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다
- 리뷰 이야기 Reviews/인터넷 금융 IT & Finance
- 2018. 1. 8. 21:51
안녕하세요. 게임업계에 몸 담은지 올해로 11년째가 되네요. 처음 게임기획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떤 게임을 게임성 깊은 게임이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게임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찾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봤지만,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럼 내가 한번 게임성에 대한 정의를 내려볼까? 이런 무모한 생각을 한 것이 대략 3년전이네요. 그때부터 준비했던 게임기획에 대한 생각을 블로그에 정리합니다. 연재주기는 주 5일로 6개월간 업로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의 글이 게임기획을 알고 싶은 모든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게임이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다
지금같은 콘솔 게임기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제가 가장 좋아했던 게임은 얼음땡이었습니다. 술래를 피해 도망다니는 스릴감! 얼음을 선언해 움직이지 못하는 친구를 땡으로 구해주며 느끼는 고양감! 위기의 순간에 술래를 피할 수 있는 [ 얼음 ] 선언은 요즘 RPG게임으로 따지면 스킬의 일종이었습니다. 거기다 진짜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즐기는 온라인 요소도 가지고 있죠. 얼음땡은 비디오 게임이 엄청나게 발전한 지금의 기준으로 평가해도 잘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RPG같은 검과 마법, 용과 던전이 등장하지도 않는 얼음땡을 게임이라고 하다니. 어떻게보면 의아할 수 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이란 무엇일까요? 게임을 정의하는 수많은 설명이 있습니다.
게임 기획자의 관점에서 볼 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의 정의는 시드 마이어의 [게임이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다] 입니다. 문명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시뮬레이션게임을 창조한 시드마이어는 흥미로운 선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GDC 2012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선택이란 플레이어가 뭔가를 결정할 때 어느 선택을 우선할 것인지 선택지를 주는 것 이다.”
시드마이어는 RPG게임을 예시로 흥미로운 선택에 대해 설명합니다.
“RPG에서 지금 500골드짜리 검을 사면 전투는 유리해지겠지만 돈이 필요한 서브퀘스트의 달성이 늦어지는 경우나, 레이싱게임에서 핸들링과 엔진 어떤 것을 먼저 업그레이드하는가에 따라 변화하는 플레이 스타일 등이 해당된다.”
얼음땡에 어떤 흥미로운 선택들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술래에게 쫓기는 아이는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더 빠르게 달려서 술래를 따돌릴까? 잡힐 것 같으니까 얼음을 외칠까?
아이가 술래를 따돌린다를 선택하면, 잡힐 위험이 있는대신 이미 얼음을 선언해 움직이지 못하는 친구들을 땡으로 구해줄 수 있습니다. 도망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술래에게 붙잡힐 확률이 적어지죠. 반대로 얼음을 하면 잡힐 위험은 없어지지만, 친구가 땡 해주기 전까지 게임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친구들이 모두 얼음을 선언하면 가위바위보를 해서 술래가 될 수도 있죠.
도망칠 것이냐, 스킬인 얼음을 사용할 것이냐에 따라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가 결정되고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이 변합니다.
얼음땡에는 참여자의 선택에 따라 결과에 영향을 주는 흥미로운 선택들이 존재합니다. 쫓기는 아이의 상황뿐만 아니라, 술래도 상황에 맞는 선택을 강요당하죠. 지금 쫓는 아이를 계속 쫓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더 지쳐보이는 아이를 쫓을 것인가? 술래의 선택에 따라 게임의 양상이 달라집니다.
얼음땡을 즐기는 동안 참여자들은 흥미로운 선택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게임을 유기적으로 변화시킵니다. 시드마이어가 말한 흥미로운 선택이 연속된다는 점에서, 얼음땡은 훌륭한 게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