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3/ 이라크전의 실체를 벗기고 미국을 성찰하는 저평가된 걸작/ 영화 스포 주의


제가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히어로 무비는, DC 마블을 통틀어 아이언맨3편입니다.

DC에는 다크나이트라는 철옹성이 있고, 사실 아이언맨3편의 경우 그렇게 좋은 평을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제안의 베스트로 꼽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언맨3편의 흥행은 대단한 수준입니다. 2013년 전세계 흥행 10억 달러를 넘겼으니까요.)


영화 아이언맨3


본 포스팅에는 아이언맨 3편의 핵심 스포일러 및 뜬금없게도 주토피아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두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이라면 다른 포스팅을 즐겨 주세요.



허트 로커 / 제레미 레너, 앤서니 매키 주연의 이라크 전쟁을 생생히 그려낸 걸작 The Hurt Locker





----- 스포 방지선 -----


아이언맨 3편이 비판받은 이유 중 하나는 너무도 김새는 악당 만다린의 본모습입니다.

영화의 주요 악역인 만다린이 초반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사실 연기였다는 결말에

많은 팬들이 황당해 했습니다.


아이언맨 3 만다린

(포스터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만다린이지만...) 



마치 아랍 과격 테러리스트처럼 등장해 아이언맨 토니스타크의 집까지 모조리 날려버린 대단한 악당이

사실은 돈받고 연기한 마약 중독의 무명 배우였다는 사실은 극에 몰입했던 관객들의 어이를 안드로메다로 날려줍니다.


코믹스에 등장하는 만다린은 아이언맨의 최대 숙적으로 초능력이 담긴 10개 반지를 사용하는 초자연적인 인물입니다.

어벤져스가 몽땅 덤벼어들야 간신히 제압했던 적도 있는 강력한 빌런이죠.


많은 사람들이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보여주는 만다린의 포스 넘치는 모습과 손가락에서 블링블링하게 빛나는 반지를 보며 원작의 만다린의 멋진 모습을 기대했습니다만, 결과는 익히 아시는대로...

(거기에 벤킹슬리의 연기가 너무 완벽해 낚시의 충격이 더 컸습니다.)

(이 영화를 계기로 벤킹슬리에 입덕했습니다.)



히어로 영화 아이언맨

(어떤 리뷰어는 해저로 끌려가는 아이언맨의 모습을 보고 만다린이 초능력을 쓰는 것 같다! 라고 예상하기도...)



하지만 이런 만다린의 모습이 제가 아이언맨3편을 히어로 무비 최고 걸작으로 꼽는 이유입니다.


만다린 훼이크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기위해 2013년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알 카에다의 9.11 테러이후 미국은 엄청난 혼란에 빠집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에 대한 공격을 단 한번도 허용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런 미국인들에게, 2대의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리는 장면은 공포를 넘어서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9.11 테러를 기점으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합니다.

2003년에는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이라크를 침공하죠.

부시 대통령은 9.11의 상처에 적의와 불안감으로 가득찬 자국민을 속여 이라크를 손쉽게 집어삼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라크전은 석유를 목적으로 한 부도덕한 전쟁임이 밝혀집니다.

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없었고, 이라크에는 민주주의 정권이 수립되지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이라크의 불안이 계속되며 석유까지 제대로 얻지 못했죠.)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은 적개심과 불안감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테러가 무서운 점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격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은 극도의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명확한 적입니다.

부시는 이라크와 후세인이라는 명백한 적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이용합니다.

지저분한 전쟁의 명분으로 말이죠.



미국 성찰 영화 아이언맨3


토니스타크 연구실


토니스타크 여친 피비


파괴된 아이언맨 토니스타크 집



아이언맨3 은 만다린이 토니스타크의 집을 공격하면서 시작합니다.


이 공격으로 토니스타크는 자신의 집이 무너지고, 연인인 피비의 목숨까지 위협받습니다.

9.11 테러를 당한 미국 처럼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죠.


(여담이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토니는 피침략의 트라우마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어벤저스2편의 계기도 토니가 어벤저스1편의 트라우마에서 시작합니다.)



부상당한 아이언맨 토니스타크


아이언맨3의 악당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신을 공격한 악의 축, 만다린을 찾는 토니의 여정이 아이언맨 3편의 줄거리입니다.


아랍 어느 테러조직의 보스로 등장해 토니에게 선전포고를 한 만다린을 찾아낸 토니는,

그가 사실은 별것 없는 무명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아이언맨 올드리치 킬리언



더 충격적인 것은 만다린을 조정했던 진짜 악당인 올드리치 킬리언은 미국인 이라는 사실이죠.


(재밌게도 만다린역의 벤킹슬리와 올드리치 킬리언역의 가이 피어스 모두 사실 영국 태생입니다.) 


이는 이라크전쟁의 실체가 벗겨지면서 미국사람들이 받은 충격을 대변합니다.

악의 세력이라 믿고 전쟁까지 일으켰던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습니다.

거기다 배후에서 석유를 노리고 전쟁을 일으킨 진짜 악당은 미국인, 그것도 대통령이었죠.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전은 잘못된 전쟁이었음을 시인했습니다.)


이라크전은 미국에 씻어낼 수 없는 상흔을 남겼습니다.

수 천명의 전사자.

그 수배에 달하는 부상자.

다시 그 수배에 달하는 전쟁 휴유증 환자. 

앞선 모든 피해자를 합쳐도 반에 반도 되지 못할 만큼 많은 전쟁의 간접적인 피해자.


이라크전 시기에 젊은 시기를 보낸 미국 세대는 그야말로 죽어버립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네레이션 킬 이란 드라마를 추천드립니다.)



아이언맨3편은 성찰하는 영화입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피로 물들인 이라크전이 사실은 자신들의 적개심과 불안감이 키워낸 괴물이라는 것을 돌아보는 영화죠.

남을 미워하며 무기를 들기보다는 자신의 속을 돌이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영화는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토니는 자신의 모든 아이언맨 수트를 부숩니다.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 아이언맨 슈트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로 소환된 토니의 모든 아이언맨 슈트는 전투가 끝나고 불꽃 놀이처럼 사라집니다.)



자신들이 두려워했던 적은 사실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고, 그래서 더이상 무기는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닳은 것이죠.

폭력으로 살 수 있는 평화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사라지는 아이언맨 수트를 통해 보여줍니다.



아이언맨3는 토니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던 가슴의 아크 리엑터를 제거하면서 끝납니다.

그런데 영화는 끝나도 현실은 끝나지 않죠.


영화만 보면 모든 무기를 버리고 외부인들을 미워하지 않고 자신의 내부를 잘 다스리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질 것 같지만, 이라크전이 뿌린 어둠의 씨앗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중에도 상영하는 중에도 상영이 끝나고 DVD로 발매된 후에도 자라고 자랍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한 후에도 이라크는 내전을 이어갔고, 2017년이 되어서야 간신히 내전을 봉합합니다. (매우 불안전한 봉합이지만)


거기에 핵무기가 없으면 미국에 당한다는 시그널을 독재자들에게 주어, 핵에 집착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한동안 중동을 화약 안개에 휩쌓이게 했던 IS 의 탄생에도 이라크전은 간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고 말하는 영화와 달리, 세계의 진짜 적은 실체를 갖기 시작합니다.

2015년 11월 파리테러 등 세계는 정말로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는 적의 공격에 직면하게 됩니다.


뜬끔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저는 2017년에 개봉한 주토피아를 매우 비겁한 영화라고 평가합니다.

주토피아의 반전도 아이언맨3편과 비슷합니다.

진짜 적은 내부에 있고, 악으로 보였던 세력은 사실 피해자이거나 이용당했다는 결말.

하지만 아이언맨3편이 나왔을 때의 세계와 주토피아가 나온 2017년은 다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이기도 한 2017년은 무기를 버리고 서로 어깨 동무하고 박수치면 평화가 찾아오는 세상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미움보다 사랑을,

남탓보다 내탓먼저,

히어로 영화 중에 아이언맨3 편보다 선굵은 주제의식을 던진 영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깨닳은 진리가 금방 상해버리고 폐기처분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펑펑 터져나가는 아이언맨 수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아이언맨2를 더 재밌게 보기 위한 3가지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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