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요란 골동반 / 서초에서 궁중 국수요리 먹을 수 있는 귀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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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1. 25. 16:31
오랫만에 서초역에서 점심을 먹게되었습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찾은 독특한 이름의 백화요란 골동반에서 정갈한 국수요리를 만났습니다.
서초역 1번출구에서 가까운 백화요란 골동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뭔가 소년만화 필살기같은 이름의 가게라 선택했습니다. 백화요란! 골동반! 이렇게 기술이름을 외치며 식사를 해야할 것 같은 느낌!
백화요란 골동반은 (제 입장에서는) 이국적인 이름을 하고 있지만, 실은 궁중 비빔밥, 비빔면을 판매하는 매우 한국적인 가게입니다. 코스프레한 점원이 나오기를 바란것은 아니지만, 나름 충격이네요.
기본이되는 골동반이 비빔밥, 골동면은 비빔면입니다. 골동반, 골동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 백화요란 골동반 내부에 걸린 설명문 이미지로 대신하겠습니다.
골동반, 화반으로 불린 비빔밥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1800년대 말엽이라고 하네요. 문헌에 등장했다는 것은 그 시점부터 한참 전부터 존재했다는 뜻이니, 비빔밥의 역사는 매우 길군요.
가게안은 음식의 정갈한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점심이 살짝 지난 시간이지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정갈한 식사를 즐기고 계십니다.
정갈한 분위기만큼 정갈한 가격. 서초는 역시 서초입니다.
제가 주문한 음식은 고기말이 골동면입니다. 일반 골동면에 고기가 함께하는 형식이죠.
일반 골동면은 간장 비빔면입니다. 매운 소스가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매콤한 소스와 함께하는 비빔면은 매운 골동면이란 매뉴가 별도로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매콤한 비빔면을 주문하고 싶었는데, 골동면이 간장 비빔면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랫만에 간장 비빔면이 먹고싶어 고기말이 골동면으로 주문했습니다.
주문하고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등장한 고기말이 골동면. 왜 이렇게 시간이 필요했나 했더니 고기가 불에 예쁘게 그슬려 있습니다. 임대료때문에 비싼 가게는 아닐거라는 기대가 듭니다.
계란 지단이 눈처럼 소복히 내려앉은 비빔 골동면. 그 옆을 불에 그을린 구리빛 피부의 고기들이 호위무사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고기에서 불맛이 확 올라올것 같아 입안이 부산스러워 지네요.
함께 주는 장국. 시레기 된장국인데 보기보다 담백해서 놀랐습니다.
김치도 아삭해서 좋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양파절임. 저는 양파절임을 주는 곳은 항상 좋은 점수를 주는 편파적 입맛의 소유자입니다.
계란 지단이 주는 시각적인 만족도가 무척 높습니다. 인스타에 올려도 좋을 것 같은 느낌.
불에 잘 그을린 고기는 그냥 불에 굽기만 한 것은 아닌지 입에 넣으면 천천히 녹아내립니다. 아마 수육처럼 한번 삶아낸 고기를 양념하고 직화로 가슬려 준 것 같습니다.
보통 고기와 함께 먹는 국수는 입안에서 면이 먼저 사라지고 고기는 계속 남아, 면과 고기가 따로 노는 단점잉 있습니다. 백화요란의 고기말이 골동면은 고기가 부드럽고 입안에서 잘 녹아줍니다. 그래서 고기와 면을 함께 먹었을 때 탱탱한 면발과 고소짭짭한 양념과 입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위장으로 함께 사라집니다.
면발은 참 독특했는데요, 면의 탱탱함이나 질감이 쫄면도 아니고 잔치국수도 아닌 그 중간의 무언가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골동면은 간장 비빔면이지만, 보기보다 간이 강하지 않아 면 그자체에 집중하기 좋은 구성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면의 식감과 입안에서 녹아내리듯 부서지는 텍스쳐에 신경을 많이 쓴것 같습니다. 면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는 국수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름이 요란하다고 생각했던 백화요란 골동반. 첫인상과 달리 매우 정갈하고 차분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가게였습니다. 몸보다는 마음이 지쳤을 때 혼자, 혹은 친구와 함께 찾아 조용히 휴식하듯 식사하고 싶은 음식점이네요. 백화요란 골동반, 잘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