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가장 오랜된, 그리고 가장 맛있는 케밥 가게 중 하나인 미스터 케밥. 2009년부터 이어진 터키쉬 케밥의 진수를 이태원에서 만났습니다.
여름이면 터키쉬 아이스크림을 파는 흥겨운 아저씨를 만나볼 수 있는 미스터 케밥. 제가 이태원에서 가장 먹어본 케밥도 바로 이곳의 케밥이었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꼬깔콘 모양으로 쌓여있는 고기는 케밥집의 상징이죠.
버팔로윙도 파는군요. 케밥집이라고 하지만, 메뉴가 은근 다양합니다.
뒤집힌 꼬깔콘 모양 고기의 겉면을 살살 잘라내서 또띠아같은 전병에 싸면 케밥이 완성! 그래서 이 꼬깔콘 모양 고기가 캐밥의 핵심입니다. 저 고기를 꼬깔콘 모양으로 쌓는 것은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일이라고 하네요. 한국 사람은 물론, 터키 사람들도 수년의 수련을 거쳐야 간신히 쌓을 수 있다고...
가게는 안쪽으로 길쭉한 형태라 주문할 때 통로를 막고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좁은 통로를 지나면 안쪽으로 안을 수 있는 테이블이 나옵니다. 다해봐야 15개 내외의 테이블이라 저녁시간이 되면 정신없이 북적입니다.
케밥을 즐기는 사람들의 국적도 무척 다양합니다. 한국사람뿐만 아니라 현지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한데 어우러져 케밥을 즐기고 있죠.
터키느낌이 물씬나는 사진들.
좁은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게 보이고 싶었는지 벽에는 거울이 붙어있습니다.
잠깐 기다리는 주문한 케밥이 나왔습니다. 케밥은 터키말로 불에 구운 고기를 뜻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아는 똘똘말린 케밥 말고도 불에 구운 고기가 들어가는 거의 모든 음식을 터키식으로는 케밥이라 부를 수 있죠.
케밥의 의미가 더 넓게 쓰이는 경우는 구운 음식은 뭐든 케밥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덕분에 케밥의 종류는 1000여가지가 된다고 합니다.
오늘 주문한 케밥은 왼쪽 플라프 치킨 케밥, 오른쪽 터키쉬 케밥 양고기입니다. 왼쪽 음식은 그냥 치킨 덮밥같이 생겼지만 구운 고기가 올라가있기 때문에 훌륭한 케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필라프 치킨 케밥의 근접샷입니다. 밥 위에 잘 구워진 치킨이 올려져 있고 그위에 살짝 매콤한 소스, 그리고 하얀 샤워 소스가 뿌려져 있습니다.
구운 고기를 뜻하는 케밥인 만큼, 케밥의 맛은 얼마나 고기를 잘 구웠는가에서 판가름납니다. 그리고 구운고기와 소스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가도 중요하죠.
오랜시간 미스터 케밥이 이태원 최고의 케밥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고기와 소스의 조화가 절묘하기 때문입니다. 고기와 소스가 2인 3각 경기를 펼치는데, 그냥 뛰는 선수들보다 빨리달리는 기묘한 느낌!
분명 고기와 소스는 서로 한몸이 아닌데도 밥과 함께 떠 먹으면 마치 전생에 헤어진 부부가 다시 만난것 처럼 찰떡궁합이 되어 입안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얼핏봐서는 매콤한 소스와 양념된 고기, 상큼세콤시큼한 샤워소스가 따로놀 것 같은데, 서로가 서로의 맛을 존중하는 겸손한 조화를 보여줍니다.
한쪽에는 감자와 신선한 야채, 토마토가 디저트처럼 있습니다. 제가 케밥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야채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점 입니다.
고소매콤시큼한 고기와 감자튀김이 안맞을 것 같으면서도 또 잘맞습니다.
밥은 그냥 병범한 흰밥입니다. 터키만의 신기한 밥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조금 아쉽네요.
그래도 맛있어서 계속 들어갑니다.
이쪽은 테이블에 놓여있는 매운 소스. 캐찹인가? 싶어서 밥에 많이 뿌려버리면 안됩니다. 정직하게 매운 소스입니다.
필라프 치킨 케밥과 함께 주문한 터키쉬 케밥 양고기. 오른쪽 케밥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케밥이죠.
필라프 치킨 케밥과 다른점은 우선 고기가 양고기라는 점! 양고기는 양꼬치의 대중화로 익숙해 졌지만, 처음 케밥집에 와서 양고기를 먹었을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포장을 살짝 벗기면 케밥이 모습을 나타냅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필라프 치킨 케밥과 크게 다리지 않습니다. 밥이 빠진 구성에 매운 소스가 안들어간 정도? 그리고 전병으로 감싸져 있습니다.
안에보면 양고기가 충실하게 들어있죠. 닭고기와 비교해 양고기는 살짝 소고기같은 맛과 식감이랄까요? 닭고기는 정말 딱 닭고기인데, 양고기는 눈감고 먹으면 소고기? 하면서 되물을 것 같은 맛입니다.
그래도 양고기 특유의 향이 남아있어 헛갈리지는 않을 것 같네요. 물론 남은 양고기 향이 식사를 방해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태원에서 처음만난 케밥인 미스터 케밥. 그로부터 십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좋은 케밥을 만들고 있습니다. 보통 돌돌말린 케밥만 먹었는데 언제부턴가 필라프 케밥 등 메뉴의 다른 음식들도 도전하는 중입니다. 도전은 언제나 성공이죠.
서울에서 만나는 한번도 가본적 없는 터키의 맛, 미스터 케밥. 언젠가 터키를 한번 가볼텐데, 터키 현지의 케밥과 미스터 케밥의 맛을 비교해보고 싶네요. 잘먹었습니다!